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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팝니다” 베트남에선 당근마켓 대신 ‘오케이쎄’

icon view7890 2022-07-20

성년의 날 선물로 ‘오토바이’

Photo by Jordan Opel(Ⓒ Unsplash)

대부분의 베트남 청소년들이라면 꿈꾸는 것이 있다. 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베트남 전국을 누비는 여행이다. 베트남이 오토바이의 나라라는 건 워낙 유명한 이야기지만, 오토바이를 성년의 날 선물로 받고 싶을 정도라 하니 그 사랑이 꽤 견고해 놀랍다.

베트남에선 오토바이는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길거리에서 보이는 오토바이 행렬로는 그 의미를 다 설명하지 못한다. 은행 대출의 벽이 높은 베트남에선 급전을 충당하기 위해 전당포를 찾는데, 오토바이는 담보물이 되어 ‘자산’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위에서 음식을 먹고, 공부하는 진풍경이 펼쳐질 정도로 문화코드적인 면도 있다.

판매량 급감에도 오토바이 물결 ‘여전’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오토바이가 많은 나라다. 모터사이클데이타닷컴에 따르면 2020년 베트남의 오토바이 판매량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판매량 2위를 차지했다.

베트남의 오토바이 판매량(ⒸCAFEF)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몇 년간 베트남의 오토바이 판매량은 감소 추세였다. 베트남 오토바이 제조업체 협회(VAMM) 자료에 의하면 2018년에 339만 대로 정점에 달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0년 270만 대로 50만 대 이상 판매량이 급감했다.

그러나 전기차 오토바이의 등장으로 베트남의 오토바이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처럼 베트남인이 오토바이를 애용하는 것은 좁은 골목이 많은 지리적인 특성과 더딘 도시 개발로 대중교통 시스템 부재의 영향이 크다.

통행량은 많지만 베트남의 도로는 보통 왕복 2차선이다.(Ⓒpixabay)

한국의 도시화율이 90%를 넘어선 것과 달리, 베트남은 35%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대중교통이나 도로 등의 사회기반시설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니 오토바이를 베트남에서 지금 당장 걷어내는 건 어려울 것이다.

이런 베트남의 ‘오토바이 경제학’을 간파하고 사업으로 풀어낸 사람이 있다. 바로 중고 오토바이 거래 스타트업 ‘오케이쎄(OKXE)’의 김우석 대표다. 베트남 현지인보다 더 현지인 같은 사고방식으로 오케이쎄를 베트남 1위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 반열에 올려놓은 그의 성공전략을 알아보자.

16살 남짓의 오토바이를 타던 소년

오케이쎄 어플(ⒸO2O Startup)

‘오케이쎄’는 중고 오토바이 거래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하고자 시작된 플랫폼이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행해지던 오토바이 거래를 앱 기반 형태의 서비스로 옮겨와 어느새 업력 5년 차(2022년 기준)가 된 스타트업이다.

김우석 대표의 아이디어는 그의 개인적인 서사와도 관련 있다. 10대 때부터 오토바이 마니아를 자처한 그는 16세에 2종 원동기장치 면허를 취득하고, 19세에는 대형 오토바이 면허와 자동차 정비 자격증까지 땄다. 자유로운 영혼과 같았던 그는 오토바이로 서울-부산을 오가는 여행을 즐길 정도로 오토바이에 푹 빠져있었다.

김우석 오케이쎄 대표 (Ⓒ서울경제)

그의 대학 시절 경험도 사업의 기반이 됐다. 김우석 대표는 천주교 집안에서 자라 어릴 적부터 수도사를 꿈꾸며 성공회대 신학과를 전공했다. 교육학을 부전공하며 5년 동안 대안학교에서 봉사활동도 했다. 이때 ‘기도’ 이외에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김우석 대표는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나쁜 길로 들어서는 소외 계층 아이들을 보며 무력감을 느꼈다.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도화선이 되어 그는 비즈니스 자체가 사회에 선순환을 일으키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베트남은 왜 그의 사업 발판이 됐나

이런저런 꿈을 선회했던 김우석 대표에게 사실 ‘오케이쎄’는 두 번째 스타트업이다. 그는 2016년 친형과 화장품 원료 기업인 바이오스탠다드를 공동창업하고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받기도 했으며, 이후 경영학석사(MBA) 과정까지 밟는 등 사업가의 길로 이미 들어선 것.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진로 고민으로 휴식차 베트남에 방문한 게 오케이쎄 설립의 발판이 됐다. 그는 이전에도 화장품 원료 납품 기회를 얻어 시장조사차 베트남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사업 감각이 발달한 그에게 다시 방문한 베트남은 휴식보다 되려 인사이트를 얻는 곳이 됐다.

오케이쎄의 로고, ‘좋다’라는 뜻이다.(ⒸKDB NextRound)

오케이쎄는 ‘좋다’는 뜻의 ‘영단어(OK)’와 ‘탈것’을 뜻하는 베트남어 ‘쎄(xe)’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시작은 베트남이지만, 동남아시아 전체를 무대로 오토바이 관련 모든 서비스를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공하겠다는 김우석 대표의 꿈을 담았다. 그는 어떻게 이 포부를 현실화했을까.

직접 발로 뛰며 얻은 상권 네트워킹

베트남의 오프라인 오토바이 마켓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손님이 물을 때마다 달라지는 가격은 기본이고, 거친 상인들 사이에서 오토바이는 계약서도 없이 팔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현지인이 보기에 낯선 외국인 얼굴을 하고 있으면 호객 행위의 대상이 되기 더욱 쉬웠다.

70cc에서 150cc까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는 베트남의 오프라인 오토바이 마켓(Ⓒdawn)

현지 네트워킹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김우석 대표는 매일 오토바이 시장에 드나들었다. 고품질의 중고 오토바이를 좋은 가격에 팔고 싶어 하는 상인들에게 오케이쎄의 취지를 설명하고 파트너로 일하고자 설득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는 3,000여 개의 오토바이 판매지점을 방문해 500개의 오토바이 판매지점과 독점계약을 맺었다.

김우석 대표는 베트남 현지 언어와 문화에 약 2~3년간 몰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과 달리 외국인에 대한 페널티와 부족한 네트워크, 사회적 자본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에 100% 녹아들지 않고는 어려웠기 때문. 오케이쎄 서비스 론칭이 12번이나 미뤄질 정도로 고생한 끝에 그는 2018년 오케이쎄를 설립하고 이듬해 본격적인 중고 오토바이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하는 데 성공한다.

오케이쎄 2018-2021 투자 현황 (Ⓒ혁신의 숲)

오케이쎄는 9조 원 규모에 달하는 오토바이 중고시장에서 출시 1년 만에 100만 다운로드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현재 월 거래액은 10억을 웃돈다. 2021년에는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한 기록적인 35억 원의 규모로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까지 국내 7개 기관투자자로부터 총 10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시리즈A 펀딩을 성료 했다.

현지 최초 대금 결제와 금융 연결 서비스 론칭

김우석 대표는 오프라인 거래의 가장 큰 단점인 지급 방식에도 손을 댔다. 중고 오토바이를 직거래를 할 땐 뭉칫돈을 직접 가져다 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현지인은 아직 금융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어 이를 대신해 신뢰할 만한 대출과 할부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신한베트남파이낸스가 출시한 모바일 중고 오토바이 전용 할부 금융 서비스(Ⓒ신한금융 페이스북)

김우석 대표는 2020년 신한베트남파이낸스와 손잡고 베트남 최초 ‘모바일 중고 오토바이 전용 할부 금융 서비스’를 론칭했다. 오케이쎄는 구매자가 느끼는 거래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대신 고객의 신분증 정보 등이 포함된 방대한 고객 자산과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게 된다. 은행은 해당 데이터를 개인 신용평가나 자산관리 서비스에 이용한다.

오케이쎄는 이렇게 수집한 빅데이터를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단순한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을 넘어 오토바이 운전자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김우석 대표의 목표다.

오케이쎄의 성장성과 시사점

오케이쎄의 수익모델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다수의 매물을 동시에 판매하는 전문 셀러에게 프리미엄 유저 서비스 플랜을 제공하고, 판매 대수에 따라 월별로 과금하는 방식의 가격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할부 결제와 안전 결제 서비스 제공에 따라 얻는 수수료를 수익 모델로 하며 오케이쎄가 보증하는 중고차와 신차, 보험 등 관련 용품을 판매해 수익을 내기도 한다.

하노이와 호찌민시의 오토바이 규제정책 (출처 : KOTRA 보고서)

하노이
– 2017년 하노이 인민위원회는 ‘교통 혼잡과 환경오염 감소를 위한 도로 교통수단 관리 강화’에 관련한 결의안(Resolution No. 04/2017/NQ-HDND)을 발표
– (’17-’18) 교통 관리를 위한 차량 관리 설루션 구현
– (’17-’20) 여객 운송 수단의 양과 질 관리, 도로 혼잡 시간대 차량 운행 제한, 기술 안전 및 환경보호에 위반되는 오토바이 검토 및 조치
– (’17-’30) 2030년까지 각 지역의 오토바이 사용 중지를 위한 일부 지역과 시간대의 오토바이 운행 금지 시행

호찌민
– 호찌민시 교통국은 2030년까지의 오토바이 사용 제한을 위한 프로젝트를 발표
– (’19-’20) 교통 혼잡 시간 동안의 2-3륜 오토바이의 운행 제한
– (’21-’25) 20205년까지 호찌민시 1군의 2-3륜 오토바이 운행 제한
– (’26-’30) 지속적인 오토바이 운행 통제 및 2030년까지 1군, 3군, 5군, 10군 거리의 오토바이 운행 제한

현재 베트남에선 오토바이가 만들어내는 배기가스와 혼잡한 도로 상황, 각종 사고 등으로 그 숫자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오토바이 규제 정책을 실시해 호찌민의 경우 2030년까지 교통 혼잡 시간 동안 2-3륜 오토바이의 운행을 제한한다.

오케이쎄 블로그

하지만 대중교통 시스템의 미비와 자동차 대비 저렴한 가격 등의 이유로 오토바이 사용은 당분간 유효하며 오히려 시장은 차후 전기 오토바이로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독일 교통 연구 센터의 연구 자료에 의하면 베트남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베트남의 주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로 예측된 바 있다.

수요자가 아직은 충분한 시장이다. ‘오케이쎄’는 정확한 시세 정보 제공과 현재 시행하고 있는 허위 매물 필터링, 고객 데이터 보안 등을 기반으로 사용자와 탄탄한 신뢰 관계를 유지해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김우석 대표가 이야기하는 ‘동남아시아 대표 운전 생활 플랫폼’으로 우뚝 서는 오케이쎄의 밝은 미래도 가능하지 않을까.

글쓴이 강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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