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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베트남의 빠른 성장에 브레이크를 걸다

icon view2379 2021-03-22
Veyond 매거진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블랙록’이라는 기업이 있다. 운용자산 규모만 1경원에 달하며, 이들의 행보에 따라 세계 비즈니스 질서가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기업의 CEO 래리핑크는 지난 3월에 열린 국제금융협회 회담에서 “ESG를 채택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라고 선언했다.

누군가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기 위한 일종의 상징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가볍게만 흘려보낼 남의 이야기는 아니다. 얼마 전, 블랙록은 한국전력의 베트남 석탄발전소 투자 결정에 반발하며 한국전력을 ‘투자 대상 기업에서 제외’ 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베트남 내 사업을 하는 한국전력공사
베트남 붕앙-2 지역에서 1,200MW 급 대형 석탄발전사업 투자를 결정한 한국전력공사

단순히 선진적인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코멘트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도 한국전력의 지속적인 석탄 투자를 지적하며 투자 금지 기업으로 지정했다. 네덜란드 연기금(APG) 역시 “한국전력이 탄소 배출 감축 노력에 진전이 없다”며 6000만 유로(약 791억 원) 규모의 지분을 매각했다. 이미 ‘ESG’는 선택이 아닌 기업 운영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성장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베트남

ESG에 대한 중요성은 선진국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ESG를 투자의 필수 요소로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성장을 중요시하는 신흥국도 ESG 요소들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국제사회가 계속 ESG와 관련한 협의들을 만들어나가는 상황에서 이런 조건들을 갖추지 않으면 수출 등에서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다. 이에 신흥국들도 ESG와 관련한 규제를 만들어가며 기업들의 동참을 유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베트남의 경우는 쉽게 몸을 움직이기엔 눈앞의 과제가 많은 편이다. 베트남의 전력 수요는 매년 10% 이상씩 늘고 있으며, 이는 베트남의 높은 경제성장률보다도 더 높은 수치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단기간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빠르게 전력 공급량을 늘릴 수 있으면서도 비교적 설비 비용이 적은 석탄화력발전을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에 대한 댓가는 다른 방식으로 지급되고 있다. 베트남 국민경제대학교의 딘 덕 쯔엉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지출한 피해액은 연간 1082~1363억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는 베트남 GDP의 4.45~5.64%에 해당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오토바이를 타는 베트남 사람들
베트남 수도 하노이는 세계 10대 대기오염 도시에 빠지지 않고 언급되고 있다

​베트남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과제, ESG

최근 무디스는 각국의 ESG 요소들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은 뉴질랜드, 스위스, 싱가포르, 독일과 더불어 최상위 등급인 1등급(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같은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전체 5등급 중 아래 단계에 위치한 4등급(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는 중국, 태국보다도 낮은 등급이며 인도, 캄보디아와 동일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베트남 정부도 시급해졌다. 쩐홍하 환경부장관은 지난해 5월 더 높아진 수준의 환경보호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하며 “이번 환경보호법 개정안은 베트남의 환경 관련 규제를 국제법 수준에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발표하면서 “특히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환경과 공중 보건 개선 및 생물종의 다양성 보존과 생태계 균형 유지를 목표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풀 밭에 있는 소들
친환경 경영의 모범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베트남 유제품 기업 ‘비나밀크’

생활 속에서도 강도 높은 규제가 예고되고 있다. 2020년부터 ‘지속 가능한 생산·소비 프로그램’을 선언하면서 비닐봉지 사용 줄이기, 플라스틱 소재 일회용 가방, 물티슈 등의 사용 금지 캠페인 등을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호찌민시는 작년 8월부터 현지 모든 행정기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중단했다. 베트남 외식 기업들도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줄이고 쌀로 만든 빨대나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EGS에 대한 공감대도 산업 전반에 퍼지고 있다. 베트남 최대 투자운용사인 드래곤캐피탈(Dragon Capital)은 “ESG 경영을 도입한 기업을 인수하는 데 있어 당장의 투자이익 20%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할 수 있다”라고 밝히면서 “미래의 성장 및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남겼다.

​베트남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ESG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의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지난 3월 2일 국무총리 주재 제3차 수소 경제 위원회에서 향후 5년간 18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면서 베트남에도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SK그룹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베트남 사회적 가치 얼라이언스’를 통해 베트남 남부 지역의 약 70ha(헥타르) 규모에 달하는 맹그로브 숲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이미 ESG적 경영 가치를 현지에서 선보인 바 있다.

숲 복원사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
지난 2018년, SK이노베이션이 진행한 ‘맹그로브 숲 복원사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 @SK하이닉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ESG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연장선상에서 거론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이 이미지를 위해 곁가지로 ‘챙기는’ 개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기업의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현지 진출을 염두하고 있다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것이다.

ⓒVEYOND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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