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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베트남을 말하다 ①모든 변화의 시발점, 미중무역분쟁

icon view3036 2020-10-19
Veyond 매거진

베트남의 코로나 이후를 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중 간의 무역 분쟁부터 살펴봐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싸움은 지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해 7월, 약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고관세 대상은 중국이 10대 핵심 산업으로 밀고 있는 ‘중국 제조 2025’에 해당하는 품목(의료, 바이오, 통신, 반도체 등)으로 명백히 중국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결정이었다. 미중무역분쟁 의 시작이었다.

중국도 미국의 조치에 바로 맞대응했다. 미국산 자동차, 농산물 등 총 545개 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전체 수출품의 약 25%에 해당하는 조치였다. 이런 중국의 대응에 미국은 다시금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막바로 국산 육류, 화학제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로 재대응했다.

미국과 중국 지도

세계 1~2위 간의 무역 분쟁은 양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다. 대부분의 나라는 양국의 분쟁 상황이 끝나기를 원했고 2018년 12월, 미국과 중국은 지속되었던 무역전쟁을 잠시 멈추기로 약속하고 갈등을 풀기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9년 1월부터 약 6개월간 양국의 통상 실무자들은 협상을 벌였다.

양국은 향후 도출될 무역 합의 이행을 점검하기 위한 이행 사무소를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

2019년 4월, 미국의 재무 장관 ‘스티븐 므누신’의 발언

하지만 기대도 잠시, 양국의 협상은 다시 결렬되었다. 미국은 관세 범위와 세율을 확대했고 중국도 다시 응대했다. 양국은 왜 이렇게 서로 출혈을 감내하면서까지 분쟁을 이어가는 걸까? 속내를 쉽게 털어놓기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발언 내용
미국 트럼프 대통령 발언 내용

미중무역분쟁 에 대한 트럼프의 주장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 중국은 그간 WTO의 보호 아래 미국과의 교역에서 이득만을 취했다
  • 그로 인해 미국의 교역 적자는 지속되었고 일자리도 감소했다
  • 중국이 누려왔던 교역 이득은 공정한 것이 아니었다.
  • 지적재산권, 환율조작, 덤핑 등을 통해 얻은 우위는 불공정한 거래이므로 중단해야 한다.

그의 주장이 마냥 현실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으로 글로벌 자유무역이 본격화되면서 신흥국은 저렴한 생산 비용을 바탕으로 재화를 생산해 선진국에 수출하며 꾸준히 경제적 이득을 얻었고 선진국은 그들의 소비시장으로서 신흥국이 생산한 물건을 사들였다.

글로벌 경제권별 경상수지 추이
WTO 이후의 그래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도는 경상수지의 불균형으로 이어졌다

선진국의 적자 폭은 크게 늘어갔으며 신흥국의 흑자 폭은 선진국의 적자폭보다도 더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미국의 대 중국 적자 규모(상품 기준)는 지난 2018년, 41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 돈으로 치면 500조 가까이 된다.

​물론 적자 자체가 곧바로 미국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미국은 지난 1975년 이후 한 번도 무역 수지에서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이런 장기 적자에도 건재했던 이유는 미국이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짜 문제는 제조업이었다.

​자유무역이 확대되면서 선진국의 제조 기업들은 생산비가 저렴한 신흥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에는 한국 같은 나라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의 경제가 어느 정도 발전하며 개발도상국의 위치를 벗어나자 그 역할은 중국에게로 옮겨졌다. 제일 큰 인력 공급처이자 동시에 소비시장인 중국에 제조기업들은 하나 둘 터를 잡았다. 중국은 머지않아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제조업을 기반으로 자본을 축적하면서 힘을 키워나가게 되었다.

​미국의 상황은 중국과 반대였다. 제조기업이 국내를 떠나 인건비가 싼 외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실직자가 늘어나게 되었다. 과거 제조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도시들은 점점 더 황폐해져갔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 철강 산업의 피츠버그. 그밖에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건, 위스콘신, 일리노이, 인디애나, 아이오와 등이 몰락한 도시, ‘러스트 벨트’에 묶이게 되었다.

미국 제조업 매출 그래프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제조업 상황

원래 이들 러스트벨트는 민주당이 강세인 곳이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분노는 민주당을 외면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트럼프는 2016년 미 대선 당시 이 지역을 중점적으로 공략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며 중국을 압박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기업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여(리쇼어링 : Reshoring) 일자리를 되찾아주겠다고 공약했다.

​제조업을 부활시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일할 곳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은 트럼프 대통령만 한 게 아니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부터 꾸준히 추진해왔던 일이었다. 그러나 정교하게 잘 짜인 국제무역의 틀은 쉽게 깨어지지 않았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가시적인 효과를 느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트럼프는 후보자 시절부터 미국 제조업의 쇠퇴 원인을 중국의 ‘반칙’으로 돌렸다. 중국이 불공정 무역을 자행하고 있으며 자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며 불법적인 이득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를 위해 중국을 직접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전임자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은 나이브(Naive) 했으며 과격한 방식을 써야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표어로 압축되었다. 트럼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과격한 정책도 아끼지 않을 것을 암시했다.

​러스트벨트의 민심은 트럼프에게로 돌아섰고 트럼프는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트럼프는 선거 당시에 외쳤던 것처럼 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최대한 불이익을 주었다. ‘세계의 공장’ 지위를 박탈시키고 자국 기업의 공장을 다시 미국에 유치하는 게 트럼프의 꿈이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선거전략은 통했고, 러스트벨트에서의 지지를 바탕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서 철수해 자국으로 돌아오는 기업들에게 법인세 인하나 공장부지 제공 같은 당근을 제시했다. 그 결과 애플, GM, 보잉, 포드, 인텔 같은 회사들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했다.

​외국 기업들의 유치에도 힘을 썼다. 한국의 현대차나 LG전자,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도 미국에 공장을 지었다. 자국보다 더 높은 인건비용 지출을 감수하고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흔치 않은 결정이다. 이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결정이 아니라 일종의 협상 카드였다. 바꿔 말하면, 거대 소비 시장 미국을 대상으로 한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가까웠다.

2010-2018 연간 FDI 그래프
트럼프 집권 이후 외국에 나갔던 공장이 돌아오면서(reshoring)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증가했다

리쇼어링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미국의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전임 오바마 정부부터 트럼프 정부까지의 리쇼어링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떠나간 외국 기업들이 돌아오면서 9년간 약 35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하지만 그걸로 미국의 전략을 ‘성공’이라고 평하긴 어려웠다. 리쇼어링으로 돌아온 기업들이 자리를 잘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오티스 엘리베이터의 사례다.

​2011년, 오티스 엘리베이터는 멕시코의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새로 제조공장을 지었다. 그러나 미국으로 자리를 옮기고 얼마 되지 않아 부진을 겪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전해온 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충분한 공급 체인이 구축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주변에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품 조달에 문제가 생겼고 따라서 생산은 더디어짐과 동시에 물류비용은 늘어났다.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새로 공장을 설립함에 따라 오티스는 미국에서 신규 인력을 충원해야 했다. 하지만 기존에 유관 산업이 존재하지 않았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충분히 숙련도가 쌓인 인력을 충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생각보다 생산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생기자 오티스는 더 높은 임금으로 유인했다. 이는 생산 비용이 증가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높은 임금을 내걸어도 여전히 인력 충원은 어려웠다. 미국 사람들은 ‘일자리가 있으면 이동하는 한국인’과는 달리 한번 터 잡은 자리를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Otis Elevator Company
미국에서 많은 고전을 겪고 있는 ‘Otis Elevator Company’

어쩌면 리쇼어링 자체가 쉽지 않은 과제였을지도 모른다

제조업의 생산 거점 이동은 본사 하나만 옮겨서 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 부품을 공급하는 하도급 업체들이 패키지로 이동해야만 가능했다. 결국 미국의 리쇼어링은 정부의 압박에 타협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활용되거나 아니면 흉내 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전 정권의 리쇼어링 작업을 ‘실패’로 정의하면서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자국으로 복귀시킬 유인이 적다면 반대로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업체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대로 흐르지 않았고 미중무역분쟁 의 피로도는 날이 갈 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미국의 무역적자(GDP대비) 추이
계속해서 늘어가는 대 중국 무역적자 비중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대통령 연임이 가능하다. 재선을 앞둔 트럼프는 실적이 필요했다. 더욱 강도 높은 조치를 이어갔다. 중국은 이 미중무역분쟁 을 이어가기 원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서의 양보는 곧 손해의 감수를 의미했다. 양국의 무역 분쟁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2020년 1월 어느날, ‘코로나19’라는 단어가 세상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VEYOND MAZAGINE

① 모든 변화의 시발점, 미중무역분쟁 끝

베트남을 거점으로 세계 각국에서 성공신화를 건설하고 있는 대원 칸타빌의 베트남 전문 매거진 ‘VEYOND’가 블로그 누적 방문자 5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성원에 보답하고자 ‘코로나 이후 베트남’을 주제로 특집 5부작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베트남 비즈니스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의미 있는 정보를 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VEYOND 특집기사 <코로나 이후 베트남을 말하다>

① 모든 변화의 시발점, 미중무역분쟁

② 코로나19로 무너진 체인벨류, 그리고 시작되는 변화들

③ 신남방정책 :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우연이 아니다

④ 한국과 베트남, 넥스트 코로나를 함께 준비하다

⑤ 베트남 플레이어들이 말하는 ‘코로나 이후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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