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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투자를 읽는 3가지 키워드 : 대기업/직접투자/북부지방

icon view1455 2020-09-21
Veyond 매거진

지난 30여 년(1980~2019) 간 한국이 베트남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약 230억 불, 우리 돈으로 28조 원가량이다. 그 기간 동안 한국인이 베트남에 세운 회사만 무려 7000곳 가까이 된다. 최근 5년간 베트남은 한 번도 한국의 해외 투자 국가 순위 5위권 밖으로 넘어간 적이 없다.

베트남보다 앞선 나라는 강대국인 미국, 중국, 중국과의 우회거래처로 활용되는 홍콩 정도이다. 베트남이 현재 성장 기반을 갖추기 시작한 신흥국이며 앞선 나라들보다 경제규모가 작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지금 한국의 베트남 투자 행보는 소위 ‘러시’라 불릴 만하다.

세계지도 베트남 투자 스팟 지목
매력적인 투자 스팟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

한국 기업이 처음 베트남을 찾았던 것은 저임금 때문이었다. 낮은 임금을 활용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거나 저임금을 바탕으로 수출시장에 진입하려는 목적이 주를 이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베트남에 투자하는 이유 중 7~80%를 차지하는 게 저임 활용 또는 수출촉진이었다.

​그런데 2008년부터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때 신설된 기업 중 53%는 투자의 이유를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10년 뒤인 2018년에는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해 신설된 회사가 전체의 71%에 달했다.

​연간 투자 규모도 계속 늘어났다. 베트남이 WTO에 가입하며 전 세계에 개방경제를 선언한 2007년에 한국은 베트남에 1조 6천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이후 한국은 금융위기가 찾아왔던 2009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베트남에 1조 이상의 투자를 단행했다. 그 규모는 계속 커져 2018년엔 4조 원 가까운 금액이 베트남에 투자됐다.

한국 베트남 국기 체스
베트남은 이미 한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풍부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사실만으로도 베트남은 매력적인 투자처다. 동아시아 국가들 입장에서는 유교에 기반하고 있으며 다른 아세안 국가보다 문화적 이질감이 적은 베트남을 아세안 시장 확대의 교두보로 삼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베트남 당국이 제조업 성장을 강하게 열망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를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도 투자를 유인하는 요소다.

그런데 베트남의 외국인 투자를 살펴보다 보면 유독 한국에서 도드라지는 투자 경향이 읽힌다. 한국은 소위 ‘신남방정책’을 선언하며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최정점에 베트남이 서있다.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는 그저 ‘주요 신흥국 투자’에 그치지 않는다. 베트남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가져가며 미래를 개척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한국의 대 베트남 투자 경향을 세 가지로 분류해보았다.

1. 대기업 중심의 투자

한국의 베트남 진출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투자 초창기인 1990년대(91~99)에는 대기업이 5억 400만 불, 중소기업이 2억9000만불 가량을 투자했다.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 역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던 때였다. 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 베트남에 쉽게 투자할 수 없었기에 주로 대기업 위주의 투자가 이뤄졌다.

베트남도 규모가 큰 투자만 받기를 원했다. 소규모의 서비스 업종이나 유통업 같은 분야는 법적 제약을 들어 투자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승인을 지연시키는 방향으로 투자를 막아왔다. 이는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고용 창출 및 법인세 확보가 보장되지 않은 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를 유치해도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당국에 판단이 깃든 탓이다.

초창기 베트남에 진입한 기업은 주로 봉제·섬유 등 저임금을 활용한 노동집약적 산업 기업이었다. 화승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르까프’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화승은 2002년에 베트남 동나이성에 3000만 불을 투자하며 1만 4000여 명 규모를 고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장을 세웠다. 글로벌 브랜드인 아디다스와 리복 등에 제품을 납품하는 OEM 공장이었다. 투자 초기에는 월 40만족을 생산했지만 2014년에는 월 180만족을 생산하는 거대 OEM 공장으로 성장했다.

한국 르까프 화승 베트남 공장 투자
세계 최대의 신발 ODM 공장인 ‘화승비나’ ⓒ화승그룹

초창기 한국 대기업이 단순 섬유 가공 위주의 제조업 분야에 투자했지만 이후에는 전자, 중공업, 제약 등 고부가가치 사업 투자로 다각화되었다. 효성그룹 같은 경우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약 9억 불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타이어 소재와 합성섬유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효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7년에도 폴리프로필렌(PP) 생산공장과 약 24만 톤 규모의 LPG 저장시설 등에 12억 불가량을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진출 한국 대기업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2008년 법인을 설립하고 2009년 10월에 휴대폰 생산공장을 세웠다. 2014년부터 삼성은 디스플레이, SDI, 전기 등 여러 계열사의 생산설비를 베트남으로 옮겼다. 삼성이 여태까지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은 173억 불을 넘는다. 지금의 삼성은 베트남 전체 GDP에서 1/4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베트남 정부도 삼성전자에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등의 조치로 화답하고 있다.

​이 밖에도 두산(중공업), 롯데(유통), CJ(콘텐츠, 유통, 엔터테인먼트), LG(전자), 포스코(철강), 한화(항공) 등 한국의 이름있는 대기업들이 베트남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북부 삼성전자 광고판
베트남 북부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크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이 있다. 2015년부터 중소기업의 베트남 투자도 대기업 못지않게 늘어나고 있단 점이다. 2015년 기업 규모별 베트남 투자를 살펴보면 대기업의 투자는 8억 9200만 불, 중소기업의 투자는 6억 6300만 불로 그 격차가 상당히 줄어든 모양새다. 이듬해인 2016년에도 12억 8800만 불 10억 600만 불로 거의 비슷한 규모를 보였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이미 경제규모가 선진국 규모로 커진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소기업 단독으로도 충분히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의류봉제업체인 영원무역이나 창신, 미원을 생산하는 대상, 열처리업체인 아성비나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규모가 큰 중소기업만 진출한 게 아니다. 대기업과 공생하는 협력업체들도 다수 이전했다. 삼성, 효성, 두산 등등 대형 제조기업들은 필연적으로 납품업체들을 동반한다. 이들 대기업과 같이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소기업이 연계해서 이전한 탓에 중소기업의 투자 금액도 덩달아 늘어났다.

2. 간접투자보다는 직접투자

한국의 제조 대기업들을 살펴보면 다른 나라와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삼성을 예로 들어보자. 삼성의 휴대폰에는 삼성전자가 만든 메모리,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디스플레이, 삼성SDI가 만든 배터리가 들어간다.

이렇게 모인 부품들은 베트남 등지의 삼성 조립공장에서 최종 완성된다. 삼성이 아닌 다른 대기업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여러 계열사들을 거느리며 제품의 최종 생산에 필요한 수많은 부품과 서비스를 조달 받는다. 소위 ‘재벌’이라고 불리는 수직계열화 구조가 한국 제조 대기업의 구분되는 특징이다.

애플과 비교하면 한국 대기업의 특징이 더욱 분명해진다. 애플은 삼성처럼 부품기업을 계열사로 거느리며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주문을 하고 납품을 받고 외주업체를 통해 조립한다. 양자의 장단은 분명하다. 모든 부품에 대한 생산 라인을 다 설치하고 공정을 돌리는 삼성은 무겁다. 큰 변화가 몰아치면 타격이 크다. 반면 애플은 납품기업과의 계약만 해지하면 된다.

그렇다고 수직계열화 기업의 형태가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분명한 장점도 있다. 삼성 휴대폰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계열사의 매출도 동시에 늘어난다. 만약 삼성이 애플에 시장점유율이 밀린다고 하더라도 삼성 SDI의 배터리를 쓰는 애플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SDI의 수익성은 유지된다.

정장입는 남자 도미노
일종의 ‘리스크 헷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 대기업의 이런 ‘수직계열화’ 욕망은 베트남 투자에서도 경향이 뚜렷하게 발견된다. 2018년 상반기까지의 대 베트남 누적 투자액 중 ‘단독 투자’는 전체 투자액의 90.2%에 이른다. 현지사와의 합작 투자 사례는 9.2%에 불과하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방해를 받지 않으며 사업 추진의 성과와 실패에 대한 책임을 온전하게 지려는 한국 기업들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에는 M&A 방식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해당 사업분야에 대해 베트남이 ‘단독 투자’를 승인하지 않는 경우인데 대표적으로 금융업이다. 베트남 당국은 지난 2017년부터 외국인 투자자에게 금융기업 라이선스를 발급해 주지 않고 있다. 외국 금융자본에 자국 금융시장이 잠식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신 베트남은 지분 인수의 길은 열어주었다. 이 때문에 최근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계 금융사들은 현지 은행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베트남 최대 국책은행(지점 2230개)인 농업은행(Agribank)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논의 중이며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베트남 자산 1위 은행인 베트남 투자개발은행 지분 15%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복입은 남자 도미노
1조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KEB하나은행

직접 인수가 불가능한 베트남 현지 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위한 지분 인수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SK 그룹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민간 대기업인 빈그룹의 지분 6%를 약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SK는 베트남 유명 유통기업인 마산그룹의 지분 9.5%도 4억 7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한화도 빈그룹의 지분 6%를 사들였다. SK는 향후 통신 분야에서, 한화는 보험 분야에서 빈그룹과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3. ‘핫한’ 남부보다는 ‘묵직한’ 북부

베트남의 국토는 위아래로 길게 늘어져 있기 때문에 행정구역을 나눌 때도 북부, 중부, 남부를 중심으로 구분한다. 북부와 남부는 과거 내전을 벌인 이력이 있기에 문화적 온도차도 크다. 북부는 행정수도 하노이가 있지만 산업 발달 정도가 낮고 인프라 정비가 잘 되어있지 않다. 반면 호찌민을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은 과거 자본주의 체제하에 있었기 때문에 북부보다 인프라가 잘 정비되고 경제적 기반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며 사회 분위기도 개방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남부로 몰린다. 실제로 외국인 직접투자 지역 1위가 남부지역의 대표 도시 호찌민(누적투자금액 455억 달러)이며 2위가 호찌민 옆에 위치한 빈즈엉 성(누적투자금액 308억 달러)이다. 그다음을 잇는 게 수도 하노이(누적투자금액 278억 달러)다.

베트남 북부 남부 다른 느낌
같은 나라지만 다른 분위기의 북부/남부

그런데 한국의 대기업은 오히려 북부지역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많은 외국 기업들이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젊은 인구가 많은 남부지역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투자는 조금 특별하게 보인다.

​한국이 북부지역 투자에 집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이 주로 ‘대단위 직접투자’를 단행하기 때문이다. 북부지역은 남부지역보다 토지 사용료가 저렴해 대단위 공장을 짓기에 유리하다. 지리적으로도 중국과 가깝기 때문에 물류와 교통에서 이점을 가져갈 수 있다. 여기에 북부지역은 공산주의 문화권에 있었던 경험으로 단체 생활이 익숙하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조직 적응력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공장 상당수는 북부 지역에 위치해 있다. 휴대 공장 제조공장은 타이응우옌에 위치해있으며 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은 박닌 성에 있다. LG전자는 하노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하이퐁에 휴대전화 및 생활가전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북부 대규모 공장 내부 모습
노동집약적인 제조 대규모 공장의 성향과 맞는 부분이 많은 베트남 북부

그렇다고 한국 기업들의 남부 투자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누적투자금액으로 보자면 북부와 남부의 비율이 6:4 정도다. 여전히 40%의 기업들은 남부에 투자하고 있다. 건설이나 부동산 기업은 시장이 활성화되고 투자가치가 높은 남부 지역에 투자한다. 금호타이어의 제조공장과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공장은 호찌민에 위치해 있다. 포스코와 락앤락은 남부 동나이에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남부 빈즈엉에 위치해있다.

​여기에 2006년부터 베트남에 진출한 효성그룹의 경우 “북쪽에 삼성, 남쪽에는 효성”이란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베트남 남부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남부 동나이성 인근에 공장을 건립하면서 현지 인력을 적극 채용하는 과정을 통해 로컬과의 파트너십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였으며, 이런 안정화를 바탕으로 베트남 법인에서 효성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 해외투자 효성그룹
베트남을 해외투자의 축으로 삼고 있는 효성그룹

최근 한국 기업들은 중부지역 진출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베트남 주요 도시들이 요새 환경규제를 강하게 하고 있고 또 토지 임대료가 워낙 오른 탓에 남북부 주요 지역 모두 적절한 공단 부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KOTRA는 “삼성전자 협력사들이 최근 공장 설립을 위해 다낭 인근 중부지역과 남부 메콩강 삼각주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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