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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콩카페 대표는 ‘우리가 파는 것은 커피가 아니다’고 이야기한다

icon view7740 2021-05-22

베트남을 단 한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그곳, 콩카페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의사를 타진하자 무수한 러브콜이 쏟아졌다. 명단을 보면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무척 많았다. 그렇기에, 지금 콩카페와 함께 하고 있는 (주)그린에그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큰 기업이 따라할 수 없는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조성빈 대표는 베트남 콩카페 본사와의 특이했던 첫 만남을 담담하게 회상했다. 콩카페 베트남 대표를 만났을 때 실무적인 이야기보다 ‘한국 시장은 어떠한지’ 혹은 ‘진출했을 때에는 승산이 있는지’ 에 대한 질답을 나누었고. 투자회사의 관점에서 관련 내용에 성실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동시에 어떤 회사와 손을 잡는 게 좋은지, 어떻게 전략을 세우는 게 좋은지에 대한 리포팅를 전달했다. 특정 결과를 목적에 두지 않는 단순한 선의였다. 그렇게 그의 진지한 리포트를 여러 차례 받아든 콩카페에서 답변이 왔다.

​“사실 마음을 비우고 있었어요. 쟁쟁한 F&B 회사들을 이길 수 있을까? 그런데 덜컥 우리가 된 거에요. 놀랐죠.”

조성빈 대표
(주)그린에그 조성빈 대표

베트남에도 없는 한국 콩카페만의 상품, 본사를 놀라게 하다

인터뷰를 위해 콩카페가 본사가 위치한 서울역 근처 대우재단빌딩을 찾았다. 커피를 드시겠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먹는 커피와는 맛이 사뭇 달랐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가서야 남다른 맛의 비밀을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커피가 아니라 스틱으로 된 비나 카노가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베트남에는 없는 베트남 커피
베트남에는 없는 베트남 커피

비나카오 스틱은 한국 콩카페가 자체 개발하여 현재 한국에서만 파는 제품이라고 한다. 그린에그는 콩카페 본사로부터 마스터 프랜차이즈 권한을 위임받았다. 한국에서 콩카페라는 이름을 달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권한을 바탕으로 그린에그는 단순히 오프라인 매장을 키우는데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상품을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가까운 세븐일레븐에서 코코넛소프트를 통해 콩카페를 어디서든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매장에 고객 분들이 찾아오셔서 즐겁게 즐기시는 데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저희 매장이 많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베트남과 관련한 추억을 집안에서도 즐기실 수 있게끔 고민하다 이런 상품들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현지 콩카페 본사도 한국 콩카페의 행보에 무척 흥미로운 반응을 보이면서 독자 제품의 개발과정과 판매 추이등을 물어왔다. 다양한 논의가 오갔으며. 지금은 현지를 공략할만한 수준의 단가를 낮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만약 최종적으로 성공하게 되면 한국 콩카페가 만든 제품이 베트남 ‘콩카페’로 역수출 되는 셈이다.

‘100원’을 벌면 ’30원’은 돌려줘야 한다

한국콩카페를 운영하는 (주)그린에그는 대우그룹과 뜻밖의 인연이 있다. (주)그린에그는 초창기 대표자인 정인섭(현 한화 에너지 대표) 대표와 현 대표인 조성빈 대표가 힘을 합쳐 세웠다. 이들은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으로부터 사업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대우는 다른 한국 기업보다 한발 먼저, 글로벌 도약을 시도했었다. 당시 김우중 회장은 해외사업을 할 때 “백원을 벌면 삼십원은 현지에 다시 투자해서 돌려주어야 한다”는 철학을 고수했다. 그린에그의 창립멤버였던 정인섭 전 (주)그린에그 대표는 김우중 회장의 비서로 일했다. 그런 김우중 회장의 철학은 고스란히 (주)그린에그에 녹아들었다.

그린에그

그린에그는 원래 투자회사였다. 베트남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들을 검토하고 투자했다. 그런 그린에그가 콩카페를 들여온 것도 그런 ‘철학’이 바탕이 되었다. 회사가 베트남에 투자해서 성과를 얻는 만큼, 자신들도 베트남의 물건을 한국에 팔아 베트남에 그 수익을 돌려준단 것. 더 나아가 베트남 브랜드를 한국에 소개하면서 동시에 베트남의 상품을 소비하는 것, 베트남과 한국의 교류를 나누는 장이 되는 것. 그 ‘공생의 비즈니스’는 그린에그의 철학이 되었다.

“저희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베트남 문화가 잘 녹아든 공간이 되어야, 또 한국 사람과 베트남 사람이 친구가 되는 공간이 되어야 그게 결국 콩카페가 잘 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콩카페에서는 베트남 문화를 소개하는 이벤트를 자주 연다. 또 어느날은 베트남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을 모아 투자 설명회를 연다. 그리고 추석때면 베트남에서 맛볼 수 있는 월병을 무료로 나누어준다. 현지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고 있다. 베트남 유학생이나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상시로 음료를 할인해준다.

“억지로 베트남 문화를 소개해봐야 그게 바로 먹히지는 않잖아요? 이런 계기로 월병을 먹어보고, 그러다보면 호기심이 생기겠죠. 자연스럽게 콩카페에 방문하는 베트남 사람과도 교류가 생겨날테구요”

콩카페를 가진 ‘그린에그’가 그리는 다음 스텝

이제 한국에서 베트남 음식을 맛보는 건 어렵지 않다. 전국 곳곳에 쌀국수 집이 있고 반미와 분짜 같은 음식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살펴보면 베트남 음식은 여전히 쌀국수와 반미 정도로만 대표되고 있다. 한국으로 치자면 떡볶이 하나만 유명한 것이다.

베트남 가정식
쌀국수를 기본으로, 다양한 풍미를 가지고 있는 베트남 음식들이 많다

​조성빈 대표는 항상 이 점이 아쉬웠다고 한다.

“베트남 전통 다이닝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쌀국수로 대변되는 캐주얼한 음식점이 아니라 다양한 베트남의 맛과 분위기를 음미할 수 있는 식당이요. 한국으로 치면 베트남 한복판에 정통 한정식 집이 들어서는 겁니다. 지금 여러 식당을 다니며 스터디 하고 있습니다”

​카페로서의 스케일업도 아직 잊지 않았다. 콩카페의 추가적인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콩카페는 전국에 7개 매장이 있다. 조성빈 대표는 이 숫자를 4~50개까지 늘이고 싶다고 했다. 단순한 양적 확장이 아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결과다.

“베트남에 애정이 있는 분들, 베트남과 관련한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분들이 콩카페를 찾아오신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의 숫자를 계산해보니 대략 인구 100만명 당 하나씩이더라고요. 그래서 수도권에 한 15개, 전국 주요 시도 포함하면 대략 그정도 숫자들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고객들이 크게 발품팔지 않고 콩카페를 찾아 오실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콩카페가 파는 것은 커피가 아니라 베트남의 ‘문화’

​한국 콩카페에서 제일 잘 팔리는 것은 코코넛 스무디 커피, 코코넛 멍빈 스무디다. 모두 베트남 현지에서 맛볼 수 있는 것들이다. 베트남에서 즐겨 먹는 연유 커피까지 합하면 전체 매출의 6%를 넘는다는 게 조성빈 대표의 설명이다.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여행을 못 가니까 베트남 추억도 떠올릴 겸 찾는 사람이 늘지 않았냐고 물었다. 조성빈 대표는 오히려 다른 카페보다도 매출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유를 찾기 위해 여러 고민을 한 그가 내놓은 답은 반성은 의미심장했다.

“아직, 우리가 그리움을 해소하는 데 까지 이르지는 못했나봐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콩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크게 두 종류다. 베트남 여행을 가기 전 설렘이 가득한 사람들, 여행을 계획하며 미리 경험을 하려는 사람들, ‘거기 가면 호안끼엠 호수가 있대’, ‘거기서 제일 맛난 게 이거라니까’ 같은 대화들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한 종류다. 나머지 한 부류는 다녀온 사람들, 베트남 여행에 진한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 그때 그곳에서 먹었던 코코넛 스무디 커피를 다시 먹고 싶은 사람들이다.

콩카페
베트남 현지에 있는 콩카페

그러다 보니 코로나19로 인한 여행의 중단은 콩카페에도 같이 타격을 입혔다. 여행을 갈 일이 없다 보니 여행 전 설렘을 경험할 이유도, 갓 한국에 도착한 후에 그 추억을 나눌 이유도 줄어들었다.

“콩카페는 그런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면 자랑도 하고 싶고 추억도 나누고 싶잖아요? 그러면 콩카페로 모이는 거죠. 이거 그때 내가 먹은 거다. 맛있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곳.”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가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했어요. 원래 우리는 콩카페가 베트남이라는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되길 원했어요. 베트남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이 있는 분들이 찾아 주시고 그분들과 단순히 음료 한두잔을 먹는 게 아니라 베트남 문화를 나누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요. 물론 그런 노력들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부족했던 거죠. 그걸 역설적으로 코로나19 기간에 뼈저리게 느꼈어요”

한국 콩카페는 그저 여러 특색있는 카페중 하나가 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베트남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는, 한국 속 작은 베트남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니, 베트남에 대한 뜨거운 그리움이 있다면 서울 용산동 녹사평대로를 시간 내어 거닐어 보자. 콩카페라는 간판 안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맞춰 베트남 뮤직비디오를 공유하고 베트남 문학을 소개하고 한국에 있는 베트남 유학생과 대화를 나누는 문화의 장이 펼쳐질 예정이니 말이다.

혹시라도 같이 간 일행이 ‘카페가 이런 것까지 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한 듯이 말해주자. 아마 내일도 베트남의 어느 풍경을 묵묵히 그리고 있을거라고 말이다. 콩카페는 원래, 그런 곳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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