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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에피소드로 들려주는 베트남 법 – 그 시간, 그 자리

icon view3253 2022-06-22

그 시간, 그 자리에서 꼭 서명해야 한다고 하니 우선 서명 페이지만 로펌 종이에 출력해서 가져와 주세요.

베트남에서 식품 가공 사업을 하고자 하는 한국 의뢰인과 베트남 파트너 간의 합작 계약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수임한 다음날, 바로 이틀 뒤에 계약 체결식을 해야 한다며 의뢰인에게서 급히 연락이 왔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베트남 파트너가 이틀 뒤 오전 8시 56분에 본인 회의실에서 계약 체결을 해야 사업이 잘된다고 날을 받아온 것이다. 당사자들이 아직 계약 조건에 대해 합의도 하지 않았고, 계약서조차 작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 체결식을 한다고 하니 좀 황당했다. 파트너의 택일을 믿어서가 아니라 좋은 게 좋다는 의뢰인의 요청에, 우선 계약 체결식부터 하고 나중에 계약서 작성을 하기로 하였다.

여담으로 베트남에는 미신이 많다. 특히,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이를 중시하는 편이다. 만약 베트남 사람과 거래를 하거나 베트남 친구를 사귀게 되면 다음 내용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① 사업을 할 때는 5, 14, 23일에는 어떤 계약이든 하지 않는다.
② 7, 17, 27일에는 나가지 않고 3, 13, 23일에는 돌아오지 않는다.
③ 계단을 만들 때는 4의 배수+1개로 계단 수를 정한다. (ex – 숫자 ‘4’는 베트남어로 ‘죽음’의 발음과 비슷하므로 4의 배수+1개의 공식에 따라 4개보다는 5개의 계단으로 만드는 것이 좋고, 8개보다는 9개가 좋다.)

또, 베트남인들은 한자 발음에 빗대어 숫자별로 의미를 둔다. 앞서 설명했듯 숫자 ‘4’에는 죽음이라는 의미를 두는 식이다. 숫자 4,7은 각각 죽음, 사라짐을 뜻하며 5, 6, 8, 9는 순서대로 탄생, 많은 돈, 발전, 영원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의뢰인의 베트남 파트너도 오전 8시 ’56’분으로 계약 날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다시 의뢰인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미리 목적지를 구글 지도로 확인해 보니 필자의 사무실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고 나왔다. 서명 페이지만 출력해서 1시간 일찍 출발했지만, 출근 시간이라 길이 막혔다. 게다가 기사도 처음 가보는 길이라 목적지 근처에서 계속 같은 곳을 맴돌았다. 시계를 보니 8시 45분이었다. 식은땀이 났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간신히 계약 체결식 장소에 도착하니 8시 52분이었다. 거기에서도 특정 자리에서 서명해야 한다며 자리를 미리 마련해둔 상태였다. 정확히 8시 56분에 계약서도 없는 서명 페이지에 당사자들이 서명하고 사진을 찍고 나니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 사업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당사자들이 계약 조건에 합의하지 못해 결국 합작 사업은 결렬되었다.

베트남 투자·창업자가 꼭 알아야 할 베트남 법

* 서명인이 계약서에 서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자인지(예: 법적 대표자), 그렇지 않다면 서명권자에게 적법하게 서명 권한을 위임받은 자인지 확인해야 한다.

* 일반적으로 베트남 법상, 계약서에는 법인 인감 날인뿐만 아니라 인감 부분과 ⅓ 정도 겹치도록 서명도 해야 한다.

* 계약서의 효력 발생일이 반드시 계약 체결일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합의에 따라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실제 서명한 날짜의 전 또는 후가 될 수도 있고,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게 할 수도 있다.

* 계약의 유효기간을 명확히 하고, 계약이 자동갱신되는지 아닌지, 계약의 갱신 또는 갱신 거절에 대한 통보 일자도 본인이 기억하고 관리가 쉬운 방향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최종적으로 계약서를 검토하며 특정 조항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없는지, 법적으로 불가능한 내용은 없는지, 불리한 점은 없는지, 원하는 내용이 빠진 것은 없는지 확인하자. 이때 불필요한 조항이라고 단순히 삭제해버린다면 조항 간에 모순이 생기거나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본 기사는 코트라 월간 베트남 비즈니스 뉴스에 게재된 필자의 칼럼 중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글쓴이 김유호
베트남 전문 종합 법률·경영 컨설팅 법인 로투비(Law2B)의 대표
책 <베트남 투자 창업자가 꼭 알아야 할 베트남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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