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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키친과 뭐가 다를까? 수직통합형 클라우드 키친 ‘Food Ngon’

icon view3484 2022-05-02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의 저서 <제로 투 원>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정말로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의 답에 사업기회가 있고, 제로 상태에서 새로운 하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는 푸드응온(Food Ngon)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세상에 나왔다. 코로나19로 수많은 기업과 소상공인이 사업을 철수할 만큼 어려웠던 시기 2020년 5월, 오랜 기간 ‘클라우드 키친’을 연구해 온 공동 창업자 레 쯔엉(Le Truong)과 호앙 꿘(Hoang Quan)은 호치민에 첫 번째 센트럴 키친을 오픈하며 푸드응온 스타트업을 론칭하였다.

레 쯔엉은 베트남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웹사이트인 ‘muaban’의 설립자로 이 부동산 웹사이트를 독일 회사에 매각한 후 일정 기간 F&B업계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클라우드 키친 비즈니스 모델을 알게 되었고, VinAI 인공지능연구소 출신의 기술 전문가인 호앙 꿘을 영입했다. 이들은 미국, 호주, 중국 및 기타 아시아 국가에서 이미 운영 중인 클라우드 키친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며 신중하게 푸드응온을 준비하였다.

푸드응온 어플 화면(출처: cafebiz)

베트남 클라우드 키친 시장 현황

클라우드 키친은 공유 주방, 고스트 키친, 가상 키친, 다크 키친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미국에는 약 1,500개, 중국에는 약 7,500개의 클라우드 키친이 있지만 베트남에서 대중성을 갖게 된 것은 2019년 그랩이 그랩키친(GrabKitchen)을 론칭하면서부터다.

클라우드 키친 개념이 아직 베트남에서는 생소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 이용에 제한이 생기자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읽고 클라우드 쿡(Cloud Cook), 쉐프 스테이션(Chef Station), 테이스티 키친(Tasty Kitchen), 푸드응온(Food Ngon) 등과 같은 푸드테크 기반의 수많은 클라우드 키친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푸드응온의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기존의 클라우드 키친 비즈니스 모델은 센트럴 키친을 만든 후, 주방을 다양한 F&B 브랜드에 임대하고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통해 배달해 발생한 수익을 공유한다. 이런 방식은 F&B브랜드 입장에서는 투자비를 아끼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급 과정에서 여러 중개인들에게 수수료를 부과해야 하기에 결과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오히려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이다.

게다가 그랩푸드(GrabFood), 배민 등 음식배달 플랫폼은 고객 유치를 위한 과도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수평적 통합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존의 클라우드 키친 모델에 대해 레 쯔엉과 호앙 꿘은 지속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Food Ngon의 중앙 주방 시스템(출처: cafebiz)

푸드응온은 이러한 기존 클라우드 키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4~5성급 호텔 출신의 숙련된 셰프 팀을 채용하여 아시아 곳곳에서 유럽 요리 등 18개 요리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고, 공급망 최적화를 위해 조리부터 배달까지 수직통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타깃도 센트럴 키친 주변 지역에 있는 현지 고객으로 삼아 운영 효율을 높이고, 단계적으로 센트럴 키친 수를 증가해 가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푸드응온의 강점

F&B의 경력자와 IT 전문가가 오랜 기간 클라우드 키친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고 준비하며 자본력을 바탕으로 설립된 푸드응온은 처음부터 시설, 기술 플랫폼 등에 체계적으로 투자를 받아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약 240평 면적에 28개 주방이 있는 센트럴 키친과 더불어 창고, 물 카운터 및 직원 휴게실도 구비되어 있다.

푸드응온 주방 내부(출처: cafebiz)

특히 클라우드 키친의 핵심인 주방에는 식품 안전 및 위생 기준에 따라 연기 추출 및 오일 분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오일 분리 시스템은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름이 섞여 있는 물을 배수구에 흘려 보내면 기름을 걸러 정화된 물이 배출되는데, 베트남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식당은 거의 없다.

오일 분리 시스템의 원리(출처: cafebiz)

또한 원자재 관리와 재고 최소화 기술을 탑재한 창고 관리 기술 시스템도 도입하였는데, 이는 전 세계 많은 F&B 체인과 대형 레스토랑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최초이다.

이상의 내용이 푸드테크의 첫 번째 기둥인 음식과 음식 품질을 위한 투자였다면, 두 번째 기둥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푸드응온은 수직적 통합을 이루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목적으로 주문을 위한 웹사이트와 앱을 초기부터 개발했다. 이는 운영 비용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앱을 통해 주문할 수 있어 고객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 또 음성 앱을 통한 음식 주문 기술도 개발 중으로, 수동으로 조작하는 대신 푸드응온 앱을 사용해 음식 추천 듣기부터 주문까지 음성으로 가능하게 하는 고객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

이 말은 <제로 투 원>에서 나온 말이다. 많은 성공한 사업가에게 그 비결을 물으면 ‘운이 좋아서’라고 대개 겸손하게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운은 오롯이 자기가 해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통제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찾아온다. <제로 투 원>에서는 ‘운’은 과거시제일 뿐이며,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질문으로 ‘우리가 미래를 통제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위기는 늘 찾아온다. 호치민에서 21년 7월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대책인 총리지시 16호(16/CT-TTg)에 따른 사회격리조치 도입으로, 오토바이를 통한 음식 배달이 금지됐다.

이 때 푸드응온도 다른 클라우드 키친처럼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했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첫째 매출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들을 해고하는 대신 급여를 30%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30% 이상 줄이면 직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영업을 못하는 동안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을 위해 밥을 지어주는 자원봉사를 하기로 결정한다. 원래 21년 5월부터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금지령이 내려지자 창업자 가족들이 이런 자선 활동을 위해 돈을 기부해 주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줄 밥을 포장하고 있다. (출처: cafebiz)

이 자원봉사 활동은 하나의 기폭제가 되었다. 푸드응온의 자선활동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자발적으로 돈, 채소를 보내주기 시작했고 푸드응온은 계속해서 어려운 이웃에게 밥을 지어줄 수 있게 됐다.

전염병이 극에 달해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경까지 이르자 푸드응온은 손실을 걱정하기 보다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에 집중하기로 하고 하루 약 300끼를 배급했다. 마침내 푸드응온의 클라우드 키친에서 4개월 동안 40,000인분 이상의 밥을 호치민 전역에 보내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꽝닌(Quang Ninh) 지역의 한 병원에서 새로운 급식 업체를 찾고 있었는데 우연히 자선단체에서 푸드응온을 소개하게 되었고 그렇게 푸드응온은 병원에 납품하는 B2B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꽝닌 의료진은 푸드응온의 급식에 매우 만족해 했고, 꽝닌의 의사들도 역시 푸드응온에 채소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팬데믹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자, 푸드응온의 창업자 쯔엉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의사 친구를 통해 코로나19로 일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여러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에게 식사를 제공하면서 이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빈찬(Binh Chanh) 병원 의사가 푸드응온의 도시락을 먹은 후 환자를 위한 급식 1,200인분을 주문했고, 환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환자식 납품이 시작되면서, 호치민의 다른 병원에도 입소문이 났다.

팬데믹 상황에서 식사를 제공할 곳이 거의 없던 푸드응온에게 이는 큰 기회가 되었다. 병원들이 기존 공급업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고, 보장된 품질과 좋은 가격을 앞세웠던 푸드응온에게 절호의 B2B의 사업 찬스가 찾아온 것이다.

팬데믹 기간, B2B 사업 강화

B2B 수요가 늘어나자 다품종 소량생산에서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바뀌게 되었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 주방 운영을 컨베이어 체제같은 어셈블리 라인으로 변경해 하루 최대 3,000인분까지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푸드응온은 직원들의 전염병 예방에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철저하게 4인 이상 한 장소에 모이지 않도록 직원들의 기숙사도 한 방에 2~3인만 이용할 수 있게 했고, 직원들을 위해 비타민·비강 스프레이·구강 세척제를 공급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외출을 최대한 지양하기 위해 배달 회사와 자원 봉사자만 식사 배달을 하게 했다.

직원들은 3인 1조로 일하고 생활하며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음식 배달원밖에 없는 고립된 생활을 견뎌야 했지만, 주방 스태프들도 최전선의 지원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음식 만들기에 집중해 주었다. 함께 팬데믹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려는 마음을 가진 직원들에게 환자나 의사들의 피드백, 감사 메모, 병원이나 회사의 칭찬은 엄청난 힘이 되었다.

푸드응온의 도시락, 굉장히 알차다. (출처: cafebiz)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행운의 여신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가듯 단지 자선의 목적으로 요리를 했던 것이 병원의 신뢰를 얻으면서 의사나 환자를 위해 요리하게 된 푸드응온. 그 덕분에 처음 주방을 오픈했을 때는 기획에 없었던 B2B 사업으로 피봇팅을 하면서 코로나19 기간 오히려 푸드응온은 이익이 나기 시작했다.

푸드응온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B2C에 집중했다. B2B를 위한 네트워크나 영업팀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여러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면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B2C는 푸드응온의 핵심 부문으로, 점진적으로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구매력 감소, 주문 시 감염에 대한 두려움, 배달업체의 경영난 등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푸드응온의 공동 창업자, 호앙 꿘(Hoang Quan)(출처: cafebiz)

푸드응온의 성장 비결

푸드응온이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며 도약할 수 있었던 가장 주요한 비결은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다. 다른 클라우드 키친처럼 주방을 임대하지 않고 많은 브랜드를 구축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문을 닫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원 봉사 활동으로 전환하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비결은 좋은 파트너십을 확보한 데 있다. 푸드응온은 코로나19로 인해 원자재 수급이 악화될 것을 예측해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식재료를 비축했다. 다행히 우수한 식자재 협력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은 덕분에 문제없이 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세 번째 비결은 사업에 대한 통제권에 집중한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부분적으로는 직원을 위해 부분적으로는 자선활동을 계속하기 원했기 때문에, 운영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좋은 건 누구나 금세 알아본다. 푸드응온의 전담 직원들이 지켜온 품질 관리 덕택에 B2B 부문의 기회를 열 수 있었다.

향후 계획

푸드응온은 남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팬데믹 기간 B2B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지만, 아직 만 2년도 안 된 신생기업이다. 앞으로 B2B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음식 품질을 유지하는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B2C 사업도 지속할 계획이다.

B2C 사업을 위한 가장 큰 고민은 마케팅이다. 푸드응온은 고객에게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센트럴 키친 주변 고객에 집중하여 일부러 음식배달 플랫폼에 들어가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입점했다.

또 처음에는 온라인 판매만 하려 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온라인 판매는 F&B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센트럴 키친 바로 옆에 오픈했다. 이 곳은 현지 고객들이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매출을 최대 20~50%까지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푸드응온 오프라인 매장(출처: cafebiz)

현재 푸드응온은 팬페이지, 웹사이트, 앱과 같은 자체 구축 기술 플랫폼과, 그랩푸드 또는 나우 같은 주문 플랫폼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다채널 판매를 하는 18개 브랜드를 보유한 F&B 스타트업이다. 현재는 센트럴 키친 주변 현지 고객에 맞춤화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시장 확대 단계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구성된 사람과 주식 공유를 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를 위해 본격적으로 빈탄 센트럴 키친 외에 호치민의 다른 지역에 몇 개의 센트럴 키친을 더 지을 계획이다.

푸드응온의 현장 서비스 및 배송 직원(출처: cafebiz)

글쓴이 이지연
<베트남 비즈니스 수업> 작가
베트남 비자인 캠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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