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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영유아 일천만 명 시장에서 ROAS 600% 달성한 비결

icon view1388 2020-09-21
Veyond 매거진

시대를 읽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예측이 너무 빠르게 미래를 예견한 나머지 ‘너무 앞서나갔다’는 평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 시대, 혹은 시장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을 때부터 먼 미래를 예견해가며 준비해 가다 결국 자신이 예견한 시대가 채 오기도 전에 마무리를 지어야 했던 사람들에게 매겨지는 씁쓸한 평가다.

그래서일까. 베트남에서 엠베슬링을 운영하는 박태윤 디렉터는 ‘딱 반 보 앞서가는 서비스가 좋은 서비스’라고 말했다. 그는 다가올 미래를 지나치게 예상하는 식으로 시장에 접근하지 않았다. 대신 베트남 소비자들이 가장 익숙하게 생각하는 소비환경을 구축해놓고 그다음 스텝을 준비했다.

VEYOND는 그간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여러 인물들을 만나보았다. 박태윤 디렉터는 그중에서 가장 ‘시행착오’가 적었던 인물이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왜 그가 시행착오를 적게 겪었는지’ 알 수 있었다.

“베트남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좋을까?”

박태윤 디렉터가 베트남 비즈니스를 진행하면서 계속 염두에 두었던 질문이다. 바로 이 질문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엠베슬링은 베트남에서 육아용품 중 하나인 ‘슬링(Sling : 아이를 안기 위해 사용하는 천, 아기띠)’을 판다. 슬링 하나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5만 원이 넘는다. 한국에서도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소득 차이까지 고려한다면 베트남에서 꽤나 비싸게 팔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박대윤 디렉터는 베트남에서의 판매 실적이 나쁘지 않다고 한다.

아이도 없는 그가 베트남 육아용품 시장을 선택한 것은 철저히 ‘계산된 결과’였다. 그는 자신이 잘 아는 물건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택하지 않았다. 대신 베트남 안에서 충분히 성장하고 있으며 아직 경쟁자가 적은 시장을 찾아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육아용품, 그중에서도 슬링이다.

왜 하필 베트남인가? 분야도 심지어 ‘육아용품’이다

통계적으로 살펴보자면 베트남은 한 해에 15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 6세 미만의 영유아 인구수만 천만 명이 넘는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합계출산율이 제일 낮은 나라다. 신생아 수의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시장 규모도 차이가 있다. 국의 육아 시장 규모는 약 33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베트남의 경우 최대 50억 달러 규모로 보고 있다.

우리는 시장 성장성이 큰 시장, 그중에서도 경쟁자들이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 더 집중하고 있는 시장을 선택했다. 그게 바로 육아시장이다.

베트남 아기
가장 젊은 국가 중 하나인 베트남

그런데 우리는 베트남에서 온라인 커머스를 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육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타깃 고객을 명확하게 잡고 베트남 육아 시장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확인한 후에 시장 경쟁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면밀히 분석했다.

육아용품이라는 한 카테고리에 묶인다 해도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기저귀나 분유 같은 품목은 온라인이 오프라인에 비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부피가 커서 보관비용과 운송비용은 많이 드는데 경쟁이 치열해서 마진은 별로 남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품목으로 접근했던 온라인 업체들 같은 경우에는 가격 경쟁에서 실패했다.

그래서 우리는 육아 관련 모든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대신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의 고객을 타깃으로 잡았다. 프리미엄 마켓에 진입을 하다 보니 다른 데서 살 수 있는 제품보다는 우리 회사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을 팔아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슬링이었고 제품 차별화를 주기 위해 기존에 시장에 나온 제품보다 개선된 제품을 직접 제품을 개발해 판매했다.

제품 가격이 제법 높다. 매출이 궁금하다.

로아스(ROAS : 마케팅 비용 대비 매출) 기준으로 600%가 나왔다. 100만 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면 600만 원의 매출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괜찮은 성적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일단 제품이 괜찮았다.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은 직접 만들다 보니 품질관리가 잘 됐다. 같은 이유로 고객이 제품에 대해 피드백 주시는 부분을 바로 반영할 수도 있었다.

우리가 처음부터 막연하게 ‘고가 제품’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구매력 있는 고객들을 찾아내서 그들에게 높은 품질의 제품을 판매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고객 타깃과 세그먼트 전략에 기반한 마케팅도 잘 먹혀들었다. 여러 가지 시너지가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거둔 것 같다.

베트남 브랜드 로아스 판매페이지
엠베슬링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한국과의 차이도 궁금하다.

베트남과 한국의 발전 속도에 시차가 있다 보니 한국에서 5~6년 전에 통했던 마케팅 기법이 베트남에서도 유효하단 걸 확인했고 자신감을 얻은 부분이 있다.

지금 제일 중점을 두고 있는 마케팅 채널은 페이스북이다. 한국에서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이 중요한 마케팅 채널이지만 베트남에서의 페이스북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의 ‘네이버’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니까 베트남 사람들은 페이스북으로 뉴스피드만 보고 넘기는 게 아니라 거기서 뉴스도 보고 쇼핑도 하고 마치 생활 플랫폼처럼 이용한다.

현재 베트남에는 현재 약 6100만 개의 페이스북 계정이 있다. 베트남에서 페이스북은 ‘대세’ 소셜미디어다. 베트남 인구가 약 9600만 명인 점을 고려했을 때 젊은 사람들이라면 페이스북 계정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 상품구매 절차
현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가 페이스북을 통해 쇼핑을 한다

페이스북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한 쇼핑은 기존 온라인 쇼핑몰과는 다르게 복잡한 회원가입이 필요 없다. 그저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배송지와 연락처를 전달하는 것으로 주문이 완료되므로 훨씬 간편하다. 또 사진으로만 제품 확인이 가능한 온라인 쇼핑몰과는 달리 모델이 직접 상품을 착용하는 영상을 라이브로 보여줌으로써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라이브 스트리밍 기반 쇼핑몰은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 운영비가 절감되기 때문에 가격이 더 싸다는 점도 인기의 이유다.

한국의 라이브 커머스
한국에서는 ‘라이브 커머스’라는 형식으로 많이 시도되고 있다 ⓒJAMLIVE

한국의 마케팅 공식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맞다. 한국에서는 자체 사이트를 만들고 그걸 네이버 등에 연결해서 홍보해서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베트남에서는 보통 자기가 직접 물건을 공수해와서 페이스북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판매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다른 플랫폼을 통해 마케팅하는 게 효과가 별로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고 페이스북에서 마케팅을 집중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한국에서 온라인 커머스를 하시는 분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정형화된 모습들이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쇼핑 사이트로 들어가서 원하는 물건을 검색한 뒤 장바구니에 넣고 배송을 받는 방식이다. 물론 베트남에서도 이런 사이트가 있다. 라자다나 쇼핑, 티키 같은 게 대표적이다.

우리도 베트남에 진출하기 전에는 당연히 사이트가 필요하고 배송과 결제 시스템을 붙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베트남에서 COD(Cash on Delivery)가 주된 결제 솔루션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어떻게 쇼핑 시스템에 적용시켜야 할지 감이 잘 안 왔다. 그래서 전자결제 솔루션 업체들과도 제휴를 맺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베트남 사람들 입장에서 이건 불편한 방식이다. 어떤 플랫폼에 들어가서 전자결재를 하고 계좌이체를 하는 것보다 그냥 페이스북을 통해서 판매자한테 ‘나 이 물건 사고 싶으니 보내달라’고 말하는 게 훨씬 직관적이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로 치면 당근 마켓 같은 방식이 베트남 온라인 커머스의 트렌드다. 그래서 결국 베트남 분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제일 좋다고 판단했고 페이스북을 주 판매 채널로 삼았다.

그래도 결국은 ‘탈 페이스북’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 사이트를 이용하시는 10대, 20대 젊은 층들은 태어나서부터 모바일 환경을 접했고 익숙한 분들이라서 온라인에서 편하게 구매를 한다. 이분들이 성장하게 되면 당연히 베트남도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전자상거래 형태가 주를 이룰 것이다.

그러나 그게 지금은 아니다. 지금 이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잘 쓰고 있는데 갑자기 ‘이게 새로운 구매 방식이니까 앞으로는 사이트에서 전자결제를 하라고 말하면 그게 과연 베트남 사람들 입장에서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반 보 앞선 제품이나 반 보 앞선 서비스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이미 익숙한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게 맞다. 이게 ‘새로운 방식’이라고 무작정 이야기하면서 현지와 다른 사정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꽃수레를 끄는 사람
베트남은 ‘베트남’만의 방식이 존재한다

베트남은 물류가 약하다고 알고 있다. 제품 배송에 이슈는 없는가?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비행기를 타면 두 시간이면 간다. 국토의 길이가 한국의 딱 두 배 정도 된다. 그런데 이 거리를 차량이나 버스로 이동하게 되면 거의 24시간이 걸린다. 도로 사정이 한국보다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맞다. 그래서 2년 전만 해도 물건을 보내면 3~4일은 기본으로 걸렸고 그전에는 6~7일이 걸리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새는 호찌민에서 물건을 보내면 이틀 정도면 하노이까지 간다. 심지어 요새는 티키나 쇼피 같은 대형 오픈마켓들은 배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 부분을 경쟁 포인트로 삼기 위해서 호찌민이나 하노이 같은 대도시에서는 당일 배송 혹은 반나절 배송까지 하고 있다.

물류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베트남이 한국보다는 조금 뒤처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도로가 좋고 나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얼마나 빨리 배송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덕분에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한국 시장은 치열하다. 버티컬 한 영역까지 경쟁자가 가득 차 있다.

그런데 베트남은 ‘온라인 커머스’ 측면에서만 봤을 때는 2000년대 중반에서 2010년 사이의 한국과 비슷한 것 같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옥션, G마켓, 인터파크 같은 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쿠팡이나 위매프 같은 소셜 커머스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이었다. 베트남도 지금 그런 상황과 가깝다.

시장 자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그 시장의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단 의미다. 한국의 경우 한 업계에 1위, 2위 플레이어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그 시장에서 3위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뛰어들기 쉽지 않다. 하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변하고 있다. 굳이 1등을 하지 않아도 된다. 2등, 3등에게도 더 나아가 4등, 5등에게도 성장할 기회가 있다. 그 측면에서 베트남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인 것 같다. 이 매력적인 시장에서 아무쪼록 좋은 기회를 잡길 바란다.

엄베슬링 박태윤 디렉터
엠베슬링 박태윤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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