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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혐한 팩트체크, 정말 한국인에게 “빵 쪼가리”를 준 것일까?

icon view15925 2020-09-22
Veyond 매거진

모두가 멀어지고 있는 ‘코로나 시대’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가격리를 위해 세상과 14일간 단절에 들어갔으며 또 어떤 분들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집에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거리가 한산해진 탓에 소상공인들도 극심한 매출 부진으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기록될만한 강력한 전염병 앞에서 우리 모두 몸을 움츠리며 이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세계에 전파된 코로나19
전 세계를 ‘일시정지’ 시키고 있는 코로나19

활동에만 제한이 생긴 게 아닙니다. 경제, 국제 교류 모두 ‘일단 멈춤’ 상태입니다. 최근 한국으로 입국한 외국인의 숫자는 1월 초 대비해서 93%나 감소했습니다. 지난 4일에는 중국에서 입국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92년, 중국과 수교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지금 입국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한국인이란 점까지 고려해볼 때 현재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한국은 코로나19 사태를 일찍 겪었습니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 집단 감염이 진행되면서 한때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숫자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신종 전염병에 대한 정보가 적었던 초기,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를 한국과 중국 등 일부 나라의 문제로 생각했습니다. 당시 많은 나라들이 한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했습니다. 베트남도 그중 하나입니다.

포즈를 취하는 베트남 학생
‘입국 제한’은 베트남의 부족한 방역 시스템을 감안한 최선의 카드였습니다

그러다 어떤 소동이 발생했습니다. 대구 공항에서 출발한 한국인 20명이 다낭에서 격리되었는데 이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식사도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겁니다. 당시 YTN은 이 내용을 단독 보도하며 “우리 국민 20명이 사실상 감금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도 자물쇠로 잠겨 있는 병동에 갇힌 채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게 격리된 분들의 주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기사 중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한 인터뷰이가 ‘빵 쪼가리’를 언급한 대목입니다.

한국 방송사 인터뷰 내용
문제의 인터뷰

이 보도를 들은 베트남 사람들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왜냐고요? 이 인터뷰에 나온 ‘빵 쪼가리’가 바로 베트남의 전통 샌드위치인 반미(bánh mì)였기 때문입니다. 쌀국수와 함께 베트남에서 손꼽히는 서민음식이며, 베트남인들이 이민을 간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국민 주식’ 이었기 때문이죠.

베트남 전통 샌드위치 반미

베트남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격리된 한국인들이 자국의 상징과도 같은 음식을 낮추어 부르며 불만을 터뜨렸기에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격리된 외국인에게 비빔밥을 제공했는데 ‘풀떼기만 주더라’고 불만을 터뜨린 셈입니다. 베트남 국민들의 분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드러났습니다. 온라인에서 “베트남에 사과하라(#Apologize To VietNam)”, “한국인들은 거짓말을 멈춰라(#Korean Stop Lying)” 같은 내용의 해시태그가 트위터에 올라왔는데 그 숫자가 무려 70만 건 정도였습니다.

유감을 표하는 베트남 인스타그램
강한 유감을 보이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

문화 차이로 인한 ‘어떤’ 오해들

갑작스레 격리된 시민들은 많이 당황했을 겁니다. 게다가 격리된 병실은 자물쇠로 잠겼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데 출입문까지 봉쇄되니 혼란이 왔을 겁니다. 하지만 베트남의 대접이 납득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먼저, 대구에서 다낭으로 입국한 한국인 관광객 중 일부에 발열 증세가 있었기에 감염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럴 경우 많은 국가들은 즉시 격리 조치를 시행합니다. 지난 1월 말, 한국 역시 우한에서 전세기로 들어온 교민들의 발열 증상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격리 조치를 시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현재 베트남 호찌민에서 유통업을 하고 있는 ‘DG VINA’의 양승재 마케팅 팀장은 VEYOND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베트남 사람들은 이기적일만큼 경계심이나 조심성이 크다. 한국인만 막아서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지방 사람들은 감염될까봐 도시 사람들의 출입도 막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불친절도 사실이 아닙니다. 베트남 전문 신문 ‘베한타임즈’는 <베트남의 강력한 방역에 협조해야 하는 이유> 보도를 통해 “호찌민시 공안들이 한국인 거주 지역을 돌며 근래 한국 방문 여부와 건강 체크 등을 하고 있다”라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자물쇠로 병원 문을 걸어 잠근 것에 대한 항의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특별히 부당한 조치는 아니었습니다. 베트남은 이번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격리자들에게 감금 방식의 격리를 동일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방역 관리하는 베트남 사람들
문을 잠그는 것은 물론, 외부에 감시자를 두는 등 철저한 격리를 시행 중인 베트남

부족했을지는 몰라도 베트남 당국의 대처가 상식 밖의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양국의 오해가 풀리기도 전에 나온 언론들의 보도는 양국 간의 관계에 혼선을 주었습니다.

한국 언론사들은 ‘반미 사건’ 이후 베트남 사회에 혐한 분위기가 번지면서 시설 출입을 거부당하고 있다는 뉴스를 앞다투어 전했습니다. 이런 내용의 글을 접한 몇몇의 한국인들은 다시 댓글을 달기 시작합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인을 혐오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식의 내용이었습니다. 일부는 인종차별적인 말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보도에는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방역 환경이 취약한 베트남은 코로나19 초기부터 봉쇄를 선택했습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을 한국보다 먼저 막았습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학교의 개교를 미뤘고 공장도 폐쇄하는 등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따라서 시설 출입 거부 역시 ‘혐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시행되는 강력한 정책의 일환으로 이해하는 편이 합당합니다.

한국발 보도만 문제가 된 것도 아닙니다. 베트남 현지 언론도 ‘한국인들은 호텔에 격리돼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도 불만을 내뱉는다’고 보도했지만 한국인 관광객들은 호텔이 아닌 병원에 격리돼 있었습니다. 다낭시 현지 호텔들이 코로나19를 우려해 한국인 관광객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양국 일부 언론의 보도 때문에 두 나라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진 셈입니다.

한국과 베트남 국기
양국의 관계는 단순한 ‘교역국’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오해는 있었지만, 양국의 우정은 ‘이상 무’

YTN은 보도를 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보도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YTN은 “인터뷰 내용을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에 일부 감정적인 불만과 표현이 여과 없이 방송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며 “국가 간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전달 방법에 신중을 기하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YTN의 사과는 한국어 뿐만 아니라 베트남어로도 번역되어 게재되었습니다.

한국 방송사 사과문
YTN의 정식 사과

YTN의 사과 이후 베트남 언론은 그 내용을 앞다투어 보도했습니다. 댓글 반응은 대체로 YTN 보도가 경솔했던 것을 지적하며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이들에게 호의적이니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당부의 말들이었습니다. 양국의 언론이 일각의 자극적인 입장만을 가져와 ‘침소봉대’ 하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한국과 베트남 간의 우호관계가 지속되길 바라며 오해를 풀고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지지하는 글

지난 3월 24일, 베트남은 모든 외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LG 공장 직원 250여 명의 입국을 특별히 허가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3일에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의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며 방역 및 임상 분야에서 협력하자”라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은 지난 7일, 베트남의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베트남 측에 100억 동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베트남의 제1투자자입니다. 베트남은 한국의 제4수출국입니다. 양국의 경제적 문화적 교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된 이후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성급하고 무리하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된 보도는 감정적 갈등만 일으킬 뿐입니다. YTN이 사과문에 담았던 “국가 간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전달 방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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