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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상사맨이 베트남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

icon view1242 2020-09-21
Veyond 매거진

곽세혁 대표는 삼성물산 출신이다. 상사맨으로 출발했기에 그에게 특별한 창업 계기가 있을 줄 알았다. 다양한 업무 와중에 창대한 미래를 보고 창업을 결심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곽 대표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다소 싱거웠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상사에서 일하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그런 그를 ‘사업’으로 이끈 원동력은 단 하나의 문장이었다.

그냥, 제 것이 하고 싶더라고요

곽세혁 대표는 현재 동남아시아의 최고의 스타일테크 스타트업을 목표로 ABC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립 계열 화장품 중심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큰 덩치에 누가 봐도 ‘남성적’으로 생긴 그가 립 제품을 판다고 하기에 ‘혹시 원래 이런 쪽에 관심이 있었냐’고 물었다. 특별한 대답을 기대했지만 곽 대표는 “제품의 트렌드는 직원들이 잘 안다”라며 자신은 기술에 치중하고 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상사맨들이 철강이나 원부자재들을 잘 알아서 사고파는 게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파악해서 가장 적합한 조건에 거래를 이뤄내는 게 그들의 일이다.

베트남 스타일 콘텐츠 플랫폼 웹사이트
ABC스튜디오가 운영하는 베트남 최초의 스타일 콘텐츠 플랫폼

곽세혁 대표가 베트남 바닥을 누빈 지 벌써 5년이다

​그가 운영하는 ABC 스튜디오는 그 장래성을 인정받아 여러 차례 투자를 받았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사 ‘더인벤션랩’으로부터 추가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어깨가 무거워지는 그 순간, 코로나19로 갑작스레 발이 묶여버렸다. 잠시 한국에 머물러있는 동안 인터뷰에 응해준 그에게 ‘베트남에 가보지 않아도 괜찮냐’고 물어보니 대뜸 직원 자랑을 했다.

저희 회사 퇴사율이 0%입니다

이어지는 말은 믿음에 가득 찬 단어들뿐이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며, 그래서 직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권한을 주고 그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대표는 흔하지 않다. 그래서 대표가 코로나19로 한국에 있지만 ABC 스튜디오는 잘 돌아간다.

​베트남은 원래 쇼핑몰 하기 힘든 지역이다. 전자상거래에 필수적인 전자결제가 활성화되지도 않았을뿐더러 국토 크기에 비해 물류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ABC 스튜디오의 성과는 나쁘지 않다. ABC 스튜디오가 운영하는 B.Box나 Stylebox는 베트남 내 10~20대 여성 대다수가 알고 있는 브랜드다. 페이스북 팬 페이지의 팔로워 수는 40만 명 가까이 되고, 홈페이지에 쌓인 제품 리뷰 수는 2만 건을 넘는다.

​그가 걸어온 길이 점점 궁금해졌다.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화장품은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이다. 한국과 베트남의 선호도 차이가 있나?

​전체적인 트렌드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제품은 베트남에서도 유행한다고 보시면 된다. 예를 들자면 베트남 사람들은 원래 매트(광택이 없고 짙은) 한 계열의 제품을 좋아했는데 최근은 한국에서 유행하는 글로시한 제품들을 많이 쓴다.

​아무래도 베트남이 워낙 한류가 강한 곳이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젊은 층들은 한국 드라마나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잘 따라온다. 물론 한국에서도 서울 지방의 유행 시차가 있듯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도 유행하는 시차가 있긴 한데, 전체적인 선호도는 비슷한 편이다.

베트남 여성 코스메틱 샵
한국과 비슷한 모습의 베트남 코스메틱 샵

베트남에서 이커머스가 쉽지 않다는 평이 많다. 매출은 잘 나오는 편인가?

다른 일반적인 쇼핑몰보다는 많은 편이다. 우리는 단순히 상품을 온라인에 전시한 뒤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우리 주 고객들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이다. 과거와 같은 방식의 마케팅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상품에 대한 의견과 평가, 정보 공유가 일어나는 일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주: 곽세혁 대표는 이를 ‘커뮤니티 커머스’라고 칭했다)

그래서 우리 커머스는 우리가 직접 어떤 상품을 선정하고 홈페이지에 올리는 대신 고객이 직접 제품을 추천하고 리뷰 콘텐츠를 올리고 있으며 또 다른 고객들은 그들의 리뷰, 추천 콘텐츠를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소비자들 상호 간의 교류를 통해 판매가 일어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베트남 호찌민에 스튜디오 쇼룸을 열었다. 거기에는 거의 모든 한국산 립밤, 립스틱, 립틴트가 구비되어 있다. 이 스튜디오에 인플루언서들이 찾아와 제품과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하며 우리 커머스의 콘텐츠 생산을 담당하는 ‘블로거’들이 제품을 사용하고 리뷰나 콘텐츠를 작성하기도 한다. 이렇게 블로거나 인플루언서들이 만든 콘텐츠를 통해 수익이 발생되면 일부분 나누기도 한다.

베트남 화장품 상품 구매 페이지
한국만큼 리뷰가 상품구매에 강력한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판매가 많다고 알고 있다

페이스북 내에서 판매하는 트렌드는 조금 지나고 있다고 판단된다. 1년 전에는 유효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많이 넘어오고 있다. 그럼에도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는 중요하다. 우리는 제품 자체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관련된 콘텐츠를 큐레이션 해서 올리고 고객들은 그 콘텐츠를 통해 우리 커머스 사이트로 넘어온다.

정리하자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직접 판매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콘텐츠를 유통하고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차원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통로다.

직접 겪어본 베트남 시장을 종합하자면?

베트남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시장이 성장하는 속도보다 경쟁사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다. 베트남 시장에 기회가 많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등 그 시장을 노리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막연하게 베트남을 ‘기회의 땅’ 정도로 생각하고 사업을 시작한 경우에는 적잖게 당황하게 된다.

경쟁이 치열한 걸 베트남 사람들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걸 적당히 이용한다. 예를 들어 무료 제품 프로모션 같은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단순히 ‘되는 시장’이라는 생각만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엄청난 경쟁을 이겨낼 생각을 해야 한다.

세계지도 베트남
매력만큼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베트남 시장

다양한 인사이트 전해주셔서 감사하다. 베트남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에서 내가 이만큼 했으니까 그걸 그대로 가져가서 베트남에서 하면 베트남 고객들도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하고 사업을 시작하시면 거의 100% 실패한다고 보면 된다. 한국이 베트남보다 트렌드에 빠르니까, 내가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모델을 그대로 베트남에서 이식하겠다. 그렇게 베트남에 뭔가 가르쳐주겠다. 이런 생각으로 사업을 하면 상상 이상의 우여곡절을 많이 겪게 된다.

실제로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유행했던 모바일 홈쇼핑, 크라우드 펀딩 같은 걸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지만 결국 접어야 했다. 베트남에는 베트남에 맞는 모델이 있다. 앞서 말했듯 베트남에는 엄청난 경쟁자들이 있다. 그들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막연히 ‘한국에서 했던 모델’을 찾는 게 아니라 베트남에 적합한 모델을 찾아 적용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행착오가 있을지언정 포기하지 않으면 그때까지는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회의 땅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경쟁자가 있는, 한국과 비슷해 보이지만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시장인 베트남을 공략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이 시장에서 큰 기회를 잡으시길 바란다.

ABC 스튜디오 곽세혁 대표 사진
ABC 스튜디오 곽세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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