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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디지털 은행 시장, 이제 한국과 견줄 만할까?

icon view4075 2022-04-25

베트남 정부와 중앙은행은 수년 전부터 무현금거래, 전자정부, 스마트시티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는 이미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베트남이 뒤처지지 않게 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2019년 말부터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디지털 생태계에서만 구현 가능한 무현금거래, 전자정부, 스마트시티의 현실화를 더욱 가속화하게 되었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계적 환경과 국내 상황에 맞추어 베트남 정부는 2019년 9월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인 참여를 위한 정책 가이드라인’에 관한 정치국 결의문을 통해 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 계획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이어 2020년 6월 3일 ‘2030년 비전과 2025년까지의 국가적 디지털 전환 프로그램 소개’에 관한 총리 결정문을 공포하였고, 베트남 중앙은행은 2021년 5월 11일 ‘2030년을 향한 2025년까지의 금융부문 디지털 전환 계획’을 승인하는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의 결정문을 통해 이에 부응하였다. ‘2030년을 향한 2025년까지의 금융부문 디지털 전환 계획’은 향후 베트남 디지틸 금융의 발전 방향과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이 내용은 본 칼럼의 후반부에 다루기로 한다.

베트남 정부의 정책 선정 및 수행

베트남의 디지털 은행에 대해 논하기 이전에 먼저 베트남 정부의 정책 선정 및 이행 과정과 베트남 금융산업 현황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베트남은 공산당 1당 체제의 사회주의공화국이다. 헌법적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두는 가치는 공산당이며, 베트남 공산당의 모든 주요한 정책은 공산당 산하의 핵심지도부인 정치국에서 결정된다.

한국과 같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로 운영되는 정부의 경우, 정부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시장의 변화에 따라 정부의 정책과 제도를 정비하고 마련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분야의 경우는 IT 기술의 발달에 따른 산출물로 디지털 환경 속에서 개인, 기업, 사회가 안전하게 보호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왔다.

하지만, 베트남은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나 시스템이 있을 경우, 정부가 주도적으로 그 사업이나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식이다. 디지털 금융의 경우도 정부가 디지털화에 대한 목표 설정을 하고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이 그 목표를 달성하도록 강제하는 식으로 정책이 시행된다. 따라서 사업이나 시스템에 대한 향후 발전 방향과 시기에 대한 예측이 비교적 용이한 반면, 시장 참여자들의 입장에서는 강제적으로 시스템을 갖추어야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베트남 디지털 은행 현황

현재 베트남의 금융기관을 은행과 비은행으로 나누어본다면 아래와 같다.

베트남의 금융산업은 은행이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한국처럼 다양한 형태의 금융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디지털금융의 발전 또한 은행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 한국과 다른 점은, 한국은 코어뱅킹시스템을 각 개별 은행에서 SI방식으로 구축하며 금융결제원 망의 발전된 결제시스템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베트남은 대부분의 은행이 외국산 코어뱅킹 솔루션을 쓰고 있어 은행 자체적으로 다양한 뱅킹 서비스를 개발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이다. 핀테크회사의 입장에서는 한국보다 베트남의 금융산업 환경이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기에 더 낫다고 할 수 있겠다.

​다양성 측면에서 보아도 베트남 은행에서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는 예금, 적금, 정기예금, 국내송금, 해외송금, 환전, 대출 등의 기본적인 상품 제공을 위주로 하고 있어 핀테크 기술을 통한 금융서비스의 다양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베트남 중앙은행의 비현금화 서비스 확대에 발맞추어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의 서비스 채널의 성장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나, 한국과 같은 가상계좌서비스, 비대면 계좌개설을 위한 e-KYC, 대량송금 등의 솔루션 개발과 적용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예를 들어 급여계좌이체의 경우, 은행 홈페이지에 가면 마치 새로운 상품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으나 실상은 각 고객사의 급여일에 엑셀파일을 수령하여 은행직원이 직접 건별 송금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다양한 대금수납을 위한 가상계좌서비스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 이와 같이 다양한 결제서비스가 출시되지 못하는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이 코어뱅킹 자체를 외국산 솔루션으로 가져다 쓰다보니 자체 개발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은행간 결제시스템인 CITAD(베트남 중앙은행에서 제공하는 결제시스템) 또는 IBFT(본래 베트남 중앙은행 산하 NAPAS의 ATM, CD기를 통한 거래의 은행간 결제를 위한 시스템이나, 현재는 건당 3억 동 미만의 은행간 실시간 송금 결제를 위해 사용되고 있음)가 다양한 결제서비스를 출시하기에 사용성이 적합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이처럼 은행 서비스 및 송금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한국과 같은 형태의 대금수납 서비스의 경우 베트남 전자지갑업체(PG사)의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MoMo, ViettelPay와 같은 업체들이 고객의 은행계좌로부터 송금을 받은 후 해당 고객의 전자지갑을 충전해주어 다양한 대금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금결제서비스가 전자지갑업체(PG사)들의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 내에서는 이들 전자지갑업체(PG사)들이 디지털 은행의 선두주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디지털 은행의 중심에는 결제시스템의 직접적인 연계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금융 소비자에게도 편리하고, 신속한 금융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말은 결국 은행 자체 코어뱅킹시스템의 개발로 디지털 은행의 기반이 마련되어야 사회 전반의 디지털 은행 환경이 만들어지고, 이러한 디지털 은행의 기반을 바탕으로 다양한 결제수단의 연계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디지털 은행의 선두주자로 여겨지는 전자지갑업체(PG사)의 결제서비스는 납부자인 개인의 입장에서는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수납을 받는 기업은 고객 납부 후 대금 정산을 위해 2~3일이 소요되고, 전자지갑업체(PG사)에 건당 높은 수수료(8,000동~12,000동)를 지불해야하는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디지털 은행 서비스 제공이 되지 않는 불편함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반쪽짜리 디지털 은행이라고 볼 수 있다.

베트남 디지털 은행의 발전 방향

베트남 정부나 중앙은행 또한, 사회전반의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금융 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산업 디지털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베트남 중앙은행은 최근 앞서 언급한 ‘2030년을 향한 2025년까지의 금융부문 디지털 전환 계획’을 승인하는 결정문을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 시행령으로 공표하였다. 여기에는 베트남 중앙은행을 포함한 각 금융기관 및 금융분야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달성 목표가 적시되어 있고, 이를 2025년까지 달성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향후 10년 동안 베트남 금융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다음은 해당 시행령에 명시된 2025년까지의 세부 목표를 시행 대상에 따라 정리한 표이다.

[2025년까지 세부 기본 목표]

* Level 4 : 정부기관의 웹사이트 또는 웹포탈 서비스에 대한 규정에 관한 정부 시행령(No.43/2011/ND-CP)에 정의된 온라인 서비스의 수준으로 온라인 상에서 행정업무(신고, 서류 제출 등) 뿐만 아니라, 정부에 각종 요금 지급까지 가능한 서비스 수준임

[2030년까지 기본 목표]

위의 표에 나와 있듯이, 앞으로 베트남 중앙은행은 위에 명시된 목표 달성을 위해 매년 각 은행의 디지털 전환계획 및 수립된 계획에 따른 디지털 전환 진행 상황에 대한 점검을 진행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정부의 정책목표는 베트남 디지털금융 발전을 더욱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베트남 국민들에게 제도권 금융의 확산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추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 또한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현지법인으로 설립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수년 전부터 이미 비대면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늘려왔다. 특히, 우리은행은 한국계 은행 최초로 e-KYC 그리고 가상계좌 서비스를 현지은행에 선보이며 디지털 서비스 확장에 공격적인 모양새를 보여왔다. 그러나 기업고객이 대부분인 지점 형태의 한국계 은행의 경우는 디지털 전환에 따라 발생하는 IT 부문의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므로 아직은 미온적인 자세로 현지 추세를 관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대형 상업은행 중 VP Bank는 베트남 내 배달 플랫폼 사업자인 Bee그룹과 조인트벤처 형태로 디지털 은행 Cake를 설립해서 비대면 디지털 은행을 시범 적용 중에 있고, 2017년부터 TP Bank는 24시간 무인 은행 시스템인 Live Bank를 도입해 현재까지 운영 중에 있다. 그 외 다수 대형 은행들도 한국 등 디지털 은행 선진국들과 손잡고 조인트벤처 혹은 지분 참여 형태로 베트남 내 디지털 은행의 설립을 준비 중에 있다.

베트남 TP Bank의 24시간 무인 은행 시스템, Live Bank(출처: TP Bank 홈페이지)

베트남 인근 국가 중 디지털 은행 시장을 선도하는 있는 국가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이미 2020년 12월 고젝-싱텔 컨소시엄, 씨그룹, 중국 그린랜드 홀딩스 컨소시엄, 중국 앤트그룹에 디지털 은행 자격을 취득하였다. 그렇다면 베트남은 어떤가? 현재 베트남 내에는 아직 디지털 은행 라이센스에 대한 법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더군다나, 디지털 은행을 위해서는 각종 은행 거래의 비대면화를 위한 법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직이다. 예를 들어 비대면으로 예금 거래를 개설한다고 가정하면, e-KYC를 통해야 한다. 현재 베트남 내 은행 중에 e-KYC를 적용한 곳은 존재하지만, 명확한 법적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이 부분은 베트남 중앙은행 또한 주지하는 사실이며, 이에 베트남 중앙은행은 디지털금융 및 핀테크 분야에 법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샌드박스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필자가 처음 베트남에 왔던 2008년의 베트남 금융 시스템을 돌이켜보면, 휴대폰의 버튼 조작으로 송금이 쉽게 이루어지는 현재의 상황이 놀랍기만 하다. 베트남은 젊은 노동인구를 바탕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추구하고 있기에 베트남 사회는 앞으로 디지털 환경에도 빠르게 대응해 나갈 것이며, 앞으로 5년의 변화가 베트남 디지털 금융 환경의 전환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서 핀테크를 하는 기업,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를 전개하는 기업, 동남아시아 금융 사업을 도전하려는 기업, 현 한국에서 금융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베트남 내의 디지털 환경이 변화하려는 지금 이 순간이 최적의 기회임을 염두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이정훈

베트남 IT기업 ‘핑거비나’ 대표
책 <NOW 베트남, 성장하는 곳에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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