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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베트남을 말하다 ③신남방정책 :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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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yond 매거진

신남방정책 : 한국이 선택한 제 3의 길

신남방정책 을 살펴보기 전, 잠시 지도를 펴 보자. 중국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나라다. 동시에 미국의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자신들이 쳐놓은 동맹국의 경계선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나라다. 이 가운데서 한국은 미중 양국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 중국과는 매우 많은 교역을 진행하며 국제분업의 큰 축을 나누고 있으며
  • 미국과는 명시적인 동맹국으로서 경제적 협력은 물론 안보적 협력까지 진행하고 있다
  •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모두와의 관계를 쉽게 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외교 상황에서 한국이 꺼내든 ‘제3의 카드’가 있다. 바로 신남방정책 이다.

한국과 그 주변국들 지도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한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 하길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뻗어나가려는 중국 : 일대일로(一帶一路)

2013년 9월, 시진핑 중국 주석은 카자흐스탄에서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꺼낸다. 2049년까지 새로운 실크로드를 구축할 것이며 이를 통해 중국과 주변 국가의 경제/무역 합작 확대의 길을 열겠다는 포부였다. 훗날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라고 불리고 있는 중국의 이 계획은 교통망을 통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 권역을 구축하겠다는 것을 요지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계획에 큰 불편함을 느낀 나라가 있다. 바로 미국이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국의 교통망
새로운 세계의 중심을 꿈꾸는 중국

​현대 사회에서 전쟁은 쉬이 벌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영토를 둘러싼 분쟁이나 전쟁은 확실한 명분이 없다면 국제사회에 큰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각 나라들이 영향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경제 분쟁’의 형태로 일어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확장이 아닌 일종의 선전포고와 같았을 것이다. 더 이상 미국이 아닌 중국이 중심이 되는 독자적인 경제 축을 만들겠다는 중국의 야심은 그렇지 않아도 무역적자에 신음하던 미국에 위기감을 주었다. 동시에 사람들에게 ‘팍스 아메리카나’의 신화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중국을 막으려는 미국 : 인도-태평양 전략

2017년 11월, 아시아 순방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FOIP: Free and Open Indo Pacific Strategy)’이란 개념을 꺼내든다. 이전까지 ‘아시아-태평양’을 중심으로 그었던 미국의 전략 구상선을 ‘인도’까지 늘린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선언이 있은 지 정확히 4년 뒤에 나온 이 선언은 생각보다 꽤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의 관점으로 볼 때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 경계의 가장자리에 있다. 그런데 이 경계가 인도까지 나아가면 마치 중국을 에워싸는 형태가 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중국을 포위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

이러한 추론은 2018년 11월에 백악관을 통해 거론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살펴보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을 견인하며 앞으로도 투자와 경제적 협력을 확대해나가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특히 주목할 문장은 다음과 같다.

백악관 대변인실 발표 내용

“항행의 자유와 권리?”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는 ‘육상’과 ‘해상’ 두 가지로 나뉜다. 여기서 ‘해상 일대일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거쳐 인도양을 지나 지중해에 이르는 라인 구축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배타적인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인공섬을 건설하고 민간인 거주 유지 및 확대 정책을 통해 영토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미국의 영향력이 적은 인도양으로까지 영향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해상로는 대항해시대를 넘어 21세기를 바라보는 지금에도 무척 중요하다. 해양로를 통한 물류수송은 모든 나라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비행기로도 수송이 가능하긴 하지만 비용이 매우 비싸기도 하거니와 원유나 철강 같은 원료들을 실어 나르기에도 부적절하다.

미국과 이란의 해상로 분쟁
상당량의 원유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미국과 이란이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기도 하다

중국의 적극적인 해상로 개척에 대해 미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19년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인도 태평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에 임의로 그은 해상 경계선은 근거 없고 불법적이며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중국의 항행 자유 침해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은 약 2900조 원에 이르는 해양 에너지 자원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으며, 불안정성 및 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세안(ASEAN), 미중 분쟁의 중심이 되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인도양과 태평양을 두고 벌이는 두 나라의 신경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놓여있는 아세안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모두에 필요한 지리적 요충지다. 태평양을 넘어 인도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세안 지역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중 분쟁의 가운데서 이들은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을까?

​아세안의 전략은 일명 ‘양다리 걸치기(straddling)’로 요약할 수 있다. 각 개별 국가들의 경제나 외교 상황과는 무관하게 아세안 전체의 입장을 내세우며 ‘더 나은 조건’을 제공하는 나라와 협력을 이어나가겠다는 게 아세안의 방침이다. 단순한 중립이 아니라 실질적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아세안 소속 국가들은 외교적으로도 협력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과 개별적인 외교를 펼치는 게 아니라 ‘아세안+1’ 형식의 외교를 벌이고 있으며 관련된 의사결정도 만장일치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양다리 걸치기’ 전략은 아세안 국가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확장에 위협을 느끼는 베트남이나 필리핀과 같은 나라들은 미국과의 연대를 통해 균형을 찾으려고 한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캄보디아와 라오스 나라들은 투자 유치를 위해 중국과 더 긴밀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아세안은 각 국가별로 상이한 이해관계를 ‘아세안’이라는 공동체의 이득으로 묶음으로써 전략적으로 중국과 미국의 ‘대결 구도’에서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는 일종의 ‘중립적 완충지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아세안 국가지도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중요한 위치적 이점을 활용하는 아세안 국가들

그러나 아세안의 이런 전략도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드러난 게 2018년 11월에 개최된 ‘아세안 정상 회의’였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남중국해를 영토화하려고 하는 중국에 대해 아세안에게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질세라 중국 역시 미국을 배제한 새로운 지역질서를 형성하자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양다리 걸치기’의 유효기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이에 관련하여 아세안 의장국이었던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는 폐막 연설에서 “아세안이 특정 국가 또는 다른 한 국가의 편에 서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어느 한쪽에 서기를 강요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신남방정책, 베트남을 중심으로 아세안을 그리다

이런 상황에서 아세안에게 대안으로 자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한국이 주도하는 ‘신남방정책’이다. 두 강대국의 패권 싸움의 희생양이 되어서도 안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지역질서를 구축하게 된다면 미-중 양 국간의 대결구도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의 역할이 깊다. 지리적으로는 인도차이나반도 우측에 위치하여 대륙과 해양의 관문이 되고 있으며, 인구적으로도 1억 인구를 목전에 두고 있는 거대한 시장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베트남의 가치를 충분히 주목하고 있다. 2019년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홍남기 부총리는 “한국 정부는 베트남을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생각한다”라고 밝히면서 “다양한 협력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 교류도 이미 활발하다. 한-아세안 무역 중 45%가 베트남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을 필두로 이미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이 8,000여 개에 이른다. KOTRA 역시 이러한 흐름을 더욱 활성화하고자 기존 싱가포르에서 운영하던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를 하노이로 이전하는 동시에 다낭 무역관을 추가로 개소하는 등 신남방 진출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베트남 투자기술협력 포럼
작년 베트남에서 열린 한-베 투자 기술포럼 개막식 ⓒ코트라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과를 나오기에는 갈 길이 멀다. 아산정책연구원 이재현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들어선 초기 아세안에 대해서 관심을 잠시 보였다가, 다른 사안에 의해 어젠다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한다. 인식개선도 큰 과제다.

신남방정책의 화두가 경제적으로 국한된 탓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신남방정책을 ‘신흥국에서의 투자를 확대하고 소비시장을 확보한다”라는 소극적인 이해를 보이고 있다.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칫 아세안 국가들에게 ‘한국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인다’고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진정한 신남방정책 의 내용을 구현하기 위해서 한국은 새로운 어젠다를 보다 적극적으로 아세안 국가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세안 특별 정상 회의
정부는 오는 11월에 예정된 아세안 정상 회의에서 ‘해양 5개국’ 협의체를 제안할 예정이다

ⓒVEYOND MAZAGINE

③신남방정책 :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우연이 아니다 끝

베트남을 거점으로 세계 각국에서 성공신화를 건설하고 있는 대원 칸타빌의 베트남 전문 매거진 ‘VEYOND’가 블로그 누적 방문자 5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성원에 보답하고자 ‘코로나 이후 베트남’을 주제로 특집 5부작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베트남 비즈니스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의미 있는 정보를 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VEYOND 특집기사 <코로나 이후 베트남을 말하다>

① 모든 변화의 시발점, 미중무역분쟁

② 코로나19로 무너진 밸류체인 , 그리고 시작되는 변화들

③ 신남방정책 :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우연이 아니다

④ 한국과 베트남, 넥스트 코로나를 함께 준비하다

⑤ 베트남 플레이어들이 말하는 ‘코로나 이후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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