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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한국 음식점’ 차리기 전 고려해야 할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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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yond 매거진

한국과 많이 비슷한 베트남 식문화

베트남 음식은 지역별로 북부, 중부, 남부 지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한국 음식과 비슷하다. 흰밥과 국, 고기, 생선 등을 주식으로 하며 면 요리를 즐겨먹는다. 고추를 빼놓으면 한국 요리를 논하기 어려운 것처럼 베트남도 매운맛이 강한 베트남 고추를 즐겨먹는 편이다. 비슷한 점은 또 있다. 한국에서 젓갈로 간을 하듯 베트남에서는 느억맘(멸치젓)과 맘똠(새우젓)같은 젓갈류가 다양한 요리 소스로 활용된다.

베트남 음식 느억맘
한국의 베트남 음식점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느억맘

이러한 점들 때문에 한국 음식을 처음 접하는 베트남 사람들이나 베트남 음식을 처음 접하는 한국 사람들 모두 서로의 음식에 익숙해지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차이점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에서 주로 먹는 돼지와, 소고기, 닭, 오리 등의 품종과 축산 방식 등이 한국과 달라 맛과 식감이 다르다. 베트남에서 주로 사용되는 고수, 레몬그라스, 국물 요리 등에 사용되는 소스 등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인들도 많다. ‘밥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과 달리 베트남은 꼭 쌀밥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베트남 내 한국 음식점

최근 수년간 베트남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5년에는 여행객 숫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고 2019년에는 그 네 배를 훌쩍 뛰어넘는 430만 명을 기록했다. 베트남이 한국과 가까워짐에 따라 베트남 현지에서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 음식점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 한국 음식점은 처음에는 한국인 관광객을 주로 대상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아세안 국가들을 강타했던 ‘한류 열풍’이 베트남이라고 다르진 않았고 베트남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 음식에 많은 관심과 호응이 생겨났다.

베트남 현지 한국 식당 메뉴판
베트남 현지 한국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고 있는 사람들

내가 만난 베트남 사람들은 대부분 전통적인 한국 음식을 좋아했다. 사업 파트너들에게 줄 선물로도 한국 음식은 매력적인 편이었다. 베트남 친구들이 먼저 추천해서 같이 한국 음식점을 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그들이 가자고 했던 한국 음식점은 하나같이 한국 사람이 아니라 베트남 사람이 운영하는 한국 음식점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한국인이 차린 베트남 한국 음식점이 현지인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베트남에 관심을 두고 시장을 고민한 뒤 한국 음식점을 차렸지만 대부분은 실패했다. 그 이유는 뭘까?

1. 현지에서 적절한 가격인가?

먼저 가격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 음식점의 가격은 대체로 한국의 번화가 음식점과 비슷하다. 베트남과 한국의 소득 수준이 적잖이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지인들에게는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2020년 호찌민시의 최저임금은 192달러(약 23만 원)이며, 대졸 신입사원들은 한국 돈으로 보통 40~50만 원 정도를 받는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가격이 절대적으로 ‘비싸다’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가 만났던 호찌민시의 사람들은 그 씀씀이가 적지 않았다. 한 끼에 1만 원이 넘는 식사 자리가 빈번했다. 베트남 최대의 음식점 프랜차이즈 RED SUN이 운영하는 KING BBQ에서 식사를 하면 1인당 1만 5천 원 정도가 든다. 그럼에도 저녁 시간만 되면 손님들로 북적인다. 대만식 샤브샤브 식당은 가격대가 2만 원임에도 어느 시간대나 베트남의 젊은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있다.

즉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음식점을 ‘비싸다’라고 느끼는 것은 그 절대적인 가격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들의 ‘가성비’, ‘가심비’가 충족된다면 언제든지 방문할 의사가 있는 게 베트남의 청년들이다. 즉 베트남 사람들에게 한국 음식점들은 대체로 ‘가격만큼의 퀄리티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2. 현지 취향에 맞는가?

두 번째로는 쉽게 바뀌지 않는 취향이다. 앞서, 한국과 베트남 음식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 것을 대표적으로 느낄 때가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BBQ 전문점을 방문할 때였다. 이런 곳을 찾을 때면 나는 고기의 품질이나 서비스 등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런데 그 식당도 베트남 손님들로 북적였으며, 함께 방문한 베트남 친구들도 대체로 만족했다. 호찌민에는 한국식 라면 전문점이 있다. 그런데 이 라면 안에는 코코넛이 들어간다. 한국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맛이다. 그러나 베트남 사람들은 이 가게를 한국 라면집이라 생각하면서 맛있게 먹는다.

한국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지만 베트남 사람의 입맛에는 딱 맞는 품종의 고기, 한국인이라면 느끼해서 손사래를 치겠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평소에 즐겨먹는 코코넛이 들어간 라면. 이 두 케이스를 종합해보면 결국 베트남 사람들도 자신들에게 익숙하고 길들여진 맛을 더 선호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 음식을 사는 사람
현지 식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베트남에서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조달되는 고기가 한국인의 입맛에는 다소 품질이 떨어진다고 생각이 될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들에게는 익숙한 고기가 된다. 재료비도 줄이면서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음식을 내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음식을 시키면 다양한 반찬을 제공하는 것이 당연시되지만 베트남에서는 각각의 반찬을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것에 익숙하다. 따라서 밑반찬을 여러 개 제공하는 대신 오히려 반찬 수를 줄이고 가격을 낮추는 게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

3. 베트남의 ‘어떤’ 사람을 고객으로 둘 것인가

명동과 이태원을 비교해보자. 중국인 관광객과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명동 거리는 오히려 한국인들은 잘 찾지 않는다. 베트남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류에 대한 관심과 한국인에 대한 호의가 늘어났지만 한국인 관광객들이 득실대는 음식점을 찾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은 비싸다’라는 인식도 한몫했겠지만 그냥 외국인이 많은 게 낯설고 맛도 자신들의 기호와 맞지 않는다 여기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베트남 사람들
길거리에서 편하게 음식을 먹고 있는 베트남 현지인들

호찌민 중심가에 있던 한국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경우, 다른 베트남 내 한국 음식점과는 다르게 손님의 80% 이상이 베트남 현지인이었다. 가격대가 저렴한 것은 아니었지만 메뉴 구성 등에 있어서 여러모로 현지인의 취향을 잘 고려하였다. 취향이 베트남인들에게 맞춰지다 보니 반대로 한국인 손님이 많이 찾아오지 않았다.

즉, 베트남에서 장사를 하기에 앞서 ‘누구를 주 고객으로 삼을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현지인과 한국 관광객 양쪽을 다 잡은 경우는 흔치 않다.

이렇듯 베트남이 한국과 비슷한 식문화,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고 해도 막상 현지화를 하려고 하면 고려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베트남에서 음식점을 열기 위해서 실무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인 지역적 특색, 임대료, 물가 등을 이야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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