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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베트남의 공통점 : 주말에는 ‘CGV’에 간다

icon view1395 2020-08-05
Veyond 매거진

아세안 국가 중 한국과 가장 긴밀한 교류를 나누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양국은 매우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며, 투자유치와 시장 확대라는 이해관계를 절묘하게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베트남에는 삼성전자 제조공장 4곳이 들어서 있다. 베트남의 GDP 28%를 삼성전자가 차지할 만큼 중요한 경제 축이다. 삼성전자 이외에도 LG전자, 포스코, 효성 등의 기업들이 베트남에 제조공장을 세우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베트남에 다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는 것을 실제로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삼성 같은 기업의 제조공장은 관광지와 벗어나 있기에 관광객들은 홍보간판이나 대리점 상호를 통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기업들이라면 다르다. 바로 CGV와 롯데시네마다.

CGV 베트남 영화 포스터
롯데시네마 베트남 영화 포스터

CGV와 롯데시네마 : 한국에서도, 베트남에서도.

베트남 극장 시장 1위는 CGV다. 전체 시장의 44%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현지 1위 멀티플렉스 업체였던 ‘메가스타’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1위로 등극했다. CGV 베트남은 지난해 기준으로 29개 도시에 78개 극장, 457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CGV의 작년 3분기까지 매출은 1442억 원, 영업이익 177억을 달성했다. 이러한 상승세를 바탕으로 CGV는 올해에만 극장 8개, 스크린 47개를 추가로 늘렸다.

베트남 극장 시장 2위는 롯데시네마다. 전체 시장의 19.2%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이기도 하다. 2008년 ‘남사이공점’ 오픈을 시작으로 작년 기준 44개관 199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성적도 준수하다. 작년 3분기까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4% 늘어난 488억을 기록했다.

베트남 극장 시장의 과반수를 한국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다. 덕분에 당신이 호찌민 번화가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면, 매우 낯익은 티켓부스에서 표를 산 다음, 스낵코너 앞에서 한국에서 맛보던 허니 팝콘과 콜라 콤보를 주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베트남 CGV 현장 모습
한국과 베트남의 CGV. 큰 차이가 없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왜 베트남으로 갔을까? NH투자증권 이화정 애널리스트는 “베트남은 중위 연령 30세로 젊은 인구구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당 GDP 성장률이 매우 높아 엔터 및 레저 산업에 대한 수요 상승 여지가 높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베트남의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횟수는 0.5회로 한국(4.2회)의 반의반도 되지 않는다. 소득이 늘어나게 될 베트남의 젊은 층들이 본격적으로 영화관람을 하게 되면 그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한국 업체들의 노하우 또한 베트남 영화 산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베트남에서 영화관에 대한 이미지는 썩 좋지 않았다. 불건전한 문화생활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CGV나 롯데시네마가 진출하면서 이런 이미지는 사라졌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으로 영화관이 세련된 문화 소비 공간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여기에 CGV는 골드클래스, IMAX, 4DX, 침대관 등 고가의 특별관으로 구매력 있는 고객들을 영화관으로 이끌면서 극장은 ‘럭셔리한 문화생활’이라는 이미지까지 갖추게 되었다.

CGV와 롯데시네마 : 영화 제작과 배급까지

극장 시장에 잘 안착한 한국 기업들은 바로 다음 수순을 진행했다. 바로 영화 제작 및 배급이다. 극장을 하나의 콘텐츠 플랫폼이라고 본다면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이 플랫폼에 자사 콘텐츠를 공급함으로써 수익구조를 확대시키고자 한다. CJ가 CGV와 CJ E&M을, 롯데가 롯데시네마와 롯데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CJ와 롯데가 베트남에서도 취하는 전략도 국내에서와 같다. 극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두 회사는 현지 영화 공동제작 및 배급 사업에서도 박차를 가했다. CJ의 경우 작년 베트남 개봉 영화 197편(10월 기준) 중 99편을 배급했다. 절반을 약간 넘는 수치다. 흥행 수익은 이보다 조금 더 높은 60%가량을 차지했는데, 여기에는 CJ가 디즈니나 워너브라더스 등 할리우드 주요 제작사들과 위탁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도 2012년부터 배급업을 시작, 매년 20여 편의 한국 영화와 현지 작품을 배급하고 있다.

CGV 어벤져스 영화 포스터
‘어벤저스:엔드게임’도 CJ가 베트남에 배급했다

이들 기업은 제작에도 힘쓰고 있다. CJ는 2014년, 최초의 한·베트남 합작영화 ‘마이가 결정할게 2’를 제작했고 2015년에는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를 ‘내가 니 할매다’란 제목으로 리메이크 제작했다. 두 영화 모두 개봉 당시 베트남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도 2017년 한국 영화인 ‘아빠와 딸’을 리메이크 한 ‘혼 파파 자 꼰가이’를 제작해 92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작년 2월에 개봉한 액션 영화 ‘하이픙’은 24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베트남 흥행 1위(매출액 기준)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영화 ‘하이픙’은 북미에 수출되고 베트남 영화 최초로 넷플릭스에 팔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들 기업들의 연이은 제작 성공에는 특기할 점이 있다. 유독 ‘한국 영화 리메이크작’이 많다는 점이다. 영화 ‘써니’는 ‘고고 시스터즈(Go-Go Sisters)’로 ‘과속스캔들’은 ‘스캔들 메이커(Scandal Maker)’, ‘엽기적인 그녀’는 ‘마이 쎄씨 걸(Yeu em Bat chap)’로 각각 리메이크가 진행되기도 했다.

베트남 한국 영화 리메이크
활발한 리메이크와 성공은 양국의 정서가 그만큼 유사하다는 의미하기도 하다.

확실한 성장세, 하지만 현지 리스크 주의 필요

베트남은 원래 영화 제작에 제약이 많은 곳이다. 1993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그린 파파야 향기’나 1995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상인 황금 사자 상을 받았던 ‘씨클로’ 모두 베트남 사람들은 볼 수 없었다.

베트남 극장에 주로 ‘가족물’이나 ‘로맨틱 코미디’같은 장르가 걸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베트남 영화법 제11조는 사회주의 체제에 반대되는 영화나 국민 정서에 반하는 영화, 범죄행위를 묘사하거나 음란한 영화, 미신이나 사회악을 퍼뜨리는 영화, 국가와 민족, 혁명적 업적을 부정하는 영화의 제작을 막고 있으며, 위의 영화들은 자국의 어두운 현실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 조치를 당했다.

베트남 영화 포스터
문제가 된 베트남 영화들

규제가 남아있는 한 제작할 수 있는 영화 내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불확실성이 계속 남아있다면 시장에 뛰어든 한국 영화제작사들의 시도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베트남 시장에 안착한 한국 기업들이 겪는 문제는 또 있다. 제작부터 배급, 상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장을 아우르는 ‘한국식’ 사업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현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탐 캄(Tam Cam)’ 사태다. 지난 2016년 베트남 언론들은 베트남에서 제작된 영화 ‘탐 캄’이 CGV에서 걸리지 않았던 문제를 지적하며 CGV를 비판했다. 당시 베트남 언론들은 “CGV가 시장의 지배적 위치를 이용해 터무니없는 배분율을 주장하고 있다”라며 “국내(베트남) 업체들이 협상을 시도했지만 거절당했다”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영화 문제 비판
영화 ‘Tam Cam’은 한국에서 다른 이름으로 상영되었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두 기업은 ‘외국자본’일뿐이다. 이 외국자본들은 ‘자국 기업 성장에 방해가 되는 불공정한 행위’로 인해 언제든 규제라는 이름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현지 리스크만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기업이 GPD 평균성장률 6.5%에 1억 인구라는 매력적인 ‘베트남’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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