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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경제진흥원이 갑자기 ‘베트남’에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한 이유

icon view946 2020-08-05
Veyond 매거진

“너무 매력적인데, 쉽지 않죠. 절대로.”

베트남에 문을 두드렸던 사업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곳은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동시에 결코 쉽지 않은 시장이라고.

하지만 베트남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본다. 그곳의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인구는 한국의 두 배나 되고, 사람들은 역동적이며 박항서와 한국을 매우 좋아한다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신이 팔 물건들을 그냥 내놓기만 하면 잘 팔리겠거니 생각한다.

한국 붉은 악마 히딩크 플랜카드
히딩크를 좋아하는 것과 네덜란드 상품 구매는 별개의 이야기다

가벼운 마음으로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기업들은 시작부터 난관에 빠질 것이다. 그곳은 한국처럼 오픈마켓에 입점하면 바로 유통망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한국처럼 단 하루 만에 배송되는 물류 시스템이 갖춰진 곳도 아니다. 한국처럼 빠르고 정확한 행정처리에 익숙했던 기업인들은 너무나도 느리고 불확실한 베트남의 행정당국의 일처리에 당황하게 된다.

마켓 컬리 광고 이미지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은 사실 매우 혁신적인 것들이 많다

더군다나, 한국과 베트남의 1인당 GDP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런 경제적 규모의 차이는 소비 습관의 차이를 만든다. 한국에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 현지에서는 매우 고가의 상품으로 둔갑하게 된다. 상품이 압도적으로 좋지 않은 이상에야 현지 제품과의 가격경쟁력 싸움에서 밀리게 된다.

그렇다고,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다.

이미 과포화 된 한국 시장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판로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든 베트남 시장의 진입장벽은 생각보다 높다. 시장 조사부터 인허가, 유통망 확보까지 이 모든 것을 개별 기업에서 추진하기엔 힘과 시간,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강원도에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설립된 강원도 경제진흥원은 여기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제품만 확실하다면, 수출에 들어가는 번거로운 과정들을 대신해 주겠다는 제안이다. 이를 위해 강원도 경제진흥원은 지난 9월 베트남에 온라인 쇼핑몰인 ‘아리강원몰’을 열었다.

물론 쇼핑몰 하나를 연 것으로 갑자기 무언가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주목할 부분은 강원도 경제진흥원이 목표하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다.

1) 아리강원몰을 통해 제품의 존재를 알리고
2) 현지 유통사들과 접촉해 상품을 소개하고
3) 인허가 등 복잡한 절차들을 대신 처리하고 현지 마케팅까지 지원하면서
4) 강원도 내 중소기업들이 생산한 상품을 베트남에 안착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VEYOND는 이승섭 강원도 경제진흥원장과 황성현 베트남 본부장을 만나 아리강원몰의 추진 배경, 사업 성과, 앞으로의 사업 계획 등을 물어보았다.

강원도 경제진흥원이 갑자기 ‘베트남’에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한 이유

Q. 도내 기관에서 베트남 시장을 개척하는 게 조금 특이해 보인다

이승섭 강원도 경제진흥원장 : 베트남이 떠오르는 시장이란 건 다 알고 있다. 인구 1억의 내수시장, 경제성장률 7%,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구성.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당연히 강원도 내 기업들도 베트남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막상 시장 진입을 하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면 진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영세기업 같은 경우에는 베트남에 물건 하나 수출하기 위해 일일이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현지 수입사를 일일이 접촉해야 하고 또 유통사를 일일이 알아봐야 한다. 언어도 다르고 행정,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작은 기업에서 바로 판로를 뚫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개별 기업이 하면 각자의 어려움으로 남지만 누군가가 일괄적으로 대신해 준다면 일종의 시스템이 된다. 그래서 우리 경제개발원이 나서게 되었다. 기업들은 수고를 덜고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좋고 우리 경제진흥원은 설립 취지에 부합하게 도내 기업을 성장시키며 도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된다.

강원도 경제진흥원 내부 사진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강원도 경제진흥원

Q. 아리강원몰은 ‘온라인 몰’ 아닌가? 베트남은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공략이 쉽지 않을 텐데.

이승섭 강원도 경제진흥원장 : 아리강원몰에서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이 몰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판매와 구매가 이뤄지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상품을 전시한 ‘쇼룸’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베트남은 대부분의 상거래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면 이 오프라인 상점들에 물건을 유통하는 큰손, 바이어들이 있을 것이다. 이 바이어들이 좋은 제품을 받아서 소매시장 공급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리강원몰이 쇼룸의 개념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바이어들이 제품을 찾다가 아리강원몰에 들어올 수도 있고 우리가 바이어들과 직접 접촉해서 아리강원몰을 소개할 수도 있다.

아리강원몰 베트남 홈페이지
소비욕을 자극하는 아리강원몰의 홈페이지 디자인

Q. 아리강원몰이 ‘쇼룸’이라면 핵심은 결국 오프라인 판로일 것 같다. 어떻게 개척했나?

황성현 본부장 : 우리 아리강원몰에서 판매하는 제품,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산 제품은 대체로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매대에 올려놓고 판촉 행사를 하면 현지 주민들도 좋아한다. 그런데 가격이 문제다. 맛은 있고 제품은 좋은데 쉽게 살 수는 없다. 이걸 뚫어 내기가 힘들다.

만약 무작정 현지 유통망을 접촉하고 제품을 갖다 놨다가 잘 팔리지 않으면 그 재고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업체에 가해지게 된다. 그래서 무작정 판로를 넓힐 수는 없었다. 상품의 반응을 살펴보고 현지 시장에서 이 제품이 먹히는지 아닌지 판단을 하면서 천천히 넓히는 게 가장 중요했다. 이를 위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트 쪽으로 접근했고 거기에서 손님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 상품이 현지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 판단했다.

Q. 실제 성적은 어떤가? 쇼룸이든 직접 판매든 실적이 좀 있나?

이승섭 강원도 경제진흥원장 : 아리강원몰이 연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지난 9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실적을 살펴보니 대략 3만 6000불가량 판매가 되었다. 특히 원주 기업 ‘단미 푸드’에서 생산하고 있는 레인보우 과일 큐브치즈는 현지에서 인기가 좋아 2만 불의 판매고를 올렸다. 속초 동화푸드의 ‘명태회 젓갈’도 3천 불 정도 팔았다.

판매량이 매우 높은 것은 아니지만 현지 시장에 움직임을 주고 있다는 게 유의미하다. 오프라인 판매 매장도 늘어나고 있다. 호찌민 ‘비나 후레시 마트’와 이미 레인보우 과일 치즈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온라인에서 쇼룸을 열고 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판매점으로 확대하는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도내 기업 제품을 아리강원몰에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 전역의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베트남 도로 전경
베트남 1억 시장을 잡기 위해 첫 발걸음을 디딘 강원도
Q. 베트남 진출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도 있나?

이승섭 강원도 경제진흥원장 : 하반기부터는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세안 국가를 상대로 소셜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 북방 국가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Q.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황성현 본부장 : 베트남 시장이 좋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이 인기가 좋은 나라이고 내 제품도 최선을 다해 만들었으니까 현지에 내놓으면 무조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이분들 시장에 오면 다 고배를 마시고 돌아간다. 한국에서 팔고 있는 제품 베트남에서도 다 팔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 소득은 한국과 차이가 많이 난다. 우리 돈으로 만 원이 넘는 제품을 사려면 큰 고민을 해야 한다. 베트남의 인구 자체는 많지만 사람들의 구매력을 생각했을 때 시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당장 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이곳 시장이 어떤지, 사람들의 소비패턴은 어떤지 한 1년 정도 천천히 지켜보다가 어느 정도 구상이 그려졌을 때 적은 자본으로 시작을 하는 게 현명하다.

베트남 커플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베트남 소비자들

Q. 마지막으로 베트남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승섭 강원도 경제진흥원장 : 베트남 어디 온라인 몰이 잘나가고, 어디 대형 마트가 좋고 이런 게 다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시장에서 퇴짜 맞은 상품도 많다. 소규모 업체가 바로 이런 곳을 접촉하려면 부담도 크다.

만약에 강원도 경제진흥원이 베트남 홍보망을 구축해 주고 유통망을 뚫어 주고 인허가를 대신 받아주고 시장에서 이 제품이 먹히는지 아닌지 확인해 준다면?​ 그만큼 도내 중소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소비자들에게 ‘아리강원몰’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인지시키고, 브랜드의 인지도가 쌓이게 되면 추후에 여기에 입점하는 다른 제품들도 덩달아 브랜드의 힘을 얻게 될 거다. 그렇게 되면 바이어들도 우리 강원도 제품에 접근하기 쉬워지며 판매량을 높인 제품의 경쟁력도 올라가게 된다. 강원도 경제진흥원은 그 가능성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겠다.

이승섭 강원도 경제진흥원장
이승섭 강원도 경제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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