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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베트남 설날의 모습은 어떨까?

icon view8565 2022-01-31

까치 까치 설날? 베트남에서는 ‘뗏(Tết)’!

베트남의 설날은 어떨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역시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있다. 현지어로 ‘뗏(Tết)’이라 부른다. 겉으로는 우리나라 설날과 전혀 다르지 않다. 먼저 음력 1월 1일 전후로 쉰다는 점부터 똑같다. 특히 가족, 친척끼리 북적북적 모이는 풍경은 흡사 우리나라 귀성길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닮은 듯한 뗏 역시 속 사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 나라를 제대로 알려면 그 나라의 풍습부터 살펴보라 했던가. 뗏은 베트남 민족 문화의 정수라고 불릴 만큼 베트남인에게 의미 깊은 날이다. 베트남 뗏과 우리나라 설날을 함께 살피다 보면, 먼 나라 베트남이 한 발자국 가깝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베트남 설날, 일주일에 무려 한 달까지도 쉰다!?

‘명절 연휴 그냥 일주일 통째로 주면 안 될까?’ 연휴 마지막 날에 이런 상상 한 번쯤 해봤을 테다. 베트남에서는 이 달콤한 상상이 곧 현실이다. 우리나라 설날과 달리 뗏(Tết)은 음력으로 1월 1일부터 1월 7일까지 일주일이나 된다. 2022년 새해 뗏 연휴는 뗏 당일인 2월 1일을 앞뒤로 해서 1월 29일부터 2월 6일까지, 주말 포함 무려 9일간이다.

특히 우리나라 학생이라면 더 배가 아플 사실이 있다. 베트남 뗏 기간에 학생들은 학교 재량에 따라 최대 2~3주까지도 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베트남을 마냥 부러워할 일은 아니다.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공휴일이 적은 편에 속한다. 2021년 기준 베트남의 연간 법정공휴일은 11일로, 총 15일인 한국보다도 적게 쉰다.

 

베트남 설날과 추석, 같으면서 다른 풍경

우리나라에서 명절이라 하면 설날과 추석이 떠오른다. 베트남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뗏은 설날뿐만 아니라 명절을 통칭하는 단어다. 베트남의 추석 역시 뗏을 붙여 ‘뗏쭝투(Tết Trung Thu)’라고 불린다. 음력 1월 1일 설날을 의미하는 정확한 단어는 ‘뗏응우옌단(Tết Nguyên Đán)’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베트남은 추석이 공휴일이 아니다. 그래서 푹 쉬는 설날만을 줄여 ‘뗏’이라 주로 말한다.

베트남의 설날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추석의 경우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귀경길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설날과 추석의 풍경은 어느 정도 닮았다. 하지만 베트남 추석인 뗏쭝투는 그저 평일이기에 설날과 달리 관공서, 기업, 학교 등 모두 정상적으로 영업한다. 재밌는 점은 베트남의 뗏쭝투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어린이날 성격에 더 가깝다.

실제로 베트남의 뗏쭝투는 어린이날을 의미하는 ‘뗏티에우니(tet thieu nhi)’로도 불린다. 이는 베트남의 오랜 통일 전쟁에서 비롯됐다. 수많은 고아를 낳은 베트남의 통일 전쟁으로 호찌민 주석이 어린이 날로 바꾸자는 제안을 했다고. 이렇게 베트남의 뗏쭝투 기간에는 우리나라의 어린이날처럼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선물하며, 연등 행사에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베트남도 세뱃돈의 설렘은 마찬가지! 리씨(lì xì)

세뱃돈, 엄마한테 맡겨도 정말 괜찮을까. 세뱃돈과 함께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일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에도 세뱃돈 문화가 있다. 베트남 세뱃돈은 현지어로 ‘리씨(lì xì)’라고 한다. 행운의 돈이라는 뜻이다. 베트남에서는 세배가 아닌 덕담과 함께 리씨를 건네는 풍습이 있다.

다만 어른이 아이에게 주는 한국의 세뱃돈과 달리, 베트남의 리씨는 좀 더 범위가 넓다. 베트남에서는 꼭 어른들이 아이에게만 주는 법은 없다. 같은 어른이라도 아랫사람이 어르신에게 드릴 수도 있다. 동네 꼬마들이나 사무실 직원, 선생님에게도 리씨를 주는 등, 세뱃돈에 아이들만 설레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다.

또한 세뱃돈 봉투도 다르다. 대개 흰 봉투에 넣는 한국과 달리, 리씨는 빨간색 봉투에 넣어준다. 빨간 바탕에 디자인 역시 다채롭다. 뗏 기간 현지 마트에서는 금박으로 된 중국식 문양이나 형형색색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다양한 리씨 봉투를 판매한다. 리씨 봉투가 빨간색인 이유는 붉은색이 잡귀를 쫓고 행운과 부귀를 가져다준다는 중국 문화의 영향이 크다. 이처럼 리씨에는 행운과 돈이 풍족하기를 바라는 베트남인의 따스한 마음이 담겨있다.

 

베트남 설날은 추울까 더울까? 정답은 둘 다!

우리나라와 달리 베트남은 지역에 따라 날씨가 천차만별이다. S자 형태로 기다란 지형 때문에 남북의 기온차가 크다. 수도 하노이가 있는 북쪽의 경우 뗏 기간에 서늘한 편이다. 반대로 남쪽은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다. 같은 뗏 기간에 북부는 긴팔을, 남부는 반팔을 입고 뗏을 맞이하는 셈이다.

확연히 다른 기후 때문에 남북의 뗏 풍습도 상이하다. 북쪽 지방은 분홍색 복숭아꽃으로, 남쪽 지방은 노랑색 매화를 장식해서 뗏을 기념한다. 북쪽의 복숭아꽃은 건강과 재물을, 남쪽의 매화는 학업운과 집안의 악귀를 내쫓는 의미가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떡국처럼 베트남도 뗏에 떡을 먹는다. 베트남의 떡은 잎으로 찹쌀을 싼 후 쪄서 먹는 형태다. 그런데 떡 역시 남북이 서로 다르다. 뗏 기간에 북쪽 지방은 땅을 상징하는 사각형 모양의 ‘반쯩’을 먹는다. 반면 남쪽 지방은 원형 모양의 ‘반뗏’이라는 떡을 즐겨 먹는다. 날씨가 더운 남쪽 지방이라, 생산과 보관이 용이한 원형 모양으로 만든다고 한다.

 

뗏도 멈추게 한 코로나19, 과연 이번 2022년은?

하지만 베트남 남북의 색다른 풍경도 코로나19 앞에서는 비슷한 모양새가 되었다. 2021년 베트남 뗏 연휴는 코로나19로 인해 조용하게 흘러갔다. 도시와 지방 사이의 귀성길은 물론, 거리 곳곳에서 리씨와 선물을 건네던 인파 역시 조용하다.

코로나로 텅 빈 호찌민시티 떤선녓 공항 모습

2021년 움츠린 뗏 풍경은 베트남 정부의 엄격한 방역 정책에서 비롯됐다. 격리 장소를 벗어나거나 의료 신고 위반 후 전염을 일으키면 형법에 따라 12년 형이 선고될 정도로 법 형량이 상당하다. 특히 확진자 발생 시 권역 전체를 봉쇄 격리하는 강력한 정책 때문에, 뗏 기간의 북적했던 귀성길 역시 스산할 만큼 조용하게 됐다.

2022년 다가오는 뗏 풍경은 어떨까. 현재 베트남 코로나19 확진자는 2021년 12월 기준 일평균 1만 5000명대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도 활기찼던 뗏 연휴를 예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전 지구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끼리 서로를 아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테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와 “죽 믕 남 머이(Chúc mừng năm mới : 새해를 축하합니다)”를 마스크 없이 마음껏 말할 날을 기대해 본다.

 

 

ⓒVEYOND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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