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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맛집 탐방기 ②종로구 창신동 베트남 카페 어다우(adau)

icon view3644 2021-12-06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이며, 저렴하고 다양한 과일의 천국이기도 하다. 이런 덕분에 베트남에서는 특유의 카페문화가 발달했는데, 종로구 창신동의 어다우 카페에서는 마치 베트남 여행을 가서 현지 카페를 방문한 듯한 이국적인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가게를 들어서면 먼저 느껴지는 건 손님도 직원도 모두 젊다는 것이다. 같은 창신동 베트남 타운이라도 식당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있다면, 한국에서도 베트남에서도 카페는 젊은이들의 공간이라, 어다우 카페에서는 한껏 차려입은 베트남 젊은이들이 가게를 드나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메뉴판은 한글과 베트남어 메뉴판이 따로 있고,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부 메뉴는 베트남어 메뉴판에만 볼 수 있었는데, 최근 메뉴판을 다시 만들어서 한글 메뉴판에도 모든 메뉴가 수록되었다.(그러면서 귀여운 오자도 보인다. 예를 들어 계란방은 계란빵의 오자인데 주문하면 나오는 메뉴는 에그타르트이다.)

천천히 즐기는 베트남 커피

베트남에서는 핀(Fin)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커피를 내리는데, 분쇄된 커피 가루를 핀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한 방울씩 커피가 떨어지는 것을 천천히 기다린다. 말하자면 중력을 이용해서 내리는 에스프레소 같은 것인데, 문제는 커피 한 잔을 내리는데 10분~3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핀에 커피가루를 넣고 누름틀로 누른 후 뜨거운 물을 붓는데, 약하게 누르면 커피가 빨리 내려오고, 강하게 누르면 커피가 천천히 내려온다.) 이렇게 내린 커피에 연유와 얼음을 넣어 시원하고 달콤하게 만들어 먹는데 이것이 베트남 커피 메뉴의 대명사로 불리는 ‘카페 쓰어 다(Cà Phê Sữa Dà)’이다.

어다우 카페의 메뉴판에는 연유 드립 커피와 연유 커피가 있고, 연유 드립 커피를 주문하면 30분 정도 걸리는데 괜찮냐고 묻는데, 이왕이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연유 드립 커피를 드셔보시길 추천한다.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연유 커피보다 연유 드립 커피가 훨씬 맛이 좋았다. 주문하면 연유가 깔려있는 잔에 커피 가루와 뜨거운물을 넣은 핀을 올려서 얼음과 함께 내주는데, 시간을 재보니 커피가 내려오는데 정말 30분이 걸린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맛을 본 카페 쓰어다(오른쪽). 기다린 보람을 주는 달콤함이다.

이때 기다림이 지루하다면 해바라기 씨를 주문해보는 것도 좋다.(메뉴판에는 안 나와있는데 해바라기씨 한 접시에 500원을 받는다.) 베트남 카페에서는 해바라기 씨를 까먹으면서 일행과 담소를 나누며 천천히 음료를 즐기는 게 일반적인데, 노상에 테이블을 놓은 카페에서는 해바라기 씨 껍질을 바닥에 버리기도 한다.

어다우 카페에서도 해바라기 씨 까는 소리가 사방에서 쉴 새 없이 들려오곤 하는데,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빈 통의 용도가 바로 해바라기 씨 껍질을 버리는데 쓰는 것이다. 직접 경험해보니 해바라기 씨 껍질을 까고 있으면 30분 정도는 쉽게 훌쩍 지나가 버린다.

커피가 내려오길 기다리며 해바라기 씨를 까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그럼에도 30분은 정말 못 기다리겠다는 분께는 박시우(Bạc xỉu)를 추천한다.

박시우는 연유 위에 우유와 얼음을 넣고 커피를 올린 메뉴인데, 사실 굳이 시간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어다우 카페의 카페 쓰어 다와 박시우 중에 마셔야 할 커피를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박시우를 선택하고 싶다. 베트남 중남부의 화교들이 운영하는 찻집에서 유래된 커피라고 하고, 맛은 연유가 정말 듬뿍 들어간 커피 맛인데, 카페 쓰어 다가 전통의 맛이라면 박시우는 젊은 맛이라고 할까.

쓰어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부드럽고 달달한 연유 맛이 훨씬 강하게 나는 박시우.

주의할 점은 바닥에 깔려있는 연유와 달고나 커피처럼 만들어서 위에 올려주는 쫀쫀한 커피를 섞기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 시간을 들여서 잘 섞어서 드시기 바란다. 사실 너무 달기도 하고, 베트남에서는 원래 연유가 들어간 아이스 커피를 마실 때 얼음을 녹여가며 천천히 마신다.

과일을 이용한 베트남 특유의 메뉴들

커피 산지이며 과일의 천국인 베트남에는 과일을 이용한 커피 메뉴들이 있다. 코코넛 커피, 아보카도 커피, 두리안 커피 등이 그것인데, 과일을 갈아 만든 스무디에 커피를 넣어서 먹는다. 어다우 카페에서는 코코넛 커피(Cà Phê Cốt Dừa)와 아보카도 커피(Cà Phê Bo)를 먹을 수 있는데, 코코넛 커피도 맛이 괜찮았지만 의외로 아보카도와 커피가 섞인 맛에서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왼쪽은 코코넛 커피, 오른쪽은 아보카도 커피.

다만 코코넛이든 아보카도든 스무디와 액상의 커피가 맛이 잘 섞이지는 않으니, 커피를 충분히 젓고 나서 코코넛과 아보카도에 커피 맛이 스며들기를 기다리면서 천천히 마시는 게 좋다.

커피 메뉴 외의 과일을 사용한 메뉴로 코코넛 밀크로 만든 코코넛 아이스크림(Kem Dừa)도 맛이 좋았는데, 아이스크림에 코코넛 가루가 듬뿍 들었고 코코넛칩도 올라가 있어 코코넛을 좋아한다면 시도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아쉬웠던 건 현지에서는 코코넛 열매에 아이스크림을 담아주는데, 어다우 카페에서는 일반 보울에 담겨 나왔다는 점이다.

그밖에 과일을 이용한 특이한 메뉴로는 망고가 있다. 한글 메뉴판에는 망고라고만 써있지만 실은 깍둑썰기한 망고를 새우소금(소금에 건새우와 건고추를 넣고 볶은 것을 빻거나 갈아서 만든 양념소금)에 버무려서 먹는 쏘이락(Xoài Lắc)이라는 메뉴로, 베트남의 인기 길거리 간식이기도 하다.

여기에 쓰이는 망고는 우리에게 익숙한 완숙되어 껍질이 노란 달고 부드러운 망고가 아니라 숙성 전의 녹색 껍질을 가진 ‘그린 망고’로, 단맛보다는 산미를 가지고 있고 식감 또한 아삭하다.

주문을 하니 길게 자른 망고와 새우소금이 각각 따로 나왔는데, 문의를 하니 한국사람들은 새우소금 맛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이렇게 주셨다고 한다. 베트남 분들은 정말 많이 시켜먹는 메뉴이고, 원래 베트남에서는 온갖 과일에 소금을 찍어 먹곤 하는데, 아무래도 한국인 입에는 맛있게 느껴지기가 어려운 메뉴인 것 같다.

이렇게 과일과 소금이 결합된 또 다른 메뉴로 소금레몬(Chanh Muối)이 있는데, 소금과 설탕에 절인 레몬을 가지고 만든 레모네이드 같은 음료로, 라임을 이용해서 만들기도 한다. 먹어보면 단맛과 신맛과 짠맛이 1:1:1 정도로 느껴지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음료로 비교하자면 스포츠 이온음료와 비슷한 맛이 난다.

격렬한 운동 등으로 땀을 많이 흘린 다음에는 수분과 더불어 전해질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고(이런 상태에서 전해질 없이 다량의 물을 급격히 섭취하면 저나트륨혈증이 올 수 있다), 더운 나라인 만큼 이렇게 소금을 섭취하는 음식들이 발달한 듯싶다.

이 메뉴 또한 한국인에게 익숙한 맛은 아닌데, 평소에 스포츠 이온음료를 즐겨 먹는다면 한 번쯤 시도해봐도 좋겠다.

베트남 간식 맛보기

어다우 카페에서는 다양한 간식거리도 판매한다. 그중에서 가장 추천하는 메뉴는 반짱쫀(Bánh Tráng Trộn)으로, 넓적하게 자른 라이스페이퍼(베트남어로 반짱)와 가늘게 조각낸 매운 육포, 땅콩, 튀긴 양파(또는 샬롯), 라우람, 짧게 슬라이스한 그린망고 등을 새우소금, 레몬즙, 기름으로 무쳐내고 메추리알(또는 계란)을 올려 내는 음식이다.

탄수화물에 맵고 시고 짜고 고소한 맛이 입혀진 음식이라 한 입 먹자마자 입에 착 달라붙는 맛있음이 느껴지는데, 향채인 라우람이 들어가기 때문에 입맛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다. 라우람은 베트남 코리엔더(고수), 베트남 민트 등으로 불리는 향채인데, 먹어보면 고수와도 다르고 민트와도 다른 독특한 풀 향이 느껴진다.

계란방(Bánh Trứng)은 베트남식 에그타르트로, 먹어보니 커스터드 크림의 맛과 함께 열대과일의 풍미가 느껴졌다. 이것이 베트남의 맛이구나 싶은 느낌이었는데, 맛은 충분히 좋아서 음료와 함께 디저트를 즐기고 싶다면 주문해도 좋을 메뉴다.

레몬 소고기 육포(Bò Khô Vắt Chanh)도 많이들 주문하는 메뉴인데, 매콤한 육포에 레몬즙을 짜서 먹는 것으로, 맛은 괜찮았지만 카페에서 육포를 먹는 경험은 아무래도 좀 생소했다. 베트남식 매운 육포의 맛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카페에서 육포를 먹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열대과일 향이 매력적인 계란빵과 매콤한 맛이 나는 베트남식 육포.

두리안 빙수(Chè Thập Cẩm Sầu Riêng)는 여러 재료가 모둠으로 골고루 들어간 째(= Chè Thập Cẩm)에 두리안(Sầu Riêng)을 넣은 것인데, 째(Chè)는 베트남식 빙수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한국에서 먹는 빙수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음식이다. 빙수가 디저트라면 째는 간식이라고 할까. 영어로는 수프 푸딩이라고 번역되곤 하는데, 말 그대로 수프(코코넛 워터 또는 코코넛 밀크)에 부드러운 젤리와 기타 여러 재료(과일, 팥, 녹두, 연자육, 토란, 그 외의 다양한 재료들)가 들어가고 그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째가 만들어진다.

따로 나오는 얼음은 굳이 처음부터 넣을 필요는 없고, 먹다가 온도가 미지근해지면 조금씩 넣어 먹으면 된다. 내용물은 대체로 심심한 느낌의 것들이었는데, 째 전문점이 아니기도 하고 국내에 유통되는 재료의 한계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두리안 향만큼은 제대로 나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것 같다.

왼쪽이 두리안 빙수, 오른쪽이 잭플루트 요구르트이다. 겉보기에는 거의 차이가 없고 내용물도 거의 동일하다.

두리안을 먹기는 두렵지만 째는 경험해보고 싶다면 잭플루트 요구르트(Sữa Chua Mít)를 추천하는데, 두리안 대신에 잭프루트(Mít)가 들어가고 코코넛 밀크 대신 딸기 요구르트가 들어가는 것만 다르고 다른 내용물은 완전히 동일하다. 잭프루트(Jackfruit)는 지상에서 가장 큰 과일로 보통 20~40cm 정도의 크기에 무게는 5~20kg가 나가는데, 정말 큰 것은 50kg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잭프루트의 맛은 농밀한 단맛과 쫄깃한 식감이 특징인데, 어다우 카페의 잭플루트 요구르트에는 잭프루트가 잔뜩 들어있긴 했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잭프루트 품질의 한계 때문인지 단맛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잭프루트에도 약간의 향이 있기는 한데 두리안 향처럼 강하고 특이하지는 않아 두리안보다는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하지만 역시 향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있기는 하다.)

이 외의 또 다른 독특한 요구르트 메뉴로 술밥 요구르트(Sữa Chua Nếp Cẩm)가 있는데, 보랏빛 찹쌀(Nếp Cẩm)에 물을 부어 끓여서 익힌 후 설탕과 코코넛 밀크를 넣어 다시 한번 끓이고 발효시켜 요구르트를 올려서 먹는 음식이다.

설탕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아 단맛이 강하지는 않은데, 마치 달지 않은 약밥을 굳히지 않고 요구르트에 말아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현지에서는 술 향이 강하게 나기도 하는데, 어다우 카페의 것은 술 향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익숙한 느낌과 생소한 느낌이 섞여 있는 맛인데, 베트남에서는 인기 있는 간식 중 하나다.

위에 소개한 메뉴 중 어떤 것들은 한국인 입에도 잘 맞을 것 같고, 어떤 것들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하지만 입에 맞으면 맞는대로 안 맞으면 안 맞는 대로, 해외 여행이라도 간 듯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어다우카페 / 서울 종로구 창신길 19
영업 : 오전 11시~저녁 10시, 비정기적으로 평일 중 하루 휴무

 

 

글쓴이 미식의 별 

미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맛보고 글 쓰는 음식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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