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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베트남을 말하다 ⑤투자 받은 베트남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베트남 이커머스’에 대해 묻다

icon view3014 2020-12-31
Veyond 매거진

VEYOND는 한국 소비재의 베트남 진출을 돕고 있는 수출 플랫폼 ‘고미’의 장건영 대표, 뷰티 커머스의 ABC 스튜디오의 곽세혁 대표, 그리고 베트남 육아 이커머스를 운영하고 있는 엠베슬링의 박태윤 대표를 만났다. 그리고 위의 회사에 투자를 집행한 ‘더 인벤션랩’의 김진영 대표의 진행을 통해 코로나 이후 베트남 이커머스의 변화와 베트남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을 향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진영(더 인벤션랩 대표)

곽세혁 대표는 삼성물산에서 오랫동안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기업에 있다가 스타트업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거기에다가 K-뷰티 커머스라고 하는 (남성이 하기엔) 조금 뜻밖의 카테고리를 선택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곽세혁(ABC 스튜디오 대표)

제가 베트남에 진출한 게 5년 전이다. 그때에도 그랬고 지금도 베트남에서 뷰티, 패션 쪽은 가장 유망한 아이템 하나다. 성장하는 시장에 성장하는 아이템을 들고 들어가서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기 위해 뷰티를 선택해서 진출했다. 어쩌면 무역을 오래 해왔던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김진영(더 인벤션랩 대표)

그렇다면 베트남의 뷰티 시장 동향은 어떤가?

곽세혁(ABC 스튜디오 대표)

베트남 화장품은 색조 계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더 시장이 다양해지고 있다. 색조도 아이 메이크업이나 여러 분야로 나뉘고 있으며 그 밖에도 스킨케어라든가 향수 같은 쪽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유를 분석하자면 소비력의 증가 때문인 것 같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소득이 지금만큼 높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립스틱 하나 바르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소득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소비가 다양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스타일박스 베트남 홈페이지
ABC스튜디오가 운영하는 베트남 최초의 스타일 콘텐츠 플랫폼

 

김진영(더 인벤션랩 대표)

박태윤 대표는 원래 게임회사 개발자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엠베슬링이라고 하는 슬링(아기 띠)을 판매하게 되었다. 이 또한 어떻게 보면 의외의 결정이다.

박태윤(엠베슬링 대표)

게임과 육아용품은 공통점이 있다. 인간의 보편적인 삶, 행복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 관점에서 저는 지금 굉장히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김진영(더 인벤션랩 대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베트남의 물가 사정을 고려했을 때 엠베슬링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6만 원 정도 되는 프리미엄 제품 라인이다. 프리미엄 시장이 잘 될 것으로 예상하고 들어갔나?

박태윤(엠베슬링 대표)

당연히 예상을 했다(웃음) 예상을 했지만 그 예상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둬서 즐거운 상황이다. 저는 이걸 단순히 ‘비싸게 판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제품에서 주는 가치, CS 차원에서 주는 가치가 고객의 만족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엠베슬링 베트남 판매페이지

 

김진영(더 인벤션랩 대표)

슬링 이후에 내놓을 제품 역시 육아 고객들을 타깃으로 한다고 들었다

박태윤(엠베슬링 대표)

엠베슬링이 두 번째로 내놓을 제품은 육아를 준비하는 산모를 위한 임산부 전용 레깅스다. 슬링과 마찬가지로 베트남 고객들이 기존에 접할 수 없었던 제품이기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진영(더 인벤션랩 대표)

장건영 대표는 한국에서 생산된 소비재 상품들을 베트남에서 소개하는 수출 플랫폼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한국 소비재 기업들은 직접 베트남에 진출하지 않아도 고미를 통해 간접 진출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베트남 소비재 상품의 동향에 대해 잘 알 텐데 요새 어떤 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나?

장건영 (‘고미’ 대표)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양상이 급격하게 달라지는 모양새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뷰티 제품이 주류였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매우 높았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리빙용 제품이 잘 팔리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고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줄어들면서 화장품 사용량이 줄었고 또 집안에만 계속 있다 보니 집에서 사용되는 물품의 소비가 늘어났다.

김진영(더 인벤션랩 대표)

세분 다 이커머스를 하는 입장이시다. 장건영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베트남에 진출한 이커머스사들은 오히려 코로나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소비재에 대한 구매 욕구가 커진 데다가 비대면 문화가 주를 이루면서 온라인 커머스가 더 주목을 받을 것 같다.

장건영 (‘고미’ 대표)

먼저 베트남의 소비력이 상승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주 수입원이었던 관광 수익 등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베트남은 그전부터 제조업 인프라를 깔아 두며 체질 변화를 계속해왔고 그것이 GDP 상승으로 반영됐다. 소득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코로나 국면으로 밖에서 돈을 사용하지 못하니까 소비를 이커머스에서 한다. 그래서 온라인 커머스 이용률이 작년에 대비해서 급증했다. 이커머스는 코로나 이후로 더 각광을 받을 것이다.

쇼피 베트남 홈페이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베트남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

 

곽세혁(ABC 스튜디오 대표)

동의한다. 언급하신 이유처럼 코로나 국면이 진정되면 베트남 이커머스는 폭발하듯 성장할 것 같다. 게다가 코로나 기간 동안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기업들이 코로나만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 엄청난 투자와 마케팅이 이루어질 것 같다. 다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매체를 더 자주 보게 되는데 베트남에서의 주류 마케팅 방식인 페이스북 마케팅 등이 조금 시들해질 것 같다. 고객들의 광고 노출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래서 코로나 이후에 그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단순히 온라인 비대면을 넘어 고객과 접촉해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을 구상해야 할 것 같다.

박태윤(엠베슬링 대표)

코로나로 인해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것에는 당연히 동의한다. 다만, 앞의 두 분은 긍정적으로 말씀하셨지만 저는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본다. 지금 베트남에서도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소비를 줄이고 있다. 게다가 지금 2차 확산이 시작된 상태다. 이걸 얼마나 빨리 수습할지에 따라 이커머스가 더욱 급격하게 성장할지 아니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지 갈리게 될 것 같다.

 

 

대표의 가장 큰 적은 ‘외로움’​

김진영 대표는 세 청년사업가에게 ‘베트남에서 사업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 물었다. 세 대표는 모두 ‘외로움’을 꼽았다. 이들이 말한 외로움은 단순히 타지에서 느끼는 향수가 아니다. 자기의 사업 고충을 털어놓고 의견을 나누고 어려움에 대한 조언을 구할 이가 없어서 느끼는 고독함이다.

다행히 이들은 ‘더 인벤션랩’이 투자한 기업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서로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김진영(더 인벤션랩 대표)

세 분은 이전에는 잘 몰랐던 관계다. 투자 건을 통해 서로 친해지게 되었다. 요새 스타트업들 간의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코워킹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기다. 더욱이 세 분은 ‘이커머스’라고 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협력의 계획 같은 게 있나?

장건영 (‘고미’ 대표)

스타트업들은 다 각자 특화된 장점이 있다. 그걸 잘 살리는 게 코워킹의 중점일 것 같다. 우리 고미코퍼레이션 같은 경우는 풀필먼트¹, 퍼포먼스 마케팅 등에 특화되어 있다. 옆에 계신 곽세혁 대표님과 박태윤 대표님은 제조와 유통에 능하시기 때문에 거기에 고미가 깔아놓은 채널을 접목시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풀필먼트¹ 같은 경우에는 구축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미 구축된 플랫폼을 활용하게 된다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¹ 풀필먼트 : 물품의 주문, 포장, 배송, 재고관리, 교환·환불까지의 과정이 통합적으로 구축된 시스템으로 아마존이 최초로 도입했다.

곽세혁(ABC 스튜디오 대표)

ABC 스튜디오는 고객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다. 제품의 선호, 취향 등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AI가 처리해서 지역별로, 스타일별로 데이터를 구축하는 방향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은 여기 있는 각 사 들은 각자의 데이터만 갖고 있다. 그런데 이 데이터들을 한 데 모아서 체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풀필먼트와 데이터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다.

김진영(더 인벤션랩 대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도 필요할 것 같다. 사람들이 베트남 시장, 특히 이커머스를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마케팅 방법도 발달돼 있고 제품 라인업도 다양한 한국 시장을 경험했으니 베트남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 실패를 겪는다. 베트남 이커머스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들이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조언해 줄 말이 있다면?

곽세혁(ABC 스튜디오 대표)

저는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리테일 시장을 볼 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 바로 ‘시장 수요가 성장하는 것보다 공급자들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말이다. 이건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부분을 항상 고려해서 전략을 짜야 한다.

장건영 (‘고미’ 대표)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 베트남이 소득이 낮은 개발도상국이다 보니 사업하는 데 돈이 덜 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호찌민 같은 경우는 임대료가 거의 서울과 맞먹는다. 마케팅 비용 같은 경우에도 객당 마케팅 비용이 덜 들 거라고 예상하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한국보다 더 많이 들 때도 많다. 그래서 처음부터 마켓 서베이를 잘 하고 객단가를 세팅해야 한다. 베트남이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판관비가 들 수 있다.

박태윤(엠베슬링 대표)

어느 정도 충분히 준비를 끝냈다고 생각하고 베트남에 들어가도 아마 1~2년 정도는 혹독한 시기가 존재할 거다. 그걸 미리 각오하고 오셔야 한다. 그 시기를 잘 넘는다고 해도 베트남에서 이커머스로 성공할 수 있느냐?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 베트남이 성장하고 있는 시장인 것은 분명하지만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시련이 닥칠 거다.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다.

대화하는 남자들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신 대표님들

 

액셀러레이터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다

이번에 만난 기업들은 ‘더인벤션랩’의 김진영 대표의 검증을 거친 회사다. 이 기업들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물었다

김진영(더 인벤션랩 대표)

향후 몇 년 동안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은 발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커머스의 사업 영역도 프론트엔드²와 백엔드³로 나눌 수 있는데 지금 베트남은 프론트엔드 시장이 버티컬⁴로 쪼개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쪼개질수록 풀필먼트, 주문, CS 같은 백엔드 영역이 중요해진다.

베트남은 특히 더 그렇다.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문화다. 주문하고 상품 대금을 카드 등으로 지급하고 물류 업체를 통해 비대면으로 제품을 배송받는 한국과는 달리 베트남은 배송원에게 물건을 받고 현금을 직접 지급받는 게 보편적이다. 따라서 이커머스 사업자들은 바로 이런 부분, 주문부터 물류, CS까지 모든 영역을 세밀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풀필먼트 구축이 더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회사는 백엔드,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다. 풀필먼트를 구축하려는 고미도 그렇고 데이터 구축을 통해 사업을 운영하려는 ABC 스튜디오도 다 그런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결국 이런 데서 강점을 갖고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들을 우선순위로 보고 있다.

²프론트엔드 : 고객과 직접 만나는 영역. 제품 자체나 제품의 마케팅, 가격 등을 의미한다
³백엔드 : 고객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 물류나 CS 시스템, 이커머스의 경우 개인화된 상품 추천 알고리즘 같은 것들을 포함한다.
⁴버티컬 : 특정되고 세분화된 고객들을 위해 형성된 시장.

​ 

흔히 베트남을 ‘기회의 나라’라고 부른다.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곳에 기회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기회는 곧 그만큼의 위험을 의미하기도 한다. 베트남 전문 매체 VEYOND가 만난 베트남 진출 기업가들이 공통적으로 꺼낸 말이 있다. 베트남은 결코, 절대 쉽지 않은 곳이란 조언이다. 이날 만난 사람들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베트남 시장은 절대 만만치 않다는 말이다.

이는 단순히 언어나 문화, 관련 규정들이 다르다는 말이 아니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소비자들의 취향이 넓고 복잡하게 분포된 한국만큼이나 베트남의 소비자들도 그리 만만히 공략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베트남에는 지금도 한 해에 십만 개가 넘는 기업이 새로 생긴다. 그리고 그들이 2년 이상을 버틸 확률은 20%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베트남에서의 창업환경은 말 그대로의 무시무시한 정글이다.

이날 만난 기업 대표들은 베트남에서 자리를 잡고 성공적으로 매출을 올렸거나 바로 그 직전 단계에 가 있는 이들이었다. 한국의 벤처 액셀러레이터 기업인 ‘더 인벤션랩’이 이들에게 투자한 이유도 이 기업가들이 베트남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아 ‘하이 리턴’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가치는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기회는 오지 않는다’라는 사실일 것이다. 이번 인터뷰는 베트남이라는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도모하는 미래의 ‘대표님’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뉴얼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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