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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대표 핀테크 기업 모모(MoMo)가 국민 결제 앱이 된 이유

icon view7842 2021-12-01

‘핀테크’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괜히 복잡하게 들리는 용어지만, 핀테크의 가장 대표 격인 ‘페이’(Pay) 서비스를 생각하면 쉽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배민페이 등 우리는 이미 다양한 전자결제 앱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전자결제 서비스의 호황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중 베트남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시장 중 하나다. 향후 5년간 연평균 30%의 모바일 결제 시장 성장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행동으로 옮긴 스타트업이 있으니, 바로 모모(MoMo)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베트남에선 2014년 전자결제 서비스 1세대로 시작해 현재 점유율 1위를 달리는 기업이다. 모모의 성공 전략을 서비스 현황 분석을 통해 알아보자.

국가가 주도하는 전자결제 시장: 베트남의 금융 환경

우선, 모모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베트남의 핀테크 산업 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매년 6월 16일은 베트남의 ‘현금 없는 날(No Cash Day)’이다. 그렇다고 소비자가 무조건 전자결제만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이날 전자결제 기능을 사용하면 다양한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용기관, 중간 지불업체, 서비스 제공업체가 각종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현금 없는 날’, 전자결제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Vietnam Airlines

왜 베트남 정부는 이렇게까지 전자결제를 장려할까? 그 이유는 계좌보유율과 관련 있다. 2014년 베트남 인구의 30%만이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이 2015년 계좌보유율이 99%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수치다. 국민의 대다수가 은행 계좌가 없으면 나라의 경제를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가 국민의 소득이나 수입 활동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으니 조세 또한 어렵다. 베트남 정부가 현금 대신 전자결제를 장려하는 건 지하경제 규모를 축소하고 정확한 세수 파악을 하기 위함이다.

베트남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현금 없는 결제를 위한 개발 계획’을 국가 정책으로 천명했다. 상점엔 카드단말기 설치를 독려하고, 소비자는 QR코드나 전자결제 모바일 앱 등으로 각종 서비스 이용료부터 공과금까지 지불하게 했다. 그 결과 2021년 베트남 인구의 70%가 지불 가능한 은행 계좌를 보유하게 됐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계좌보유율이 늘긴 했지만, 부정부패와 여러 차례 화폐 개혁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잃어버린 신뢰는 아직 회복 중이기 때문에 현금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이러한 환경은 베트남의 핀테크 스타트업에 기회가 됐다. 비현금 결제를 하려면 은행 계좌 보유가 필수인데, 베트남은 계좌보유율이 점차 높아지는 데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97%(15~64세)에 달하기 때문. KPMG에 따르면 베트남의 2020년 전자결제 시장규모는 86억 달러이며, 이중 휴대폰을 이용한 전자결제 시장규모는 16억달러다. 앞으로 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호주 맥쿼리그룹에 따르면, 동남아 전자결제시장은 향후 5년내 13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모모는 올해 시리즈D 펀딩을 완료하며 2025년 상장을 추진한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대인 젊은 나라 베트남은 핀테크 결제앱을 교두보로 소비 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모모는 벌써 베트남 인구의 24%가 사용하고 있다.

간편하고 합리적인 모모의 ‘올 인 원(All-in-One)’ 전자금융 서비스

모모는 이러한 베트남 정부의 정책과 사회변화를 서비스에 어떻게 반영했을까?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① 송금은 전화번호 하나로 빠르고 간단하게

전자결제에는 전자지갑(E-wallet), 전자결제 지불대행(Payment Gateway),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한 혼합모델이 있다. 전자지갑은 별도의 은행 계좌 없이 전자상거래 업체나 가맹점에 비현금 결제를 하는 수단이다. 반면, 전자결제 지불대행은 은행 계좌를 통해 전자 결제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은행 계좌가 필요하다.

매우 직관적이고 간편한 송금 시스템으로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모모 앱

모모는 은행 계좌가 불필요한 전자지갑 업체다. 결제 시 필요한 만큼만 금액을 충전해 사용하면 되고, 별도의 수수료 없이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안다면 송금할 수 있다. 당연히 모모 사용자끼리 상대방의 전자지갑도 충천할 수 있다. 한국의 ‘토스’나 ‘카카오페이’같은 전자결제 앱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다.

베트남 인구의 30%는 아직 계좌 미보유 상태이며,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인구비율은 모로코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한다.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복잡한 결제 과정을 꺼려하는 현지 정서를 고려할 때, 이처럼 전화번호를 통한 간편 송금 방식은 대다수 국민에게 결제 부담이 없는 시스템이다.

모모는 특히 베트남의 MZ세대에게 인기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더치페이가 당연한 이들에게 상대의 전화번호만 알면 끝나는 송금은 너무 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젊은 층의 인기에 힘입어 모모는 2021년 기준 2300만 사용자를 확보하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중이다.

② 1개의 앱, 100개의 서비스 : 슈퍼 앱(Super Application) 전략

코로나19도 전자결제 스타트업에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따라 베트남에서는 지난 2년간 비대면 결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베트남 결제중계망 사업기관(NAPAS)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1월부터 3월 중순 사이 비현금 결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6%, 거래 금액은 124% 증가했다.

모모는 앱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는 ‘슈퍼 앱’ 전략을 통해 팬데믹 기간 동안 전자결제의 편리함에 눈을 뜬 베트남 국민들에게 종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했다. 코로나19 보험 상품 판로를 연계하고, 한국의 배달의 민족과 같은 서비스 제휴를 취하는 노력을 기울인 것. 영화, 항공권, 호텔 예약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이용은 물론이고, QR코드 송금과 공공요금 지불, 기부 등의 다양한 소비활동이 모모 앱 하나로 가능해졌다.

전자결제 서비스로 출발한 모모는 다양한 브랜드 제휴를 통해 종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베트남에서 슈퍼 앱으로 확장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앱이 먼저 고유 사업 생태계를 구축한 다음 이를 결제 플랫폼과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채택하면 일반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앱 내에서 같은 영역의 서비스를 연결하기 쉽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모빌리티 앱 ‘그랩’과 빈그룹이 운영하는 결제 서비스인 ‘빈아이디’가 이 방식을 차용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결제 플랫폼을 자회사 앱에서만 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다른 슈퍼 앱 전략은 아예 시작부터 결제 앱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일관된 생태계는 없지만 안정적이고,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파트너사와 함께 유틸리티를 확장할 수 있다. 모모는 이처럼 타 업체와 함께 서비스 제휴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중국의 알리페이가 취한 전략과 유사하다. 앱을 통한 결제 서비스로 비용 기반 수익을 창출하고, 여기에 금융 상품을 추가함으로써 앱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모두 구매, 이용할 수 있는 토탈 플랫폼이 되는 것. 모모는 현재 무려 3만 개 이상의 제휴사를 보유하며 100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도 지속적인 서비스 제휴를 통해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전망이다.

할인 프로모션, 치열한 핀테크 앱 경쟁 속 필수 생존 전략

모모와 알리페이는 비슷한 성장 전략을 취했지만, 모모 사용자들은 알리페이 사용자와 다르다. 중국에선 모바일 결제를 하려면 계좌에 잔고가 있어야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자결제는 ‘신용’의 의미가 크다. 반면 베트남에선 전자지갑을 편리한 ‘현금 대체 상품’ 정도로 인식한다. 아직 현금거래를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베트남 내 핀테크 관련 기업은 약 150개로 추산한다. 이중 은행을 제외하고 전자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32개가 넘어 각축전이 치열하다. 대부분 모바일 페이 솔루션에 집중돼 있고, 이 중 90%의 기업이 QR코드 송금, 전자 영수증,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비슷한 기술을 보유했다고 보면 된다.

베트남 현지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

이처럼 전자결제의 편리함은 비슷하게 보장되니 소비자들은 서비스의 차별화 정도에 따라 앱을 선택한다. 여러 기업의 서비스를 비교해보며 더 다양한 프로모션과 파격적인 할인을 주는 곳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 전자결제 스타트업은 소비자들의 일상에서 가장 필요하고 또 원하는 프로모션으로 앱을 열게 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베트남인이 다양한 프로모션과 할인 혜택을 즐기기 위해 4~5개의 전자지갑을 동시에 사용한다. 그 중 소비자의 결제 패턴과 소비 패턴을 가장 정밀하게 타게팅한 기업이 승기를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모모는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높은 고객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모모는 베트남 최대 커피 체인점과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모모 앱으로 결제하면 할인을 받고, 집에서도 편하게 커피를 주문하고 받을 수 있게 한 것. 매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그만큼 모모 앱을 자주 열게 되고, 자연스럽게 앱 내부에 있는 다양한 서비스에도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이처럼 앱에 머무는 시간을 늘어나게 하는 일련의 소비자 경험은 모모 사용자들을 충성고객으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쿠팡 플레이가 서비스 이용 시간을 늘려 쿠팡 쇼핑앱과 시너지 효과를 낸 사례와 비슷한 셈이다.

베트남 모바일 결제사업 진출 시 고려할 것

얼마 전 국내 주요 핀테크 서비스 ‘카카오페이’를 운영하는 카카오가 국정감사에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따른 양극화 현상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이처럼 앱을 통해 많은 서비스와 연계하고 제휴를 맺는 플랫폼 사업은 사용자 입장에서 편리함을 주기도 하지만, 자칫 독과점 문제를 초래해 시장의 거부감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시장 규제에 있어 자국민 보호를 우선시하는 베트남에서 외국계 기업이 독과점 논란에 휘말릴 경우, 이는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직 베트남 현지에서 전자결제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 낮다는 것도 유의해야 할 지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베트남 사람들이 전자지갑을 ‘화폐 보관 수단’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결제하는 데의 편리함은 인지하고 있지만, 전자지갑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20~30%만이 이를 저장 수단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을 타파하려면 시스템 보안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과 이를 전략적으로 홍보하는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글쓴이 강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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