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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머이 세대가 만든 베트남 NFT 게임 : ‘엑시 인피니티’로 보는 블록체인의 미래

icon view3827 2021-11-16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불러온 비대면 시대는 코인 투자자들 사이의 전문 용어 정도로만 인식돼 오던 블록체인을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로 끌고 왔다. 데이터의 위, 변조가 어려운 분산 원장 구조를 사용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상, 팬데믹과 같이 거의 모든 산업 활동을 온라인망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과 유통업계를 비롯해 이미 수많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자신들만의 ‘기업형 블록체인’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투자 시장에도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유사한 방식으로 디지털 파일에 고유 식별 번호를 부여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는 복제 이슈 때문에 거래가 어려웠던 디지털 아트 작품도 원화처럼 고가에 거래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올해 3월 뉴욕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경매 회사 크리스티의 미술품 경매에서는 NFT 작품이 무려 785억 원에 낙찰돼 화제를 이끌었다.

사물인터넷 기술과 결합해 다양한 산업 분야로 침투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기업들의 강력한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자산의 가능성을 보다 면밀하게 살필 수 있는 분야가 또 있으니, 바로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P2E)’ 게임 산업이다. 이름 그대로 ‘돈 버는 게임’이라는 뜻인데, 플레이를 통해 획득한 게임 속 아이템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현금화할 수 있게 만든 게임을 말한다.

아직 한국에서는 낯선 개념이지만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는 이미 대중적으로 꽤 익숙한 모델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게임 회사들이 이 산업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P2E 게임의 시초이자 대명사인 게임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를 개발한 베트남의 게임사 스카이 마비스(Sky Mavis)다.

공학도 출신 ‘블록체인 덕후’ 청년이 만든 최초의 P2E 게임

1992년생의 젊은 CEO 트룽 응우옌(Trung Nguyen)은 19살이었던 2012년 베트남의 e 커머스 전문 스타트업 로지 베트남(Lozi.vn)의 총괄기술책임자(CTO)로 일할 만큼 일찍부터 컴퓨터 공학과 디지털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2017년 그는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인 NFT로 블록체인 기술을 쉽게 알릴 수 있는 교육 목적의 게임을 구상하게 된다.

동업자였던 아트디렉터 투 도안(Tu Doan)과 손을 잡은 그는 곧바로 개발에 착수했고, 이듬해 기술 기반 게임 스튜디오 ‘스카이 마비스’를 설립, 본격적인 게임 제작에 돌입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암호화폐 이더리움(ETH) 기반의 블록체인 게임 ‘엑시 인피니티‘다.

ⓒ 스카이 마비스

엑시 인피니티가 처음부터 많은 인기를 누린 건 아니다. 서비스가 출시됐을 당시, 엑시 인피니티를 향한 세간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고난도의 조작법을 요구하지 않는 단순한 구성은 초보 게이머도 쉽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장점이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헤비 게이머들에게는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없다는 단점으로 작용했기 때문.

이러한 반응을 확인한 스카이 마비스는 엑시 인피니티에 조금씩 색다른 요소를 추가해 나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PVP(Player VS Player) 모드. 게이머와 게이머가 서로의 캐릭터로 싸울 수 있는 플레이 모드를 구축한 것이다. 캐릭터 교배 시스템인 브리딩(Breeding) 역시 엑시 인피니티만의 차별화된 요소다.

엑시 인피니티만의 독특한 게임 요소인 브리딩(breeding). 이렇게 만들어진 펫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 ⓒ 스카이 마비스

플레이 투 언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다. 엑시 인피니티 안에는 게임 내 거버넌스 토큰으로 사용되는 AXS(Axie Infinity Shards)와 SLP(Smooth Love Potion)가 있다. 이 토큰들은 실제 코인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즉, 이 토큰들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다.

‘돈 버는 게임’ 엑시 인피니티 사용법

한 명의 유저가 혼자 엑시 인피니티를 즐기려면 우선 게임 내 캐릭터이자 NFT로 만들어진 펫 ‘엑시’ 세 마리를 구매해야 한다. 보통의 게임에서는 아주 간단한 절차지만 이 게임에서는 엑시 구매 자체가 높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엑시 한 마리의 가격은 한국 돈으로 수십만 원에 이르기 때문. 베트남의 평균 월급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엑시 인피니티 유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구매해야 하는 엑시 인피니티의 캐릭터 ‘엑시’. / ⓒ 스카이 마비스

다른 방법도 있다. 바로 ‘스콜라 쉽(Scholarship)’ 제도다. 간단히 말하면 자신의 계정을 타인에게 빌려주고 서로 합의한 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일종의 지주-소작농 관계인 셈인데, 이는 한국에서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 사용자들이 계정을 동시 사용해 구독료를 나눠내는 방식과 유사하다.

캐릭터를 마련했다면 본격적으로 서버에 접속해 게임을 시작할 차례. 엑시 인피니티는 크게 두 가지 플레이 모드가 있다. 어드벤처 모드와 아레나 모드다.

어드벤처 모드와 아레나 모드 중 선택할 수 있다.

어드벤처 모드는 레벨에 맞는 던전을 돌면서 몬스터를 제거하고 SLP를 얻는 시스템이다. 어드벤처 모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SLP의 최대 개수는 50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아쉬운 점이 있으나 비교적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모드다.

아레나 모드는 타 게이머와 직접 맞붙는 모드다. 아레나 모드는 카드 조합 간의 대결을 통해 승패를 가린다.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엑시 간의 상성에 따른 전략을 치밀하게 수립해야 하기에 만만하게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아레나 모드에는 MMR(Match Making Rating)이 있다. MMR 점수가 높아질수록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많아지는 것. 탑 랭커 구간에 있으면 SLP와 더불어 이보다 더 비싼 AXS를 확보할 수 있다. 이 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당연히 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엑시 인피니티 열풍, 필리핀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독특한 플레이 투 언 시스템을 앞세워 엑시 인피니티는 현재 이용자가 전 세계 100만 명이 넘는 글로벌 인기 게임으로 등극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중 60%가 필리핀 게이머라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필리핀의 경제 현황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2020년 필리핀의 1인당 GDP는 3,370달러. 평균 임금이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여기에 베트남과 필리핀의 환율 차이까지 더해져, 엑시 인피니티로 벌 수 있는 돈의 가치가 필리핀 국민들에게 더욱더 크게 다가왔다. 스카이 마비스의 공동 설립자인 제프리 저린 역시 지난 10월 열린 업비트 개발자 회의에서 “엑시 인피니티는 개발도상국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엑시 인피니티를 주제로 한 유튜브 다큐멘터리에서는 팬데믹 기간 동안 엑시 인피니티 게임에서 얻은 수익으로 생계를 유지한 시민의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게임 속 화면 구성이 모두 영어로 돼 있다는 점 또한 필리핀 국민을 엑시 인피니티 열풍의 중심축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베트남 출신 청년들이 호찌민에 만든 로컬 기업이지만 게임 속 기본 언어가 영어로 채택된 덕분에 영어 문화권에 속한 필리핀 유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 특히 NFT 토큰을 현금화하는 거래 절차 역시 영어로 이뤄지기 때문에 게임만 열심히 하면 누구나 쉽게 수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엑시 인피니티의 열풍은 필리핀에서 시작됐지만 스카이 마비스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제프리 저린은 업비트 개발자 회의에서 “게임 내 지출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기존 게임과 달리 플레이어가 게임을 만들고 시장을 형성하는 등 새로운 가상 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 엑시 인피니티는 게임 안에 법과 금융 시스템을 갖춘 ‘디지털 국가’다.

경제와 생활이 이어지는 플레이 투 언 트렌드로 게임이 경제가 되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확장을 꿈꾼다”라고 전했다. 필리핀에서의 엑시 인피니티 성공을 발판 삼아 스카이 마비스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대하려는 제스처다.

한국에서 출시된 블록체인 기반 플레이 투 언 게임 ‘미르 4’

그렇다면 국내의 플레이 투 언 게임 현황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게임이 등장했다. 위메이드가 제작한 게임 ‘미르 4’다. 미르 4는 게임 내 통용되는 화폐를 ‘드레이코(DRACO)’라는 코인으로 바꿨다. 이 코인은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지갑 ‘위믹스 월렛’을 통해 가상화폐 ‘위믹스’로 교환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미르 4는 최근 글로벌 동시 접속자 100만 명 이상 기록했다. 이는 위메이드의 폭풍 성장으로 직결됐다. 위메이드는 지난 3일 3·4분기 매출 약 633억 원, 영업이익 약 174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6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을 기록했다.

검증되지 않은 안전성, 규제라는 방지턱…P2E 게임의 향방은?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스카이 마비스를 포함한 플레이 투 언 게임 개발사의 글로벌 성공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까다로운 장애물은 국가별 규제다. 필리핀은 현재 엑시 인피니티를 향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여러 규제로 인해 플레이 투 언 게임 개발사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제프리 저린 역시 “필리핀의 규제를 준수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선 각국의 규제를 준수할 것이다. 엑시 인피니티와 같은 새로 등장한 개념의 게임을 국가에 잘 설명해야 할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지만, 스카이 마비스가 베트남 최고이자 최대 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 따르면, 엑시 인피니티의 시가 총액은 11월 18일 기준 무려 9.8조 원이다. 플레이 투 언 게임 산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기 시장이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게임 스타트업 스카이 마비스의 질주 역시, 이제부터 시작이다.

 

 

ⓒVEYOND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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