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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맛집 탐방기 ①종로구 창신동 베트남 쌀국수 포항(phohang)

icon view8757 2021-07-19

1호선 동대문역 앞의 창신동은 원래 네팔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네팔 타운으로 유명했으나, 최근 아시아 마트와 현지인이 운영하는 베트남 식당들이 생기면서 베트남 타운이 새롭게 형성되었다.

​창신동 베트남 타운에서는 수원이나 안산의 베트남 식당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다양하고 본격적인 베트남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동대문역 3번 출구 앞에 위치한 포항(Phở Hằng)은 서울에서 가장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베트남 식당으로 꼽을 수 있겠다.

좁은 골목길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베트남으로 순간 이동을 하는 마법이 펼쳐진다.

포 항은 하노이 출신의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으로, 가게 이름에서 포는 쌀국수 포(넙적한 쌀국수 면 또는 그런 면을 사용하는 쌀국수를 포phở라고 부른다)를 뜻하고 항(Hằng)은 사장님 성함을 따온 것이다. 취급하는 메뉴는 쌀국수에서부터 닭발 무침, 염소 요리, 각종 샤브샤브에 이르기까지 80여 가지가 넘는데, 가격은 저렴하고 양은 푸짐하며 휴일 없이 24시간 영업한다.(현재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영업)

​메뉴가 너무 다양한 탓에 뭘 먹어야 할지 고르기가 어려울 수 있는데, 일단 다양한 쌀국수부터 도전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한국이 국밥의 나라라면 베트남은 국수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쌀국수가 존재하고, 우리가 지금껏 먹어온 베트남 쌀국수는 그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니까.

우선 메뉴판 맨 앞에 보이는 쇠고기 쌀국수(포 보 Phở bò)는 북부식과 남부식이 있는데, 포 항은 북부식 쇠고기 쌀국수를 낸다.(포Phở는 넓적한 쌀국수 면, 보bò는 소고기를 의미한다.) 사장님 고향인 하노이는 베트남 북부의 대표적인 도시로, 베트남의 수도이자 1900년대 초에 쇠고기 쌀국수가 처음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당시에 쌀국수는 쇠고기 쌀국수밖에 없었고 다른 쌀국수들은 이후에 만들어졌다.)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쇠고기 쌀국수는 초창기에는 남부식이 주류를 이뤘고 최근에는 북부식이 많이 보이는데, 북부식은 남부식보다 국물이 연하고 식초에 담근 마늘과 고추를 넣어서 먹고, 남부식은 북부식보다 국물이 진하고 칠리소스와 해선장을 넣어서 먹는다. 꿔이(Quẩy)라고 하는 튀긴 빵을 쌀국수 국물에 푹 담가서 먹는 것 또한 북부 스타일인데, 베트남이 계획경제와 배급을 하던 시절에 부족한 재료와 식사량을 보완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그밖에 북부식은 숙주가 없고, 남부식은 다채로운 향채를 넣어서 먹고, 남부식은 국물이 달고 남부식의 포가 북부식보다 더 가늘다는 등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 중에 어떤 점들은 한국에서는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일단 한국에서는 베트남 쌀국수에 거의 무조건 숙주를 주고, 포 항의 쇠고기 쌀국수에도 숙주가 들어간다.)

꿔이(1천원)를 주문해서 쌀국수와 같이 먹어보았다. 생선국수나 게국수와 먹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베트남에서는 아침식사로 쌀국수를 많이 먹는데, 포 항의 쇠고기 쌀국수는 아침으로 먹기에 딱 어울리는 맛이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국물과 부드럽게 씹히면서 졸깃함이 살아있는 쌀국수가 술술 넘어가는데, 넉넉하게 들어있는 두 가지 부위의 소고기와 힘줄에 고기완자까지 먹고 나면, 위장에 부담 없이 속을 채우고 활동할 에너지를 얻는 느낌이다. 포 항의 다른 쌀국수들도 맛있게 먹었지만, 쇠고기 쌀국수를 먹으니 역시 기본이 중요하고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기가 들어가는 쌀국수 중 다른 추천할만한 메뉴로는 매운국수(분보훼 Bún bò huế)가 있는데, 분Bún은 단면이 동그란 쌀국수 면(다만 분보훼의 분은 다른 쌀국수의 분보다 두껍다), 보bò는 소고기, 훼huế는 베트남 중부의 훼 지방을 의미한다. 훼는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인 응우웬 왕조(1802~1945) 시절의 수도로, 훼 지방의 요리에는 궁중음식의 스타일이 남아있어 고급 요리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먹어도 먹어도 건더기가 계속 나온다. 분보훼의 분은 살짝 굵은 분을 사용하는 편.

분보훼에는 다양한 건더기가 푸짐하게 올라가는 것이 특징인데(궁중요리 스타일이 반영된 게 이런 점일 것이다.), 포 항의 분보훼에도 이런 특징이 잘 살아있어 소고기, 힘줄, 선지, 돼지 족발, 소시지 등의 건더기가 켜켜이 쌓여있어 면을 건져 먹기가 힘들 정도다. 푸짐한 건더기를 원한다면 분보훼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사실 포 항의 쌀국수는 어떤 걸 시켜도 건더기가 상당히 넉넉하게 나오지만 분보훼는 한층 더 푸짐하다.) 다만 ‘매운 국수’라는 번역명과는 달리 한국인 기준에서는 전혀 맵지가 않다는 점은 참고하도록 하자.

​위의 두 가지 쌀국수가 조금 일반적인 쌀국수라면, 포 항에서 맛볼 수 있는 (한국 기준으로) 보다 일반적이지 않은 쌀국수로는 생선국수와 게국수가 있다.

​생선국수(분 까 Bún cá)는 베트남 북부에서 먹는 생선튀김이 올라간 쌀국수로, Bún은 단면이 동그란 쌀국수 면, 까cá는 생선을 뜻한다. 포 항의 생선국수에는 생선튀김과 어묵, 생선 껍질 튀김, 토마토가 들어가고 채소 고명으로 미나리가 올라가는데, 토마토는 베트남 해물요리에서 비린내를 잡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재료이다.(해물이 들어가는 쌀국수나 샤브샤브에는 반드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국물에서 토마토 맛이 강하게 나거나 하지는 않고 오히려 곰곰한 생선 젓갈 냄새가 살짝 느껴지지만, 곁들여 나오는 레몬 조각에서 즙을 짜 넣으면 쉬이 중화될 정도로 젓갈 냄새가 강하지는 않다.

생선튀김의 맛이 꽤 중독적이다. 살짝 불량한 맛있음이라고 할까.

먹어보면 가느다란 쌀국수의 식감과 시원한 국물 맛이 좋고, 그와 대조적인 짭짤하고 고소한 생선튀김 맛이 꽤 중독적으로 느껴지는데, 각각의 맛도 좋지만 그 맛의 대비가 이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먹으면서 이것 참 별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베트남 현지에서도 메뉴판에 보이면 꼭 시켜서 먹었다는 어떤 분의 말이 이해가 될 정도라고 할까.

​게국수는 사실 메뉴판에 함정이 있는데, 한글로 써진 ‘게국수’ 위에 보이는 분리우(Bún riêu)와 아래에 보이는 반다꾸어(Bánh đa cua)가 둘 다 게를 베이스로 만드는 ‘게국수’이다.

​분리우(Bún riêu)는 하노이가 원조인 쌀국수로, 포 항의 분리우는 한식으로 따지면 새우가 들어간 게찌개 같은 맛이 나는데, 어찌 보면 꽤 익숙한 맛이라 해물 찌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부담 없이 도전해보셔도 될 것 같다.

게찌개와 차이점이 있다면 게 페이스트를 넣어 만든 부드러운 완자가 부스러기처럼 들어가고(현지에서도 이 완자를 덩어리로 넣어주는 곳이 있고, 부스러기처럼 넣어주는 곳이 있다.), 게 페이스트에 들어있는 오일을 요리에 사용해서 국물 표면에 게맛 기름(참치캔에 들어있는 기름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이 뜬다는 것인데, 그 기름 맛이 부담스럽거나 하지는 않다. 건더기로는 튀긴 두부, 어묵, 생선 껍질 튀김, 새우 등이 들어가는데 다 맛있게 먹었지만 특히 새우가 맛이 진하고 맛있었던 걸 보면, 아마도 게맛 기름으로 새우를 조리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맛이 나는 포 항의 분리우.

반다꾸어(Bánh đa cua)는 베트남 북부 하이퐁 지역의 쌀국수로 반다Bánh đa는 하이퐁에서 만드는 갈색의 넓적한 쌀국수 면의 이름이고 꾸어cua는 게를 뜻한다. 포 항의 분리우와 반다꾸어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국물로, 원래 반다꾸어에는 조리할 때 향이 강한 어장(魚醬 = 느억맘 Nước mắm)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포 항에서는 맘똠을 넣는 것 같다.(사실 현지에서도 가게마다 레시피가 달라서, 분리우에 맘똠을 넣는 곳도 있다.)

맘똠은 간단히 말해서 베트남 새우젓인데, 먹어보면 세계악취음식 랭킹에 한자리는 쉽게 차지할 수 있을 듯한 강하고 쿰쿰한 젓갈 발효향이 느껴진다. 맘똠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요리로는 분더우맘똠(Bún đậu mắm tôm)이 있는데, 국수(Bún)와 두부(đậu), 돼지고기와 내장 등을 맘똠(mắm tôm)에 찍어 먹는 것으로, 베트남에서는 굉장히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다.

포 항의 분더우맘똠.(메뉴판에는 ‘분다우’라고 써있다.) 돼지귀, 햄, 튀긴 두부, 피순대 등을 맘똠에 찍어 분Bún과 함께 먹는다.
진한 갈색의 종지에 담겨있는 것이 맘똠인데, 한 번 먹어보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생길 것이다.

포 항의 반다꾸어는 사실 국수도 건더기도 맛있고, 덩어리로 들어있는 게 페이스트 완자에서 굉장히 진한 맛이 나서 특색이 있어 좋았다. 하지만 국물에서 피어나는 맘똠 향이 너무나도 강력해서, 레몬을 짜 넣고, 마늘고추식초를 넣어 맛과 향을 조금 진정시킨 후에 먹을 수 있었는데, 결국 국물을 많이 남기긴 했다. 불호하는 분들이 많을 메뉴기는 하지만, 맘똠을 드실 수 있는 분이라면 한 번 도전해보셔도 좋겠다.

반다꾸어 그릇이 앞에 놓이는 순간 맘똠 향이 마스크를 가볍게 뚫고 들어온다.
넙적한 갈색 면 반다Bánh đa
양념의 힘이 없었으면 젓가락도 대기 어려웠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맘똠의 맛이 항상 일정한 것은 아니다. 포 항에서는 맘똠을 찍어 먹는 메뉴를 두 번 먹어봤는데, 한 번은 먹기가 너무 어려웠지만, 다른 한 번은 먹기가 많이 어렵지 않은 정도의 것이 나왔다.(그리고 반다꾸어를 먹었을 때 들어간 맘똠은 아무래도 먹기 어려운 버전이었던 것 같다.) 베트남 현지에서도 향이 약한 걸 먹고 만만하게 여겼다가, 향이 강한 걸 먹고 놀랐다는 분도 있다.

​포 항의 쌀국수는 대체로 다 맛있었지만, 별로 추천하지 않는 메뉴도 있기는 하다. 닭고기 쌀국수(포 가 Phở gà)와 분짜(Bún chả)가 그렇다. 닭고기 쌀국수는 1939년 당시 베트남에서 월요일과 금요일에 소고기 판매가 금지되면서(왜냐면 농사와 운송에 소의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닭고기로 쌀국수를 만들어 팔던 것이 시초인데, 젓가락만 대면 뼈와 살이 분리될 정도로 푹 익힌 닭고기만 먹어온 한국인에게 포 항 닭고기 쌀국수의 닭고기는 너무 질기고 딱딱했다. 그것이 현지의 맛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소고기 판매 금지일 같은 것도 없으니 그냥 쇠고기 쌀국수를 먹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분짜의 경우 메뉴판에 베트남어로 분팃느엉(Bún thịt nướng)이라고 쓰여있었지만 나온 걸 보니 분짜였는데(분짜는 고기와 면이 따로 나오고, 분팃느엉은 면 위에 고기를 올려서 나온다.), 기본적으로 분짜의 중요한 덕목인 ‘숯불로 구워서 훈연 향이 나는 부드러운 고기’가 아쉬웠다. 숯불을 쓰기가 어려운 환경인 것은 이해하지만 고기가 딱딱한 것도 문제였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팁이 있는데, 아시다시피 베트남 음식은 향채로 완성이 되지만 포 항에는 고수가 없다. 대신에 민트가 준비되어 있고, 종업원에게 민트를 달라고 하면 바구니 가득 민트를 담아서 가져다준다. 다만 한국어를 잘 못하는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한국어 못하는 직원에게 요구 사항을 이야기하면 한국어 할 줄 아는 직원을 불러주기는 한다.) 그럴 때는 기사에 첨부한 민트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거 주세요’라고 하면 어느 직원에게든 뜻이 통할 수 있을 것이다.

민트를 달라고 하면 정말 듬뿍 가져다준다. 가끔 타이 바질과 민트를 같이 주는 날도 있었다.

베트남쌀국수PhoHang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309-3
오전 9시~저녁 10시 영업

글쓴이 미식의 별

미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맛보고 글 쓰는 음식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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