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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 진하고 달콤한 연유

icon view4303 2022-11-29

한국인에게 고춧가루가 있다면,
베트남에는 연유가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조미료가 있다면 그건 고춧가루가 아닐까? 다양한 곳에 뿌려서 매콤한 즐거움을 더해주는 고춧가루는 우리의 주방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식재료다. 한국인의 고춧가루만큼이나 베트남 사람들에게 소중한 재료가 있다. 바로 연유다.

카페쓰어다부터 팥빙수까지. 베트남 사람들에게 연유는 빼놓을 수 없는 소울푸드다. 베트남 사람들은 왜 이렇게 연유를 좋아하게 됐을까?

연유 없이 못 살아! 베트남의 특별한 연유 사랑

매우 강하고 쓴맛이 특징인 로부스타종 커피에 연유를 넣어 먹는 카페 쓰어다 / Ⓒ 마시즘

베트남에서 본격적으로 우유를 마시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부터다. 우유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고온다습한 기후와 인프라에 있다. 덥고 습한 베트남의 기후에서는 우유가 빨리 상해버렸다. 하지만 우유를 냉장 상태로 유지시켜줄 콜드체인 운송장비나 냉장고 등의 인프라가 없었다. 신선한 우유를 마시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매우 어려운 시대였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베트남에서는 장기 보관이 쉬운 ‘연유’가 발달했다. 특히 연유에 설탕을 넣어서 단 맛을 강화시키고, 보존 기한이 긴 달달한 ‘가당 연유’를 선호하게 되었다. 또한 베트남 커피의 특징을 빼놓을 수 없다. 베트남 커피는 ‘로부스타’종으로, 매우 강하고 쓴 맛이 특징이다. 이걸 스트레이트로 마시려면 큰 부담이 든다. 그래서 과거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인들이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것을 발견한 베트남 사람들은 커피에 연유를 넣어먹기 시작했다. 커피에 달콤한 연유를 섞어서 중화하는 커피. ‘카페 쓰어다’의 탄생이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연유 브랜드

베트남의 연유 브랜드 3대장 옹토, 브라더스, 누티크리머 / Ⓒ 마시즘

연유의 왕국 답게 베트남은 연유를 판매하는 브랜드도 상당히 많다. 캔, 병에 든 연유부터 작은 포켓 사이즈의 연유까지. 베트남의 마트에 가면 한 벽면이 연유로 가득 찬 매대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연유에 대한 니즈가 있고, 제각기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갖가지 고도화된 연유 제품들이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옹토(Ong tho)는 베트남의 가장 큰 유제품 기업 ‘비나밀크(Vinamilk)’가 생산하는 연유 라인이다. 베트남에 가면 꼭 사 와야 할 기념품으로 알려진 만큼, 한국 사람들에게도 선호도가 높다. 옹토 연유의 특징은 한국산 연유에 비해 훨씬 깊고 진한 맛이 난다는 것. 여러 용량이 준비되어 있어서 필요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브라더스(Brothers)는 우리에게 G7 커피로 잘 알려진 ‘쭝웬레전드’의 연유다. 출신이 같아서일까? G7 커피에 브라더스 연유를 더해서 만드는 ‘카페쓰어다’는 궁합이 좋다고. 이 밖에도 베트남 3대 낙농업체인 누티가 만든 ‘누티크리머(Nuti)’ 등 다양한 브랜드의 연유를 만나볼 수 있다.

연유가 빠지면 디저트가 아니다

베트남 길거리를 걷다 보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카페쓰어다를 내리고 있는 모습 / Ⓒ 마시즘

베트남 연유로 만드는 음식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단연 ‘카페쓰어다(Cà Phê Sữa Đá)’다. 한국 스타벅스의 스테디셀러 ‘돌체라떼’가 카페쓰어다의 변형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카페쓰어다에 요구르트를 추가하면 ‘요구르트 커피’가 된다. 커피에 요구르트, 연유를 넣어 먹는 독특한 맛의 커피다. 깔끔한 신맛과 기분 좋은 달콤함을 자랑해서 베트남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독특한 커피 메뉴 중에 하나라고.

우유 대신 연유를 넣어 만든 반 프란 / Ⓒ 마시즘

우유 대신에 연유를 넣으면 독특한 매력의 베트남의 디저트가 탄생한다. 반 프란(Banh Flan)은 일종의 커스터드 푸딩이다. 연유와 계란을 넣고 만들어 극강의 진한 달콤함을 자랑한다.

베트남의 국민 디저트 쩨(Che), 다양한 재료로 만든다. 물론 필수 재료는 연유

그런가 하면 설탕 대신에 연유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베트남의 국민 디저트 ‘쩨(Chè)’다. 쩨는 콩, 코코넛, 옥수수 등 다양한 재료를 넣고 시원하게 마시는 디저트다. 100명이 있으면 100개의 쩨가 있을 정도로, 집집마다 다양한 레시피로 만든다고. 하지만 꼭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필수 재료가 연유다. 연유가 쩨의 맛을 부드럽게 융화시켜주면서, 달콤함을 한층 더한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연유의 도시

먹고 마시는 것을 보면 그 나라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마냥 달콤해 보이는 연유에도 베트남 사람들의 지난 역사와 풍토가 고스란히 녹아있으니까. 어쩌면 연유가 달콤한 마법을 부려, 베트남에 대한 우리의 추억과 기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오늘만큼은 커피에 연유를 추가해서 베트남의 풍경을 맛보고 싶다.

[참고문헌]
– 베트남 커피가 특별한 이유, Travie, 2021.9.10
– 브이프레소코리아, 베트남 ‘옹토’ 연유 팩 판매 개시, 매일경제, 2017.9.3
– Why Does Vietnamese Coffee Use Condensed Milk?, Coffee Improved
– ADVENTURES IN CONDENSED MILK: HOW TO MAKE VIETNAMESE COFFEE AND VIETNAMESE YOGURT, Heavy Table, 2010.22.02

글쓴이 마시즘
세상에서 마시는 게 제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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