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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스마트폰을 베트남 ‘빈그룹’이 살 뻔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루머가 아니다

icon view1767 2021-04-08
Veyond 매거진

지금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LG의 스마트폰 사업부이지만 과거에는 영광의 순간도 있었다. 피처폰 시절까지만 해도 LG는 초콜릿폰, 샤인폰 등 여러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오디오에 특화된 V 시리즈를 내놓으며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려 했지만 다른 브랜드에 비해 뭔가 아쉬운 만듦새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LG 스마트폰 사업부는 주변기기를 직접 조합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듈형(G5)’스마트폰 출시로 반전을 시도했지만 기본적인 만듦새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모듈 사이 틈이 벌어지는 유격 현상이 발생했고, 소프트웨어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겪었다. 23분기가 넘게 지속되는 적자는 전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LG 스마트폰 G5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던 LG 스마트폰 ‘G5’

2021년 초, LG가 자사의 스마트폰(MC : Mobile Communication) 사업부를 매각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LG는 루머에 대해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라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을 내놓았다. ‘모든 가능성’이라는 말에 주주들은 반색했다. 적자만 내는 악성 사업부가 정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갖 가능성들이 물망에 오르기 시작했다.

LG전자의 MC 사업부 인수 후보로 거론된 곳은 여러 군데다. 국내 기업으로는 통신 사업을 펼치고 있는 SK가 물망에 올랐고 그 밖에도 글로벌 기업인 구글, MS, 페이스북까지 M&A 시장에서 이름을 올렸다. 비록 적자투성이인 기업이긴 해도 디바이스를 제조하며 글로벌 마켓에도 영업 루트를 만들어 놓은 회사이기에 시장에 소구할 매력이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흥미로운 후보자가 하나 등장했다. 바로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이었다.

베트남 빈 그룹
베트남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빈그룹’

빈그룹은 베트남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총 4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건설과 유통이 주력인 회사였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업과 자동차 산업에도 진출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하루를 빈그룹으로 시작해 빈그룹으로 끝낸다’고 말한다. 그만큼 빈그룹이 베트남에 끼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VEYOND에서도 빈그룹에 대해 자세히 다룬 적이 있다.

빈그룹은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19년 상반기다. 계열사 빈스마트가 첫 스마트폰인 ‘Vsmart’를 야심 차게 선보인 것이다. 이는 상징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빈그룹이 더 이상 유통과 부동산 중심의 내수기업으로 남아있지 않고 제조업 바탕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샘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Vsmart를 처음 선보인 그해, 빈스마트는 6%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다. 애플 선호도가 높으며 삼성전자 휴대폰 제조공장이 서 있는 나라라를 고려하면, 또 빈스마트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1년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허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Vsmart Live’는 출시 두 달 만에 반값으로 할인을 진행했다. 또 빈그룹의 고급 아파트를 구입한 고객들에게 무료로 스마트폰을 지급하기도 했다. 올 초까지 무료 스마트폰을 지급받는 빈홈즈의 부동산 고객들은 10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엄청난 출혈을 감수한 셈이다.

빈 그룹의 스마트폰
초기 정착을 위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한 빈그룹

2019년, 빈그룹은 자사의 주력 유통부문인 빈마트(대형마트)와 빈마트플러스(편의점), 그리고 빈에코시스템(농산물 유통)을 소매유통기업인 마산그룹에 약 2조 4천억 원의 금액을 받고 매각했다. 스마트폰 사업에 더욱 리소스를 투자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자사의 캐시카우와도 같았던 유통에서 손을 뗀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엄청난 결정이다. 그렇기에 내수 그룹에서 벗어나 제조업에 전력을 쏟겠다는 빈그룹의 의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여기에 빈그룹은 올해 1월 말, 우리 돈으로 치면 3750억가량 되는 회사채를 발행한다. 마침 LG의 스마트폰 사업부 매각설이 나온 바로 그 즈음이다. LG가 쌓아온 기술력과 북미 유통라인을 동시에 얻는다면 단숨에 글로벌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빈그룹의 LG 스마트폰 사업 인수는 결렬되었다. 캐시플로우를 담당하던 사업들이 정리되고 볼륨이 큰 제조업 시장에 진출하면서 재무건전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그룹의 ‘스마트폰 사업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규모적인 부분에서 베트남을 비롯해 러시아, 미얀마, 스페인 등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동시에 스마트폰 1티어 기업 인재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보내면서 삼성 베트남 법인에서 근무하던 팀장급 인사들이 빈그룹으로 옮기가기도 했다.

빈 그룹의 스마트폰
다앙한 노력으로 점차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빈그룹의 스마트폰 사업

지난 4월 5일, LG전자는 이사회를 통해 휴대폰 사업 철수를 의결한 뒤 “휴대폰(MC)사업 부문 생산 및 판매 종료”를 공시했다. 영업정지 사유로는 “휴대폰 사업 경쟁심화 및 지속적인 사업부진”과 “내부자원 효율화를 통해 핵심사업으로의 역량 집중 및 사업구조 개선”을 들었다. 이로써 최근 5년간 누적손실액 5조 원을 기록한 엘지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비록 LG 스마트폰은 역사로 사라지지만,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를 꼽으라면 분명 ‘빈그룹’을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거짓말 같다고? 1938년에 설립된 ‘삼성상회’가 글로벌 시장에서 ‘SAMSUNG’이란 이름을 알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50년 뒤 우리는 빈그룹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 삼성의 모습
글로벌 브랜드 가치 72조원 ‘SAMSUNG’이 시작된 곳. 1938년 삼성상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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