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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한국어가 베트남에서 ‘제 1외국어’의 지위를 얻는다

icon view6733 2020-12-27
Veyond 매거진

​지난 11월, 베트남 국가 외국어 계획 운영위원회는 ”제1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과정 설계를 지도하고 있다”라고 밝히면서 “큰 문제가 없으면 내년에 이런 교육 과정이 통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한국어가 베트남에서 제1외국어의 지위를 얻게 된다는 의미다.

공부하는 베트남 학생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베트남 학생

한국어는 지난 2016년부터 베트남 교과과정에 편입됐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어는 제2외국어의 지위였다. 베트남에서 제1외국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선택과목으로 가르치지만 제2외국어는 중등학교부터 가르친다. 일본어는 일찌감치 제1외국어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반해 한국어는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베트남에서 한국어의 인기는 그 어느 외국어의 인기보다 뒤지지 않는다. 베트남 내 29개 대학에서 1만 6천여 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한해 1만 5천 명 이상이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응시하고 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취미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어학당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베트남의 이유 있는 한국어 열풍

베트남에서 한국어가 인기 있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살펴볼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양국은 지난 92년 교역의 문을 연 이래 현재에는 서로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의 5대 수출국 중 하나로 베트남이 떠오르면서 한국 회사들도 하나둘씩 베트남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지난 5년간 베트남에서 새로 생긴 한국 기업은 약 3500개 정도 된다. 작은 기업, 중견 기업들도 있지만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나 LG도 있다. 베트남 삼성전자 한 회사에서만 15만 명이 넘는 베트남 사람을 채용하고 있다.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게 되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이 바로 언어의 장벽이다. 베트남으로 이전한 한국 기업들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현지인들을 찾았다. 한국어를 하는 베트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대학들도 앞다투어 한국어학과를 개설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호치민대학교 한국학부 전경
베트남 최고 대학인 국립 호찌민대의 한국학부는 인문사회계열 최고의 입학 점수를 자랑한다.

호찌민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대졸자 월급은 약 500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현지인의 경우는 그 가격이 훨씬 뛴다. 어느 정도 업무 스킬만 확보된다면 1000달러도 가능하다는 게 현지의 전언이다.

강사의 부족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어 교육

그러나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보다 기업의 수요가 더 높다 보니 문제도 생겼다. 한국어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채용이 쉽게 되다 보니 공부를 소홀히 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현지인들도 많았다. 또 어느 정도 실력만 쌓으면 쉽게 스카우트되다 보니 직원들의 이직률 또한 높아졌다.

질적인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원 숫자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호찌민 대학교 한국학부는 전체 학생이 약 720명인데 반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는 23명에 불과하다. 강사 1명이 학생 30여 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베트남 학생들
한국어 인기에 비해 부족한 한국어 교육 인프라

이는 한국어 교원을 한국인에게서 의존한 탓이 크다.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 대부분은 한국에서 교육과정을 수료하는 한국인이지만 그 숫자는 적다. 교원이 부족하다 보니 한국 교육을 담당하는 학과는 ‘교육학과’가 아니라 ‘한국학과’에 머무르고 있다. 교육학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한국어 교육 강사를 충분히 배출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교, 강사가 부족한 것은 대학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어 교육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베트남에 한국어 강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한국어 교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어 학원끼리 교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다”라며 “한국 정부는 초급 단계 어린 학생들을 가르칠 게 아니라,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베트남 교사 양성에 더 힘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글 교육에 쓰이는 포스터
한글 기초교육에 대한 다양한 방식이 필요하다 ⓒ빅히트

무역공사 측도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2018년 말 ‘베트남에서 뜨는 한국어, 전문강사는 부족’이라는 기고글에서 “현지의 많은 한국어 사설학원들이 아직은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 대부분의 베트남 학생들은 한국 원어민 교사를 선호하지만 현지 사설학원 강사들은 베트남 교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마저도 학원들 간 강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우수한 한국어 교육 인력을 베트남에 파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도 베트남어를 학습할 수 있는 인프라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대학 중에서 베트남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서울대와 한국외국어대를 포함해 총 6곳에 불과하다. 사설 학원도 마찬가지다. 사교육 시장이 크게 발달한 한국이지만 여전히 외국어 사교육 시장은 영어, 중국어 위주다. 베트남어를 가르치는 학원은 손에 꼽는다.

긍정적인 소식은 국내에서 베트남어에 대한 관심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사설학원을 중심으로 베트남어 강좌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개설 한 달 만에 수강생이 급증해 반을 1개에서 11개로 늘리고, 강사도 2명에서 5명으로 보강했다”라며 한국에서도 베트남어의 인기가 점차 늘고 있음을 설명했다.

베트남어 자격증 수업을 하는 선생님
베트남어 자격증(OPI)를 중심으로 관련 수업도 많아지고 있다 ⓒECK 에듀케이션

하지만 확실한 성과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베트남 현지의 교육 인프라를 점검하고 정책적으로 언어 교육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호찌민 인문사회대 부총장 역시 “교수진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한국 정부가 교수진 충원에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라고 요청한 바 있다. 양국의 교류가 고도화되는 것과 비례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 VEYOND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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