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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포스트 중국이 될 수 있을까? ③양국의 사회 비교 및 우리가 나아갈 길

icon view6479 2021-08-20

하노이 중심가에 위치한 문묘는 베트남 문화의 정체성을 설명해 주는 대표적인 유적이다. 문묘란 공자(BC 551~479)를 기리는 사당으로서, 유교 문화의 상징이자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문묘 유적이 있는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와 베트남뿐이다.

​베트남의 문묘는 1070년 리왕조 성종(李聖宗, Lý Thánh Tông) 시기에 처음 세워졌다. 1076년에는 우리나라 고려 시대의 국가교육기관과 동일한 명칭인 국자감 (國子監 Quốc Tử Giám)이 설립되어 베트남 최초의 대학으로서 유학자들을 양성해 온 곳이다.

하노이 문묘의 정갈한 모습

베트남은 또한 한국과 같은 한자문화권의 국가다. 태국이나 캄보디아,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반도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자체 문자 없이 한자를 써왔다. 한자를 바탕으로 우리의 이두문자와 비슷한 쯔놈(字喃)이라는 문자를 만들기도 했지만, 17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지금의 알파벳을 사용하고 있다. 선교사들로부터 전해진 라틴문자에 베트남 고유의 6개 성조를 붙인 것이다.

유교의 영향을 받아 조상에 대한 제사를 치르며 중국, 한국과 같이 구정도 쇤다. 이처럼 문묘 유적과 한문 사용, 그리고 구정과 제사 등의 풍습은 베트남이 지리적으로는 동남아에 위치해있으되, 정신적으로는 한국, 일본과 함께 동북아시아에 포함되어야 할 문화적 특성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교 문화권 국가의 장점이랄 수 있는 근면, 성실함도 유사하며, 극성맞은 교육열 역시 비슷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성비 좋은 인력들이 많다는 의미도 된다. 외국, 특히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트남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KOTRA

침략의 치욕을 겪은 중국과 자주 역사의 베트남

베트남은 줄기차게 남진을 계속하며 영토를 확장해온 국가다. 또한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에 자력으로 맞서 독립을 쟁취해낸 민족이기도 하다. 중국을 비롯한 프랑스와 일본, 미국 등 당대를 호령했던 국가들도 불굴의 투지를 바탕으로 한 베트남 민족의 저항을 제압할 수 없었다. 베트남이 대국(大國)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이유다.

​베트남 공산당은 외세에 대항하기 위해 초기부터 민족주의 세력을 많이 포섭했으며, 이데올로기보다는 민족 정체성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중국의 문화대혁명,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 IS의 이슬람 원리주의 등 이데올로기를 위해 전통문화를 초토화시키는 집단적 광기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2천 년 역사의 팔미라 고대 신전이 테러집단에게 파괴되고 있다 ⓒAFP통신

중국에게 19세기 이후의 치욕적인 외세 침략의 역사는 자존심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특히 청일, 중일전쟁에서의 잇단 패배는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한 중국인들에겐 잊어버리고 싶은 역사다. 2차대전의 승전국임을 자찬하지만, 일본이 미국에 패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오늘날 중국이 타국을 무시하고 때로는 노골적인 공격성까지 보이는 것은 그들의 이러한 열패감과 피해의식에서 유래한다.

반면 베트남은 1,2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총부리를 겨눴던 프랑스나 미국, 한국 등에 대한 적개심이 없다. 국력이 미약해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었으되, 결국 자력으로 승리를 쟁취했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외세에 대한 적개심이나 배타심 측면에서 중국에 비해 훨씬 덜 위험한 민족성이다.

언론의 자유 역시 중국보다 월등하다. 중국이 기업을 비롯한 국가의 모든 자원과 국민들을 감시하에 두는 빅브라더 체제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베트남은 비교적 자유롭다. 베트남 정부는 2006년 언론의 자유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서방 세계의 SNS도 허용한다. 구글 검색조차 불가능한 중국과는 정보의 개방성 차원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또다시 일인 독재체제로 회귀하는 중국에 비해 훨씬 바람직한 체제다. 물론 중국과 마찬가지로 관료와 민간의 부정부패는 여전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 또한 경제가 성장할수록 높아지는 민도에 따라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활력 넘치는 호찌민의 모습

다르지만 닮은 중국과 베트남, 하지만 접근법은 같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곤경에 처한 베트남 정부가 한국 기업들에게 고통 분담을 강요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언론을 장식한 바 있다. COVID-19 백신이 부족하자 그 구매 비용을 현지 진출 외국기업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뉴스는 안 그래도 코로나 이후 일부 언론과 유튜버들의 과장된 내용 전달로 악화된 한국인들의 감정에 기름을 들이붓는 소재로 이용됐다.

하지만 이는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초래된 것이라 본다. 베트남은 1인당 GDP 2,715불의 개발도상국이다. 항시 자금 부족에 쪼들리고 있다. 지하철 등 국가의 주요 인프라조차 애초 계획보다 10년 넘게 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국가적 위기에 처했을 때 업들이 정부를 돕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기업은 정부의 요청에 적극적, 긍정적으로 대응하되, 반대급부를 타진하면 된다. 법인세나 전기세 등에서의 감면 혜택을 요청한다든지, 향후 사업 확장에 필요한 정부의 허가 등을 요구해도 괜찮다. 법과 제도가 우선하는 민주국가에서는 불법일 수 있지만, 띵깜 과 명분을 중시하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경영진, 특히 대기업 본사의 의사 결정권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가 있다. 민주국가에서 의사결정의 핵심은 법과 제도지만, 공산국가에서의 의사결정의 핵심은 사람과 명분이다. 되는 일도 안되게 할 수 있고, 안되는 일도 되게 할 수 있는 것이 공산국가나 개발도상국에서의 사업의 단점이자 매력이기도 하다.

중국에 ‘꽌시’ 문화처럼 베트남에도 ‘띠깜’이라 불리는 정서가 있다.

​법과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야지, 뇌물이나 인간관계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게 말이 되냐고 실무자들을 윽박지르면 안 된다. 그건 자국의 잣대를 남의 나라에 들이대는 오만함일 뿐이다. 어느 쪽의 옳고 그름을 따질 것이 아니라 상대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목적은 돈을 벌고자 함이지, 그 나라들을 민주국가로 이끌기 위해서가 아니지 않는가?

수어지교(水魚之交)의 관계, 20년을 바라봐야 한다.

베트남과 중국 두 나라는 모두 공산당 주도의 무력 혁명으로 내전을 통해 적화통일을 달성했다는데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베트남은 부분적으로나마 민주 제도를 도입해 나가고 있는 나라다. 일당독재 강화와 일인 독재 체제로 역류하고 있는 중국과는 크게 다르다.

어느 쪽이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인 독재가 가능하려면 필연적으로 언론의 자유가 부정되며,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제동이 걸린다는 점이다. 또한 반드시 권력의 부패가 수반된다.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가 가진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앞날을 쉽게 점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베트남 역시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 구조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기술 부족, 산업 구조의 후진성, 지나친 외국기업에의 의존, 공무원들의 부정부패와 자본 부족으로 인한 인프라 건설의 한없는 지연 등등… 장기적으로 중진국의 위험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에는 한계성이 분명하다.

​하지만 ASEAN 10개국 중 하위권 경제에서 벗어나 중진국 수준으로 발돋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의 1인당 GDP는 2019년 기준 2,715불. 중국의 2007년 GDP(2,695불)와 비슷한 수준이다. 베트남이 지금과 같은 경제 성장을 지속한다면 2035년~2040년쯤엔 현재의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정도의 위치 (1인당 GDP 1만 불)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베트남을 도와주고 있다는 시각 역시 잘못된 것이다. 도움으로 치자면 일본이 한국보다 월등히 앞선다. 동남아 각국의 공항, 항만, 도로, 철도, 터널 등 국가 기반 시설의 많은 부분이 일본의 ODA 자금으로 건설된 것이다. 인도네시아 등 대다수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보다 일본에 호감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다. 베트남에서도 ODA 원조 1위 국가는 일본이다. 2016~2017년 베트남에 대한 ODA 금액 순위에서 일본은 14억 8,700만 불 (1조 7,000억 원)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ODA 규모는 1억 8,700만 불(약 2,130억 원)에 불과하다.

이제 시작되는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선동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는 일본이 공들인 동남아 각국과 베트남에 뒤늦게 나타나 숟가락 얹은 입장에 있다. 한국이 베트남에 한 기여 중 일본보다 큰 것은 박항서 감독뿐이다. 그럼에도 자동차 등 수출에서 일본을 누르고 한국 기업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루아침에 돌아서기엔 지금까지 쌓아온 두 나라의 관계가 너무도 소중하다.

우리 기업이나 교민들의 입장에서도 China Risk와 같은 불안 요인 없이 맘 놓고 사업할 수 있고, 중국을 대신하는 한국 기업의 공장이자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서 베트남만큼 합당한 나라는 아직 없다. 최근 인도가 대안으로 떠오른다지만, 기업하기에 중국보다 더 예측 불가능한 나라가 인도다. 한-베 양국이 서로에게 Win-Win 하는 수어지교(水魚之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는 적어도 향후 20년간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베트남은 포스트 중국이 될 수 있을까?

① 베트남과 중국, 양국의 정치비교
② 베트남과 중국, 양국의 경제비교
③ 베트남과 중국, 양국의 사회비교 및 우리가 나아갈 길
 

 

 

글쓴이 김영배

국제투자연구소 소장
책 ‘나 홀로 가는 부동산 투자 여행 : 베트남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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