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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의 옹알이가 넘치는 나라, 베트남의 유아 소비시장 점검

icon view3265 2022-01-08

아기들의 울음소리, 소비의 출발점.

잔인하고 슬픈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훗날 많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국민 동요가 나오게 된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 하나.

생계가 아닌 생존을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젊은 엄마에게는 생후 3달 된 아기가 있었다. 아기를 낳자마자 얼마 뒤 남편은 죽고, 젊은 과부가 된 어미는 살기 위해 굴을 따러 바닷가로 나가야만 했다. 집에 두고 온 아기 걱정에 눈물 마를 날이 없었지만 굴은 두 가족의 유일한 생존 수단이었다. 잔인한 운명인 지 그 어미마저 파도에 휩쓸려 죽을 뻔했다가 며칠 만에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눈을 뜬다. 정신이 들자마자 집에 있는 아기에게 달려갔으나 아기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그 후로 어미는 광인이 되어… 초등학교 교사이자, 화가 겸 동시 작가인 한인현 선생님에 대한 제자들의 회고록에 나오는, 동요 <섬집 아기> 가사의 탄생에 대한 일화이다.

광복이 되고 1940년대 후반,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 아기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생계를 위해 멀리 떨어진 집을 수시로 바라보며 굴을 따고 있었을 엄마와 파도 소리에 잠든 아기. 일 나간 엄마의 아기에 대한 걱정과 사랑이 서정적이지만 애틋하게 다가오는 동요이다. 한국 중장년의 어린 시절은 섬이나 농촌만이 아니라 도시에서 자란 이들도 “섬집 아기”와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있기에 애창되는 노래인 듯하다. 누군가는 막내 동생을 업고 학교에 갔던 경험이 있으리라.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스스로 생존법을 터득해가는 방목형 양육은 경제발전이 더딘 국가의 일상적 모습이다.

한국 역시 ‘방목형 양육’의 시기가 존재했다. 사진은 6.25 직후 모습

​서두에 <섬집 아기>의 일화를 얘기하는 것은, 필자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우리의 모습과 베트남 농어촌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지나간 흑백영화를 보는 듯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일 나간 부모와 방목형 유소년 시절을 보내는 자녀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모든 놀이가 우리의 생활이었다. 특별한 장난감이 없이 그냥 맨땅에서 놀 수 있는 것들이다.

​서울에 살던 필자도 장충동 골목에서 여러 또래의 아이들과 뭉쳐 “다방구”를 하거나, 장충체육관의 개구멍을 통해 “김일”과 “천규덕”의 레슬링 경기를 훔쳐보며 남산을 헤집으며 하루를 보냈다. 골목대장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자생적 길거리 놀이터이자 유치원인 셈이다. 지금이야 무상 보육과 교육을 외치고 있지만, 과거의 유치원은 일부 극소수 부유층 자녀들만이 누리는 혜택이었다. 먹고살기에도 어려운 부모들에게 유아교육이란 사치였을 것이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의 맞벌이 가정은 74%로 동남아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누가 아기를 돌볼 것인가?”는 맞벌이들의 최대 고민이다. 우리네 젊은 부부들처럼 육아 고민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아기에 대한 모성애에 국경이 있겠는가? 또한 베트남 전쟁 이후 경제 개발과 함께 성장이 진행되며 빈부 격차가 커지고, 베트남 아기들의 성장 환경 또한 격차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모성애에 빈부 격차가 있겠는가? 베트남의 교육 열기는 이미 영유아의 보육과 교육에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업을 듣고 있는 베트남 어린이

열악한 베트남 교육 시스템, 한국 교육산업의 기회

국가적으로 교육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백년대계라면, 학부모들에게 자녀 교육은 그들의 ‘인생 대계’이다. “맹모삼천지교”는 한국에서 “강남 8 학군”을 만들어내고, 부동산 시세 형성에 핵심 이유 중 하나이다. 육아과정에서 처음 대면하는 자녀교육의 첫걸음이 유아교육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선진국으로 구분될 정도로 세계 경제의 주요 국가가 되었고, 그 바탕에는 교육의 힘이 있었다. 이제는 보육 시설 및 유아교육은 기본인 시대가 되었다. 더구나 초고속 고령화와 급격한 신생아 수 감소로 인구 절벽에 당면한 지금, 육아와 유아교육의 고통을 해소해 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말로 희망이 없는 노인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 현실인 젊은 부모들의 피눈물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칼럼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의 인구구조의 특성에 대해 말했듯이, 우리의 교육산업은 국내 수요만으로는 이제 소멸 단계에 들어섰음이 여러 통계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아직도 위기를 못 느끼는 유아산업과 교육기관, 그리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출판, 인쇄, 교구 교재, 콘텐츠, 스마트 기기, 각종 서비스 등등 연관 산업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늪에 빠지고 있다. 유아산업과 교육산업도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만 한다. 그중 베트남은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주변 동남아 국가로의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로도 유효하다.

베트남의 인구 피라미드. 건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베트남의 교육 시스템은 크게 분류해 보면 유아교육, 일반교육, 고등교육으로 나눈다. 이 중 교육의 시작인 유아교육은 유아원(생후 3개월~, 3년)과 유치원(3~5세, 3년)으로 구분된다. 일반교육은 초등학교(6~10세, 5년), 중학교(11~14세, 4년), 고등학교(15~17세, 3년)로 나누며, 정규 교육 외에 직업훈련 교육과 보충교육이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만큼 교육산업은 대부분 공공교육기관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등교육 및 평생교육과 청소년 및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에 대해서는 다음 원고에서 설명될 것이다.

2016년 기준 세계은행 보고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의 4세 이하의 유아 수는 760만 명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매년 130만 명 내외의 아기들이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에 반해, 베트남의 유치원 시설 현황은 2018년 말 현재 15,394개의 유치원과 197,104개의 교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이들 시설에서 5,633,122명의 어린이가 배우고 309,770명의 선생님이 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베트남 어린이들에 대한 유치원 교육의 보편화와 질의 향상을 위하여 베트남 정부 역시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베트남 정부 및 현지 기업들은 스마트 러닝에 많은 관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국영 그룹 VNPT와 한국 기업 간의 스마트러닝 프로젝트에 자문을 하며, 한국 기업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무척 놀랐다. 사업이 가지는 확장성과 파생력을 감안할 때 너무나 큰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돌아와서, 위의 언급한 수치들을 바탕으로 유추하면, 유치원 당 평균 12.8개의 교실을 운영하고, 20.1명의 교사가 365.9명을 가르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교사 1인당 18.2명을 담당하고 있으나, 교사의 질이 문제가 되고 있다. 현행법에는 직업 자격증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유치원 교사들은 실질적 자격이 미달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고도화가 필요한 베트남 교사 인프라

2019년 실시될 예정이었던 법안에서는 최소한 대학 학위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교사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2018년 VietnamNet 등의 매체에 의하면 베트남 교육부는 전체 유치원 교사 중 34%(약 8만 명)의 교사 훈련을 위해 약 3,670만 달러를 지출할 계획을 검토 중이었다. 그리고 베트남 Nguyen Xuan Phuc 베트남 총리는 “2018~2025 유치원 발전 프로젝트”를 승인하면서, 2025년까지 사립유치원 취원율을 3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설과 교육의 질에 대한 베트남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다. 이런 점은 우리 교육 관련 기업들이 가진 경쟁력을 고려할 때 기회 요인이다.

24세 이하 인구 비중 & 2세 미만 아기 가구 수, 동남아시아 1위

다시 말하지만 베트남은 아시아의 인구 대국이며 활력이 넘치는 매우 젊은 나라이다. 2018년 기준 전체 인구 96,491,146명 중 24세 이하의 인구 비중이 41.3%로, 그들이 중년 세대가 되는 2040년대까지는 베트남 내수경제의 기반이 될 것이며, 경제의 질을 바꾸는 핵심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될 것이다. 이 중에서도 전체 인구의 24.1%를 차지하고 있는 14세 이하의 영유아를 포함하는 어린이들은 베트남의 미래이며 우리의 예비된 소비자이다.

더불어 미국의 리서치 회사인 닐슨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2세 미만의 아동이 있는 베트남의 가구 비중이 31%에 달하여 동남아시아 평균 22%와 세계 평균 12%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적인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는 평균 3 가정에 한 가정은 2세 미만의 어린이가 있다는 의미이다. 아이들의 옹알이가 넘치는 베트남. 유아교육 시장과 함께 영유아용품 등 관련 시장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는지를 인지해야만 한다.

코로나19와 관련된 한 사례를 보자. 베트남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은 2020년 베트남 GDP 성장률을 30년 사이 최저치인 2.91%로 끌어내렸으며 실업률 증가와 소득 감소를 가져왔고, 의외로 베트남 어린이 안전사고 증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강력한 거리 두기 시행에 따라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비롯 각급 학교의 방학 연장과 휴교령으로 집에 머무는 아이들이 증가하면서 안전사고가 급증한 것이다.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은 낙상(49.5%)과 교통사고(45.5%)였다. 특히 낙상사고는 딱딱하고 차가운 타일 바닥을 가진 베트남 가옥구조(Tube House)의 특성으로 미끄럼과 부딪힘에 충격이 크다. 이로 인한 사고 방지를 위해 놀이용 유아매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였고, 한국의 프리미엄 유아매트에 대한 문의 또한 늘고 있다.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제품과 자원의 현지화가 바로 성공 키워드이다. 수요 기반이 줄고 있는 국내 시장에 갇힌 채 서서히 끓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될 것인 지 고민이 필요하다.

미래를 타개 하기 위해 한국 교육업계의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전자신문

Euromonitor는 2019년 베트남 영유아 제품 시장 매출이 6,5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1억 3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지 기업인들이 느끼는 체감 수치는 그보다 몇 배 높다. 게다가 유아 용품의 유해 성분 검출 적발이 늘어나면서 베트남 부모들의 무화학 첨가물 인증 및 외국 원산지 제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서 풍요를 경험하며 자랐던 “소황제”들이 현재 중국 경제와 소비의 중심으로 자랐듯이, 이미 자본주의를 경험한 베트남의 젊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과 양육에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을 통해, 누가 어떤 것이 베트남 경제의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김우성의 Vietnam In & Out
① 베트남 판타지, 그 오해와 진실에 대해 말하다
② 신분 상승의 사다리, 베트남 교육 시장
③ 베트남의 유아 소비시장 점검

글쓴이 김우성 (woos1961@gmail.com)
BNT컨설팅 대표
서강대 대학원 국제경제학
메리츠증권 마케팅팀장
이데일리 웹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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