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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최종 목적지, 베트남 대학 이야기

icon view6837 2022-05-12

입시 문제, 비단 한국만의 것은 아니다

필자는 매우 오래 전부터 여러 언론의 칼럼들을 모아 보관하고 있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각성을 시켜주기도 하고 지혜도 얻을 수 있어 지금 사회에도 변함없이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 글은 한 세대를 훌쩍 뛰어넘은 32년 전, 1990년 학력사회의 그늘에 대한 칼럼 중 일부이다. 지금 우리는 그 때와 얼마나 달라져 있는가? 그리고 지금의 베트남인들에게서 바로 이런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손에 잡히는 꿈이 있을 때 인간은 힘을 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뛰는 집값 앞에 ‘내 집 마련의 꿈’은 많은 사람들에게 비현실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그러면 그들에게 어떤 다른 꿈이 있는가?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은 있는가? 캄캄한 또 하나의 절망이 있다. 대졸사원이 고졸사원에 비해 2배의 연봉을 받고, 승진 기회가 거의 없을 때 앞날에 희망을 걸고 신명 나게 일할 기분이 날 것인가. 일단 학력이 운명처럼 정해지면 이에 의해 철저한 차별대우의 장벽에 갇히게 된다. ‘지연’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학연’은 새로운 자산이 되고 요로에 동창생들이 많이 자리 잡은 명문대학의 졸업장은 인맥 사회의 프리미엄을 추가로 갖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맹렬한 교육열과 성취동기는 우리 경제를 밀고 온 추진력이었다. 또 이렇게 축적된 거대한 ‘인적자본’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기약하는 잠재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가 학력에 대해서 과도하게 보상하면 너도 나도 학력 쌓기에만 바쁠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입시부정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곤 한다. 해마다 한차례씩 치르는 홍역으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경찰 당국과 시험감독관의 규제와 감독이 강화되고 있지만, 입시부정의 수법도 날로 발전되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단속된 유형들을 보면 커닝 페이퍼는 애교 수준이고, 수험표를 위장한 대리시험, 장발 가발을 쓰고 이어폰을 가리고서 입시 답안을 청취하는 수법, 시험 도중 갑작스러운 꾀병으로 화장실을 출입하면서 자료를 훔쳐보는 수법, 색이 없는 펜을 이용하여 백지에 자료를 기재하는 수법 등이다.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베트남의 대입 시험은 6월에 치러지는데 이 성적이 대학 입학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2019년 베트남에는 어마어마한 대입 스캔들이 터졌다.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거액의 금품을 수령하고 고위 교육 공직자들이 가담한 베트남 명문대 신입생 108명의 성적 조작 사건이 큰 화두가 된 것이다. 이들은 한 학생당 최대 1만 9000달러 이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 국민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매우 큰 금액이다.

베트남 교육 사회안전부는 부정을 저지른 108명의 신입생이 베트남의 명문대로 꼽히는 국립 경제대학(NEU), 외상대(FTU), 그리고 하노이의대(HMU) 등에 입학을 했다고 발표했다. 대입 스캔들에 연루된 혐의로 지금까지 16명의 고위 교육 관계자들이 체포·구속되었고, 108명의 부정입학자 중 기본 성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 53명이 퇴학 조치되거나 자퇴했다.

베트남 시민들이 이 사건에 더 화가 난 이유는 성적 조작 파문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더딜 뿐만 아니라,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의 부모 대부분이 정부, 또는 지방 인민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라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부정 입학자들의 성적이 각 과목당 최대 90%까지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되었으니 10점 시험답안을 100점으로 처리한 셈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의 학부모들도 돈이든 권력이든, 가진 자들의 자녀가 대학까지 부모의 덕으로 ‘대물림’ 받는 현실은 참을 수 없었다. 베트남 국회에서도 성적 조작 이슈는 뜨겁게 논의되었다.

VN익스프레스는 이와 같은 각종 시험 비리가 빈발하는 이유에 대해서 ‘베트남에서 대입 입시 결과는 고등학교 생활의 척도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 결과는 자녀의 미래의 대부분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베트남의 학제에서 일반교육은 우리의 6-3-3이 아니고 5-4-3 과정이다. 초등과정보다도 중등과정에 중심을 둔 듯하다. 그리고 정규 교육 외에 직업훈련과정과 보충교육을 하고 있는 것도 특징인데 이는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이 담긴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6세이다 보니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는 나이가 17세인 점도 의미 있는 포인트다. 즉 대학으로 진학하지 않을 경우 사회생활을 무척 일찍 시작하게 된다는 것.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대학에 진학을 하면 병역 면제라는 큰 혜택이 있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학 졸업장과 외국어 능력이 소득과 신분의 질을 결정하기에, 명문대학 입학은 베트남 일반 학부모들의 삶에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학력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잊지 말아야 하지만, 베트남 사회의 현실을 이해하고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간과할 수 없는 이슈임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캠퍼스 라이프, 베트남 대학들은 어떤 모습일까?

베트남 교육 당국은 우수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하노이 국립 대학교, 호찌민 국립 대학교, 타이 응웬(Thai Nguyen) 대학교, 후에 (Hue) 대학교 및 다낭(Da Nang) 대학교 등 5개의 종합대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단과 대학형 종합대학으로 분리된다.

여러 단과대학이 합쳐져 하나의 캠퍼스를 이루고 있는 한국의 종합대학들과는 달리, 베트남의 대학들은 프랑스 교육시스템의 영향을 받아 단과대별로 하나의 대학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베트남의 대학은 캠퍼스가 없고 단일 건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노이 국립대학의 경우 캠퍼스가 비교적 규모가 있기는 하지만 외국어 대학과 하노이 공과 대학 등 단과 대학으로 나누어져 별도로 운영되고 있고, 호찌민시 국가경제대학교는 6개로 나누어져 있다는 점을 참고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러므로 업무 등의 용건으로 방문을 해야 한다면 정확한 건물을 확인하고 가야 한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베트남 대학은 한국의 대학 캠퍼스 풍경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캠퍼스가 없고 저층의 단일 건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단적인 예로 사립대학의 경우 소규모 건물이나 주택을 임대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학교 주소가 수시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소규모 임대 건물의 대학을 처음 보는 한국인에게는 매우 생경한 광경일 수도 있다.

어떤 학과가 가장 인기 있을까?

2019년 베트남 교육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의 전체 대학교 수는 총 454개이다. 종합대학이 아니고 단과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구 대비 충분한 수는 아니다. 이 중 4년제 대학은 235개(국립 170개, 사립 65개)이며, 2~3년제 전문대학은 219개(국립 189개, 사립 30개)로 알려져 있다. 자료에서 보듯이 압도적으로 국립대학이 많아 대학교육이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9년까지는 모든 교육을 정부가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통제했으나 2000년부터는 사립학교 설립이 허가되고 있다.

베트남의 총 대학생 수는 2,217,437명인데 4년제가 1,767,879명이고 전문대가 449,558명으로, 전문대는 학교 수에 비해 학생 수가 적어 매우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별로는 북부 하노이에 83개교가 몰려 있어 교육 중심지임이 다시금 확인되며, 남부의 중심 호찌민에는 북부의 절반 수준인 49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중부의 다낭에는 14개교로 더욱 줄어든다. 남북으로 매우 긴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이 3곳 외의 지역들은 매우 소규모로만 대학 교육이 공급되고 있어 교육 편차가 크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베트남 3개 중심 도시로의 인구가 집중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전공분야별 대학 수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수요자보다는 정부의 목적이 우선 된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인문학이 175개교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경영학 그리고 교원양성 및 교육학이 165개교로 동일하다. 3순위는 예술학 143개교이며, 컴퓨터 공학 및 정보통신학 121개교와 공학 103개교로 4순위와 5순위를 차지한다. 그 외의 전공학과의 수는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지며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상으로 확인된 바로는 인문학을 제외하고는 교원양성과 교육학에 가장 많은 공급과 수요가 있는데 이는 앞선 칼럼들에서도 언급했듯이 베트남의 인구구조상 교육수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이며, 외국인 투자 및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컴퓨터 및 정보통신과 경영학에 대하여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가 현지에서 느끼는 감도도 비슷하다. 의대 및 간호학은 현지 보건 사정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는 느낌이었고, 농민이 많은 국가치고는 농림수산학(35개교)과 축산 및 수의학 등이 매우 적어 놀랍기도 했다.

베트남 대학의 본질적인 문제는 이것

무엇보다도 베트남 대학문제의 핵심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요구에 비해 정부의 고급 교육 공급이 그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보다 질 높은 교육의 공급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이는 베트남 대학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 대학들의 교육 및 연구 인프라의 수준이 학과의 특성을 소화하기에는 기자재 및 장비와 시설의 수준이 낮아,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자연과학이나 공학 같은 실험 및 실습이 필요한 학문의 경우는 더욱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도 교수진들의 역량에도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 베트남 교수들의 임용기준이 전문대 졸업 이상으로 낮은 수준이기도 하지만, 급여 수준도 낮아 자신들의 경제적 목적 때문에 투잡을 뛰는 경우도 허다해서 전문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지원의 부족과 시스템 관리에 대한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불만족으로 ‘돈 좀 있는 부모는 무조건 유학을 보낸다’는 말처럼 외국 유학에 대한 수요가 큰 한편, 베트남 내의 국제대학에 대한 수요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 로컬 대학은 이미 소개된 자료가 많으므로, 한국의 대학 관계자 및 교육 사업자들을 위해 베트남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외국인 투자에 의한 국제대학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

유학? 나는 국제대학교로 간다!

이제 베트남도 국제학교나 외국대학 분교와 같이 영리 목적의 학교 설립이 허용되고 있고, 대학 교육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매우 부족한 현실을 미루어 봤을 때 사업적인 측면에서 국제학교 및 대학 사업은 매우 유망한 분야이다. 한국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과 학원 및 교재 출판 등 교육 관련 산업들이 쇠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영미 계열의 대학들을 비롯하여 싱가포르 등의 대학 사업이 베트남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는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현지 학생들이나 베트남으로 유학을 가려는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때, 대부분은 하노이 국립대학과 RMIT대학을 놓고 선택을 고민한다. 로컬 중심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하노이 대학이겠지만, 교육과 시설의 질과 영어 습득 등을 고려하면 RMIT대학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영리 목적의 대학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방금 말한 호주 멜버른 공과대학 분교(RMIT)이다. 20여 년 전 2~3개 학과의 전문대로 시작하여 지금은 호찌민에 수만 평 규모의 캠퍼스를 가진 종합대학이 되었고, 하노이에도 분교를 가지고 있다. 필자가 캠퍼스 방문했을 때 그 규모와 시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다. 앞선 통계에서도 보았듯이 RMIT는 베트남 학생들의 요구에 맞게 경영 및 공학을 중심으로 수준 높은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영미권 교수들의 강의를 통해 굳이 유학을 가지 않아도 될 만큼의 교육을 자랑한다. 또한 이후 호주 현지 대학에서 공부를 이어갈 수도 있다. 베트남 내 한국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이기도 하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동네 학원 수준의 규모의 대학에서 현재의 규모와 명성을 이뤄낸 것에 국적을 떠나 박수를 보낼 만하다.

학기당 학비는 이수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3,500불 내외이다. 학비 수준이 로컬 대학들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비싸지만, 유학비용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유학을 가는 학생들에게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오세아니아 국가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도 하지만, 베트남 현지에서도 수준 높은 시설과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외국어도 익히고 글로벌한 인맥을 쌓을 수 있기에 베트남 최고의 명문대학이 되었다.

싱가포르 교육재단이 설립한 ‘PSB College’는 말 그대로 전문대학이다. 경제, 경영을 기본으로 한 학과만 있으며, 그 중 회계, 금융, 마케팅학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싱가포르 교육기업들은 해외 시장 개척에 경험이 많은 편인데, 기간에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베트남에서 2년 싱가포르에서 2년을 공부하는 2+2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사이공 국제대학교’도 주목을 받고 있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며 영어 랭귀지와 단과 전문코스, 정규 대학과정이 있다. 마케팅, 경영, IT, 관광 등 다양한 학과가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다른 대학교들보다는 학비가 다소 비싼 편이지만 RMIT같이 본교를 둔 학교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그 외에도 영국 학위를 주는 BUV(British University Vietnam)와 독일 헤센주와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VGU(Vietnam German University) 등 많은 국제대학 사례가 있다.

코로나19 발생 직전, 동남아 유학생들이 많이 공부하던 호주의 Mint College도 베트남 진출을 위해 관계자들이 필자와 상의를 한 경험이 있다. 많은 국가들과 투자자들이 베트남 내의 교육 수요를 고려하여 진출을 검토하거나 진행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적어도 베트남 로컬 대학들과의 교류를 통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음도 분명하다.

베트남의 교육에 대한 여러 관점들을 살펴본 이유 중 하나가, 인구 및 교육 수요자의 극한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의 교육기관들과 관련 기업들에게 작게나마 판단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 매몰되어 당황하기보다는 양초와 성냥을 찾는 극복의 실마리가 되었으면 한다.

 

김우성의 Vietnam In & Out
① 베트남 판타지, 그 오해와 진실에 대해 말하다
② 신분 상승의 사다리, 베트남 교육 시장
③ 베트남의 유아 소비시장 점검

④ 줄고 있는 한국 유아 시장, 베트남이 기회다
⑤ 학생들의 최종 목적지, 베트남 대학 이야기

글쓴이 김우성
BNT컨설팅 대표
서강대 대학원 국제경제학
메리츠증권 마케팅팀장
이데일리 웹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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