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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맛집 탐방기 ⑤경기도 광명시 맛집 ‘군스포’

icon view3475 2022-04-21

예전에는 현지식 외국 식당이 있는 지역과 상권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평범한 지역 상권에도 현지인이 조리하고 현지 메뉴를 파는 식당들이 제법 생기고 있다. 이주 외국인과 함께 사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고 할까.

이번에 찾은 경기도 광명시의 군스포는 2017년부터 광명사거리의 광명크로앙스 쇼핑몰 푸드코트에 입점해 있던 곳으로, 2021년 3월에 예전 매장에서 도보 7분 거리의 대로변 건물 1층으로 이전하여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의 에센스를 간직한 깔끔한 맛의 메뉴들

군스포(Gun’s pho)라는 매장명은 사장님의 초등학생 아들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여자 베트남인 사장님께서 주방과 가게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 분은 원래 여행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요리를 하다가 개업을 하게 되었는데, 작은 매장임에도 평일 점심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예약을 해서까지 먹을 정도로 사랑받는 지역 맛집으로 자리잡았다.

음식도 깔끔하지만 매장도 깔끔한 것이 인기의 비결 아닐까

여타 현지인 운영 베트남 식당들이 좀 거칠고 터프한 현지 맛을 내는 경향이 있다면, 군스포의 음식들은 현지 맛의 에센스를 간직하면서도 정말 깔끔한 맛을 낸다. 아마도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한국 손님들을 상대하면서 만들어 나간 군스포만의 맛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대부분의 손님은 한국 사람들이다.

원래 레시피를 좀 수정하더라도 베트남 사람이 만든다면 여전히 베트남 음식이 되는 느낌이랄까. 반대로 한국인이 어설프게 어레인지 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맛을 내는 식당도 있다. 군스포의 메뉴들은 자극적인 식당의 음식이 아니라 정갈한 가정식 같기도 하다.

가게 구석에 메뉴판이 붙어있긴 하지만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함인지 주문은 키오스크로 한다.

예를 들어 해물이 들어간 쌀국수의 경우 보통 강한 어장(魚醬)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라임이나 레몬을 듬뿍 짜넣게 된다. 하지만 군스포의 해물 쌀국수는 해물의 맛과 향은 나지만 역한 냄새는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마늘과 고추, 그리고 베트남식 고추기름장(병에는 고추다대기라고 써 있다.)을 조금 넣으면 아주 약하게 나던 비린향까지 없어지면서 쌀국수에 맛을 더한다. 레몬은 일단 고추기름장을 넣고 맛을 본 다음에 필요하면 넣어도 늦지 않다. 참고로 고수와 레몬은 따로 요청해야 준다.

쌀국수에 넣는 해선장과 칠리소스, 고추기름장(고추다대기)가 준비되어 있다.

군스포의 해물 쌀국수 종류에는 게살 쌀국수와 새우 쌀국수 그리고 신메뉴인 우렁 쌀국수가 있는데, 세 메뉴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굳이 순위를 꼽는다면 우렁 쌀국수와 게살 쌀국수가 새우 쌀국수보다 조금 더 좋았다. 특히 게살 쌀국수의 경우, 다른 베트남 식당에서는 게살 통조림을 사용해 게 맛은 나지만 살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데 군스포의 것은 통통한 꽃게가 들어있어 맛도 먹는 법도 별로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베트남 음식의 뉘앙스는 살아 있었고.

왼쪽이 우렁 쌀국수, 오른쪽이 게살 쌀국수

쌀국수의 기본인 소고기 쌀국수는 맑은 국물의 북부식이다. 해산물 쌀국수가 한국식으로 어레인지를 거쳤다면 소고기 쌀국수는 원본 그대로라는 느낌이 드는 맛이다. 하노이 올드타운 쌀국수의 맛이라는 평을 한 사람도 있을 정도로 기교보다는 정직함이 느껴지는 맛이라 하겠다. 북부식 쌀국수에 넣어 먹는 마늘식초는 보이지 않았지만 쌀국수에 넣어 먹도록 내주는 마늘편이 실은 생마늘이 아니라 마늘식초에서 마늘만 빼서 얇게 썬 것으로, 일단 마늘과 고추를 절반 정도 넣고 맛을 보기를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레몬은 별로 필요 없는 느낌. 해선장과 칠리소스를 조금 넣어도 좋은데, 2:1 정도의 비율을 추천한다.

소고기 쌀국수는 정직한 고깃국에 베트남 향신료가 살짝 들어간 맛이다.

다른 식사 메뉴들은 위의 것들에 비하면 좀 평범한 느낌이었다. 다만 반미의 바사삭 씹히는 바게트 식감만큼은 참으로 일품이었다. 칠리소스 맛이 강하게 나는 편이라 소스 양을 조금 줄여달라고 하면 더 좋을 것 같았고.

칠리소스 맛이 너무 강해 아쉬웠지만 식감이 무척 좋았다.

사이드 메뉴로는 넴 란 하노이(베트남 북부에서는 넴 란, 남부에서는 짜조라고 부르는 일종의 튀김만두)와 월남쌈(Gỏi Cuốn)이 있는데, 근소한 차이로 넴 란 하노이가 조금 더 좋았다. 넴 란 하노이도 군스포의 다른 메뉴들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순한 맛이 났는데, 한식으로 치면 평양만두 같은 담백한 느낌이 매력적이었다.

왼쪽이 월남쌈, 오른쪽이 넴 란 하노이. 넴 란 하노이는 음식 이름에 지명이 들어간다는 점도 평양만두와 닮았다.

베트남 디저트 쩨(Chè)의 다양함을 느껴보자

군스포에서는 디저트로 세 가지 쩨(Chè)가 준비되어 있다. 쩨는 한국에서는 빙수, 영어권에서는 수프 푸딩이라 번역하는 베트남 특유의 간식이다.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추천하는 메뉴는 ‘콩콩 디저트’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콩으로 만든 쩨인데 녹두와 여러 종류의 콩, 젤리 등이 들어간다. 이제 한국에도 쩨를 파는 베트남 식당들이 많이 생기긴 했지만 이런 종류의 쩨를 파는 곳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맛도 좋았지만 빙수나 수프 푸딩이라는 단어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쩨가 가진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었다.

왼쪽은 자몽 디저트 오른쪽이 콩콩 디저트인데, 이외에 두리안 디저트도 있다.

쩨의 특징 중 하나는 생각보다 단맛이 강하지 않다는 것인데, 콩콩 디저트도 콩들이 약간의 단맛을 가미하긴 했지만 콩 본연의 맛이 느껴졌고, 퍽퍽하지도 무르지도 않게 잘 삶아내어 부드럽게 씹히는 즐거움이 있었다. 콩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꼭 한 번 먹어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군스포

주소 :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 33 지엠퍼스트 1층 106호
영업 : 오전 10시~저녁 9시
휴무일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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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종로구 창신동 베트남 카페 어다우(adau)
③ 성동구 포 사이공 베트남 쌀국수&반미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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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미식의 별

미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맛보고 글 쓰는 음식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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