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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맛집 탐방기 ⑥색다른 베트남 음식이 궁금하다면? 일이삼조브이앤

icon view4642 2022-05-03

123-ZO.VN은 2021년 6월에 오픈한 매장이다. 가게의 간판을 보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 어렵고 난감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 수 있다. 직원들과 의사소통은 할 수 있을지도 걱정되고. 하지만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걱정이 무색하게 한국인 사장님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베트남 음식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일이삼조브이앤이다.

매장은 건물 1층과 2층을 사용한다.

123-ZO(일이삼조)는 베트남에서 ‘하나 둘 셋 짠!(một hai ba dô!)’이라는 건배를 하며 술잔을 부딪힐 때 쓰는 말이고, VN은 베트남의 약어이다. 이렇게 읽기도 어렵고 뜻도 알기 어려운 식당 이름은 지금까지 수원이나 안산 등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서울에서도 베트남 현지 감각으로 이름 짓는 곳들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쉬운 이름은 아니어서인지 배달 앱에는 123zo베트남쌀국수분짜, 또는 웰컴베트남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

디테일이 다른 현지 맛의 쌀국수와 잘 볶아진 볶음밥

쌀국수는 베트남 식당의 기본이자 대표 메뉴이지만 매장마다 그 맛은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다. 소고기 쌀국수의 경우 많은 곳들이 국물을 낸 고기를 썰어서 고명으로 올리기 때문에 고기가 좀 뻣뻣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이삼조브이앤의 소고기 쌀국수는 생면을 사용하고 육수용 고기가 아닌 절반 정도 익힌 등심을 올려주기 때문에, 국물과 면도 맛있지만 육즙을 간직한 소고기의 풍미와 쫄깃하게 씹는 맛까지 즐길 수 있다. 고명의 양 또한 섭섭지 않은 수준이고.

소고기 쌀국수와 닭고기 쌀국수 둘 다 고명의 씹는 맛이 좋다.

닭 쌀국수의 경우 토종닭을 써서 고기의 육향과 씹는 맛이 살아있는데, 껍질에서는 오독오독 씹히는 쫄깃함이 느껴진다. 닭을 삶은 후 얼음 물에 식혀서 껍질이 쫄깃해지는 것인데, 한국과는 다른 베트남식 조리법을 써서 만든 닭껍질의 식감은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하다. 뿐만 아니라 닭알, 초란 등으로 불리는 산란 전의 미성숙란을 쌀국수에 넣어주는 것도 독특하다. 예전에는 닭 내장도 들어갔는데, 싫어하는 손님이 많아서 이제는 넣지 않는 것 같다.

분보후에와 우렁 쌀국수도 수준급의 맛을 보여주는데, 분보후에에는 선지가 들어가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매운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여기에 고추양념을 한 스푼 넣으면 더 좋다. 우렁 쌀국수에는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는 우렁이 듬뿍 들어있으니 바닥에 가라앉은 우렁을 잘 건져서 먹길 바란다.

왼쪽이 분보후에, 오른쪽이 우렁 쌀국수

일이삼조브이앤은 쌀국수도 맛있지만 볶음밥도 어지간한 중식당 이상으로 맛이 좋았다. 베트남에서는 볶음밥을 만들 때 한번 볶은 밥을 말렸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부재료와 함께 다시 볶아내는 테크닉을 쓰곤 하는데, 이러면 조리시간이 단축되고 밥알이 마치 누룽지를 씹는 것처럼 꼬들꼬들한 식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일이삼조브이앤에서는 이런 방법을 쓰지 않고 순수하게 웍을 흔들면서 볶아낸 볶음밥을 내는데, 그러다 보니 베트남보다는 중식 볶음밥과 비슷한 맛이 나는 느낌이다. 하지만 요즘 이 정도 수준의 볶음밥을 내는 중식당이 있다면 볶음밥 맛집으로 소문이 나지 않을까 싶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한국에 김치볶음밥이 있다면 베트남에는 껌장즈어보(cơm rang dưa bò)가 있다. 갓으로 만든 야채절임과 소고기를 넣은 볶음밥으로 베트남 사람들의 소울푸드 중 하나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생소한 베트남 요리들

메뉴판을 보면 굉장히 다양한 요리가 있는데, 한 번에 여러 요리를 맛볼 생각으로 닭 모둠 요리를 주문해 보았다. 삶은 닭고기, 닭 샐러드, 닭 내장, 닭 날개 튀김, 튀긴 베트남햄, 넴(짜조), 코코넛 찹쌀밥이 나왔는데 알고 있던 메뉴 구성과는 좀 달라서 물어보니 닭발은 싫어하는 손님이 많아서 구성에서 뺐다고 한다. 원래는 튀긴 베트남햄이 아니라 닭발이 나왔었다. 좀 아쉽긴 했지만 맛을 보니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단품을 시키는 게 나을 것도 같다.

모둠 중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건 넴(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짜조라고 하는데 같은 음식을 베트남 북부에서는 넴, 남부에서는 짜조라고 부른다.)이었는데, 얇고 파삭한 피도 좋았고 느억맘(피쉬 소스)이 듬뿍 들어간 소의 맛도 좋았다. 고수를 곁들여 먹으면 젓갈 풍미를 즐기는 분들은 아주 좋아하실 것 같고. 반면에 젓갈 풍미를 그리 즐기지 않는다면 넴푸이란을 추천한다. 돼지고기와 돼지껍질로 만든 소에 튀김옷을 입혀 튀긴 메뉴인데, 젓갈 풍미도 많이 나지 않고, 돼지껍질도 소량을 넣었는지 별로 느껴지지가 않아서 평범한 맛을 원하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인 메뉴이다.

왼쪽이 넴, 오른쪽이 넴푸이란

닭 샐러드는 새콤한 냉채 양념에 양파, 당근, 오이, 삶은 닭고기, 고수를 넣어 무쳐낸 것으로, 맛있게 먹기는 했지만 양념에 베트남 느낌이 가미되었을 뿐 맛 자체는 익숙한 냉채의 그것이었다. 돼지고기나 소고기가 들어간 샐러드도 있는데 비슷한 느낌일 것 같고. 베트남 식당에 온 기분을 내고 싶다면, 샐러드 중에서는 망고 해파리 샐러드를 주문하면 어떨까 싶다. 양념 자체는 닭 샐러드와 대동소이하지만, 망고가 들어간 해파리냉채 자체가 독특하기도 하고 맛도 충분히 좋았다.

닭 샐러드(좌)가 맛있지만 평범하다면, 망고 해파리 샐러드(우)는 재미도 있고 맛도 좋았다.

닭 모둠 요리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삶은 닭은 한국의 닭 요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데,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처럼 연한 육질이 아닌 질기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쫄깃한 육질을 좋아하기 때문에 큰 닭을 선호하며, 닭을 오래 삶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큰 닭을 삶으면 푹 고아서 젓가락만 대도 뼈와 살이 분리되지만, 베트남식 삶은 닭은 뼈와 살이 단단히 붙어있기 때문에 도구를 사용해서 뼈와 살을 발라내는 것이 좋다. 포크 또는 숟가락을 쓰는 게 좋은데, 홀 식탁에는 포크가 없으니 주방에 문의해 보자.

같은 닭을 삶아도 한국과 베트남은 전혀 다른 맛을 즐긴다는 게 재미있다.

그런데 문제는 살을 발라내는 데서 끝이 아니다. 닭을 찍어 먹는 소스가 엄청나게 시큼한 맛이 나는데, 육향이 살아있는 질깃한 닭고기의 와일드한 맛과 자극적인 소스의 마리아주를 즐기는 것이 베트남 닭 요리의 정석이겠지만, 한국인에게는 생소함이 두 배가 되는 조합이라 하겠다. 물론 익숙해지면 나름의 개성으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게 되지만, 섣부른 도전을 삼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적응만 된다면야 처음에는 소스를 살짝 묻히다가 결국에는 소스를 듬뿍 찍어 먹게 된다.

일이삼조브이앤의 전체 메뉴판

일이삼조브이앤에는 이렇듯 한국인에게 생소한 요리도 있지만, 여느 현지 맛 베트남 식당들에 비하면 그 생소함이 그리 크지 않고 과하게 낯설지 않은 요리들을 여럿 볼 수 있기도 하다. 앞에서 이야기한 ‘망고 해파리 샐러드’를 비롯하여 ‘레몬 소고기 샐러드’, ‘새우 고추기름 오징어볶음’, ‘베트남 순대 튀김’, ‘튀긴 타이거새우 볶음’ 등등. 익숙한 메뉴를 맛있게 즐기는 한편, 낯선 메뉴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면 일이삼조브이앤에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일이삼조브이앤

주소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로 25
영업 : 오전 10시~저녁 12시
휴무일 : 매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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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종로구 창신동 베트남 쌀국수 포항(phohang)
② 종로구 창신동 베트남 카페 어다우(adau)
③ 성동구 포 사이공 베트남 쌀국수&반미 3.5
④ 경기도 부천시 맛집 김파퍼 베트남 쌀국수
⑤ 경기도 광명시 맛집 ‘군스포’

글쓴이 미식의 별 

미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맛보고 글 쓰는 음식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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