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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맛집 탐방기 ⑨은평구 불광동 반미 맛집 ‘카페와 반미 JIN’

icon view2295 2022-10-25

※ 소개한 매장의 현재 메뉴와 가격은 기사 작성 시의 방문 시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카페와 반미 JIN’은 2021년 1월에 오픈한 매장이다. 이곳은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를 주력으로, 베트남 커피, 음료,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다. 반미(Bánh Mì)는 소고기 쌀국수(Phở Bò)만큼이나 유명한 베트남 음식인데, 소고기 쌀국수가 베트남 북부에서 만들어져 중부와 남부로 퍼진 것과는 달리 반미는 베트남 남부에서 만들어져 중부와 북부로 퍼져나갔다. 부드러운 베트남식 바게트에 무, 당근, 오이 등 단단한 야채에, 주로 닭 간으로 만드는 파테와 베트남식 가공육을 넣고 피시 소스로 간을 하는 반미는 특유의 형식과 맛을 자랑한다. 서양의 샌드위치와는 다른 독자성을 이루어 범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최근 CNN은 반미를 세계 23대 샌드위치의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카페와 반미 JIN 전경 / Ⓒ 미식의 별

카페와 반미 JIN은 간판에서부터 글씨와 그림으로 주력 상품인 반미를 표현하고 있는데, 방문해 보니 가게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보다는 포장과 배달 주문이 많은 것 같았다. 깔끔하고 쾌적한 매장 내 넉넉히 남아있는 빈 좌석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 은은한 베트남 노래 사이사이로 배달 앱의 주문을 알리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또 간편한 복장으로 반미를 포장하러 온 동네 주민들은 의자에 잠시 앉았다가도 곧장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에는 인근에 거주하는 베트남 이주민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기도 하는데, 아마도 지역의 베트남 이주민 동네 사랑방 역할도 겸하는 것 같다.

연자육 차와 일곱 가지 반미

방문 당시 여름철이었기에 더운 날씨에 물부터 좀 마시려고 보니, 계산대 앞쪽에 시원한 연자육 차가 보였다. 연꽃의 씨를 연자육이라고 하는데, 연자육 차는 물에 이 연자육을 넣고 보리차 끓이듯 우려낸 차다. 마셔보면 덤덤하고 은은한 구수한 맛이 느껴지는데,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아서 식사를 하면서 마시기에는 달콤한 음료보다 나은 듯 싶기도 하다. 중식당에서 재스민 차를 마시며 식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렇게 시원한 차를 베트남에서는 ‘짜다'(trà=차, đá=얼음)라고 하는데, 식당에 따라 기본 서비스로 주는 곳도 있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하는 곳도 있다.

연꽃의 씨를 끓여 만든 연자육 차 / Ⓒ 미식의 별

연자육 차를 마시며 메뉴를 살펴보니, 먼저 오리지널 반미가 눈에 들어왔다. 기본 메뉴부터 먹어보고 이 가게의 맛을 천천히 알아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주문을 했는데, 한 입 먹어보고는 혓바닥을 강타하는 묵직한 돌직구 같은 맛에 감탄과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적당히 바삭하고 부드러우며 쫄깃한 빵과, 고명으로 들어간 야채, 돼지고기 바비큐, 베트남 어묵, 그리고 베트남 현지의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소스가 하나로 어우러지는데 재료 각각이 또렷하고 선명하면서 조화로운 맛이었다. 비록 파테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맛에 아쉬움은 없었다.

카페와 반미 JIN의 메뉴판 / Ⓒ 미식의 별

그래서 기본 반미가 이 정도면 다른 반미는 얼마나 더 맛있을까 기대를 하며 일곱 가지 반미를 다 먹어보았다. 모두 오리지널과 비슷하게 맛있는 반미였고, 아쉽게도 오리지널 반미보다 더 맛있게 느껴지는 메뉴는 없었다. 스페셜 반미는 더 스페셜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고, 살짝 넘침이 모자람만 못했다. 또한 메뉴가 개편되면서 정어리 반미가 없어져 먹어보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사실 어묵 반미도 좀 개성이 강한 편인데, 정어리 반미는 그보다 더할 테니 메뉴가 없어진 것도 이해는 간다. 정어리 반미가 메뉴에서 없어진 가게는 예전에도 봐왔으니까. 말하자면 한국에 케밥 가게는 많지만 고등어 케밥을 파는 곳은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베트남식 바게트 안에 가득 담긴 야채와 고명들 / Ⓒ 미식의 별

향신료가 들어간 진한 고깃국, 비프스튜 반미

비프스튜 반미(Bánh Mì Bò Kho)는 베트남식 비프스튜와 찍어 먹는 용도의 베트남식 바게트가 함께 나오는 음식으로, 최근 들어 취급하는 가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당연하게도 매장마다 그 맛은 조금씩 다르다. 카페와 반미 JIN의 비프스튜 반미는 향신료를 넣고 졸인 짭짤하고 진한 고깃국 같은 맛이 났다. 부들부들하게 익힌 소고기는 맛있게 잘 먹었지만 한국인으로서 이런 국물에는 역시 빵보다는 밥을 같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식 바게트를 곁들여 먹어도 좋겠지만 한국인으로서 어쩐지 밥이 생각나는 비주얼의 비프스튜 반미 / Ⓒ 미식의 별

실제로 베트남 맛집 탐방기 8회에 소개했던 숭실대입구 맛집 비비엣에서는 반미솟방에 분짜 면을 넣어 먹기도 했는데, 때문에 음식에 대한 만족도가 더 올라가지 않았나 싶다. 사실 카페와 반미 JIN에도 직원과 친구분들이 저녁에 밥을 드시기 때문에 매장에 밥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메뉴에는 없는 공깃밥 주문(?)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빵에 적셔서 다 먹기에는 국물이 너무 많고, 그렇다고 국물만 퍼서 먹기에는 간이 좀 짜다. 물론 맛은 충분히 좋은 메뉴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반미 샌드위치를 저 국물에 찍어 먹어도 좋았으려나 생각도 드는데, 2인 이상이 방문해서 반미와 비프스튜 반미를 주문해 나눠 먹는 방법을 참고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꼬릿한 잭 프루트가 들어간 두리안 빙수

두리안은 독특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과일로 유명하다. 그런데 카페와 반미 JIN의 ‘태국 두리안 빙수(Chè Thái)’를 먹어보면 충분히 숙성된 잭 프루트에서도 두리안 못지않은 향이 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잭 프루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과일로 알려져 있는데 보통 20~40cm 정도의 크기에 무게는 5~20kg 정도이며 정말 큰 것은 50kg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냉동이나 통조림으로만 유통되고,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채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서 향이 강한 잭 프루트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기대치도 않게 카페와 반미 JIN의 태국 두리안 빙수에서 숙성된 잭 프루트를 만날 수 있었다.

제일 오른쪽 아래 태국 두리안 빙수 메뉴가 눈에 띈다. / Ⓒ 미식의 별

태국 두리안 빙수를 받아보면 처음에는 위에 올라가 있는 두리안 냄새만 느껴진다. 잭 프루트는 얼음 알갱이 아래에 묻혀있는데, 어렵게 건져내자마자 두리안과는 또 다른 결의 꼬릿한 향을 내뿜기 시작한다. 두리안이 녹진한 꼬릿함이라면 잭 프루트는 상큼한 꼬릿함이라고 할까. 서로 다른 꼬릿함과 꼬릿함이 만나 뿜어내는 하모니를 접해보니,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으리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잭 푸르트는 잘 숙성된 만큼 맛은 더 좋았지만, 선뜻 남에게 권하기는 어려운 향이었다. 이 디저트에는 두리안, 잭 프루트 외에도 롱간(龍眼 용안), 니파팜(해죽순), 토디팜(공작야자) 등의 열대과일이 들어가는데, 서울에서 먹어본 쩨타이(Chè Thái, 한국의 빙수와 비슷한 베트남 디저트)에 들어있는 과일 중에서 가장 맛이 좋았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메뉴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6,500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식경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독특한 디저트가 맛보고 싶다면 한 번 도전해 보시길. / Ⓒ 미식의 별

카페와 반미 JIN

주소 :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 319-33
영업 : 오전 11시~오후 9시 (라스트오더 8시 30분)
휴무 : 매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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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미식의 별

미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맛보고 글 쓰는 음식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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